혜암신학연구소 김영한
▲김영한 박사가 12일 혜암신학연구소 세미나에서 ‘물질적 부와 기독교 영성’을 논하며 “오늘날 부에 대한 기독교 영성으로 청교도적 금욕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조직신학, 기독교학술원장)가 ‘물질적 부와 기독교 영성’을 논하며 “오늘날 부에 대한 기독교 영성으로 청교도적 금욕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박사)가 ‘현대사회의 물질주의와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미나를 12일 서울시 안암동 소재 동 연구소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김영한 박사가 발제했으며, 김균진 소장의 사회로 강근환 전 서울신대 총장(역사신학)과 이은혜 영남신대 교수(역사신학)가 토론했다.

김 박사는 “물질적 부란 오늘날 과학기술이 이룩한 인류의 업적이긴 하나 아직도 빈부의 격차와 이데올로기로서의 물질주의에 의하여 인간의 영성이 와해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며 “물질적 부는 기독교 영성에 의하여 규제될 때 인류사회의 구성원은 공존공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기독교 영성은 유신론적 이원론 세계관으로 물질과 정신을 둘 다 중요시한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세계관은 헤겔의 관념론(정신 일원론)이거나 마르크스의 유물론(물질 일원론)도 아니고 플라톤의 이원론(정신과 물질이 해소될 수 없는 두 가지 영원한 실체)도 아니고 유신론적 이원론”이라며 “물질과 영혼(정신)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며, 영원에서 영원으로 자존하여 계시는 창조자 하나님(인격적인 영원 자존자)에 의하여 존재하는 우주의 두 가지 근본요소”라고 했다.

그는 “성경적 기독교는 세계관적으로 유물론이나 관념론 어느 일방적인 관점에 치우치지 않는다”며 “인간 존재에 물질(몸)과 정신(영혼)은 둘 다 중요하다. 정신은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신체와는 다른 고유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사후에도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기독교는 소유를 부정하지 않고 탐욕을 죄로 여긴다”며 “돈이 있으면 일용품 구입만이 아니라 빈민 구제, 선교활동, 장학금 전달 등 선한 일을 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생활고로 비참해진다. 그러므로 돈은 인간 사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돈을 사랑하는 것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죄다. 돈을 사랑하여 소명보다 소유에 집착하는 순간 탐욕에 사로잡히게 된다”며 “탐욕은 우리가 자기 분수 넘어 과욕을 품는 모든 것들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환경과 처지가 하나님이 섭리 가운데 주신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박사는 “구약의 믿음의 조상들은 무소유자들이 아니라 세상에서도 풍요한 삶을 누린 자들”이라며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이삭, 야곱은 가난한 자들이 아니라 족장이었고, 이들은 하나님으로부터 토지 소산이 풍요한 가나안 복지를 저들의 후손들이 살게 될 약속의 땅으로 부여받았다. 믿음의 조상 다윗과 솔로몬은 왕으로서 현세의 복을 누렸다. 다윗의 왕위를 계승한 아들 솔로몬은 세상의 부귀를 누렸다고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솔로몬은 이것들이 덧이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의 산상설교 8복론에 ‘마음의 가난함’이 첫째의 복으로 자리한다”고 했다. 이어 “예수는 황금율을 이웃 사랑의 윤리로 가르쳤다. 당시 소극적 표현으로 퍼져 있던 유대교의 윤리(“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를 예수는 적극적 표현으로 수정하여 이웃 사랑의 윤리를 가르쳤다”고 했다.

김 박사는 청빈의 영성의 사례로 중세 수도사 아씨시의 프랜시스(Francis of Assisi, 1181-1226)를 들었다. 그는 “중세기의 영성가들 중 가장 매력적이고 귀감적인 수도사였다”며 “육신의 아버지가 물려줄 부(富)를 거부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처럼 가난해지려고 하였고 가난의 의미를 알고자 하였다. 프랜시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하나님만을 사랑했을 때 그는 오히려 모든 것을 얻었다. 소유욕에서 벗어난 마음에 나타나는 정원과 산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나님의 창조물로 보였다”고 했다.

김 박사는 또 기독교의 근검절약이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취지에서 막스 베버의 개신교 윤리론을 언급했다. 그는 “독일 사회학자요 정치경제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서구 근대 자본주의 정신이 16세기 개신교 윤리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베버의 논문이 다룬 가장 주요한 쟁점은, ‘소명’과 ‘금욕주의’다. 베버는 개신교 윤리에 이 두 가지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발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버의 주장대로, 개신교도들은 소명과 근검절약를 통해 근대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개신교 지도자들은 재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라도 벗어버릴 수 있는 외투’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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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신학연구소가 ‘현대사회의 물질주의와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미나를 12일 개최했다.
칼빈주의의 세계 내 금욕(innerweltliche Askese) 윤리도 거론한 김 박사는 “종교개혁은 단지 제도적 종교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정을 포함한 일상의 모든 영역, 삶의 모든 영역에서 칭의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물질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칼빈과 웨슬리가 경계한 것은 그 부를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거나, 그 부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하나님과 관계가 멀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나눔과 배려)을 강조하는 따뜻한 자본주의(자본주의 5.0)가 필요하다”며 “기득권층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경직된 보수에서 벗어나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회공동체를 유지하고 남을 배려하는 데 앞장서는 ‘쿨(cool) 보수’가 돼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5.0시대를 주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박사는 “오늘날 물질주의와 결합한 기독교는 기독교 청빈사상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질에 매이지 않는 삶, 일용할 약식으로 만족하는 삶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눅 12:13-21) : 소유가 아니라 생명이 중요하다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삶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의로운 삶을 살면 물질은 따라온다 등을 강조했다.

끝으로 “한국 기독교는 시장경제에 천민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청교도적 금욕주의 윤리를 불어넣어야 한다”며 “물질, 자연을 소유의 대상 아닌 창조물이요 동반자로 볼 때 자연(산과 바다, 대지)은 소유물의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동반자(존재)로서 다가온다. 소유지향적 태도 아닌 존재지향적 삶의 방식, 즉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추구하는 삶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은혜 박사 “무소유를 넘어선 삶의 방식 예시 필요”
강근환 박사 “성령 역사로 거듭난 기독교영성 중요”
5월 10일 2차 세미나… 강원돈 한신대 교수 발제 예정

토론자 토론자로 나선 이은혜 박사는 “저자는 오늘날 물질주의와 결합한 기독교는 기독교 청빈사상으로 되돌아 가야함을 주장하면서 4가지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며 △물질에 매이지 않고 일용할 약식으로 만족하는 삶 △소유가 아니라 생명이 중요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삶 △그런 삶을 살면 물질은 따라온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저자는 유신론적 이원론의 세계관에 입각해 물질의 소유를 부인하지 않으며 탐욕을 경계하는 삶의 자세가 천민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며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청교도적 금욕주의는 오늘날 부에 대한 기독교 영성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소유의 삶이 일반적 그리스도인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식이 될 수 없다면, 일반적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방법과 예를 제시해 달라”고 제언했다.

토론자 강근환 박사는 “예수님의 부활, 승천 후 제자와 문도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순전히 기도에 힘쓰고 있을 때 불의 혀같은 성령이 각 사람에게 임하여 충만하게 될 때 저들은 드디어 예수가 그리스임을 믿게 되고 이 사실을 급히 온 백성(디아스포라)에 전파하기 위하여 밖에 뛰어나가 방언으로까지 크게 외치게 되었다. 이 말씀에 감명을 받아 회개하고 예수를 믿게 된 무리들이 함께 모여 신앙공체를 이루게 되었으니 이게 최초의 원시 기독교회”라고 했다.

그는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이나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서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였다’”며 “성령의 역사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거듭난 사람들의 모임인 신앙공체의 기독교영성은 유무상통하는 사회를 이룩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령의 역사에 의한 거듭나는 삶의 기독교 영성이야말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축복으로 주시는 부를 모두가 골고루 함께 나누는 복된 사회를 이루게 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혜암신학연구소는 ‘현대사회의 물질주의와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미나를 5월 10일 오후 1시 연구소에서 개최한다. 강원돈 교수(한신대 은퇴교수, 기독교윤리)가 발제, 강근환 교수(서울신대 전 총장),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역사신학), 홍인식 목사(NCC 인권센터이사장)가 토론에 나선다. 진행은 김균진 소장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