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튜브 중심 매주 수백만 결집하며 영향력 과시
보수 세력 ‘빅텐트’로, 여·야 및 기독교 지도자와 관계
구속과 코로나19로 위기 맞았지만 대반전, 저력 확인
“성경 중심 설교 때문… ‘제2의 종교개혁’ 일으킬 것”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 중 하나가 주요 후보들과 전광훈 목사(한기총 전 대표회장, 사랑제일교회 담임)의 관계였다. 먼저 박영선 후보 측이 오 후보가 과거 전 목사 주도의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석했던 것을 문제 삼으며 ‘극우 정치인’이라고 비난했으나, 알고 보니 박 후보 역시 이전에 전 목사 주도의 기독교계 모임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며 한기총을 지지한다는 발언도 한 것이 드러나 머쓱해졌다.

2019년 전 목사 주도의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했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 ⓒ너알아TV
▲2019년 전 목사 주도의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했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 당선인. 오 당선인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너알아TV
전광훈 목사 주도의 기독교계 행사에 참석했던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상대책위원.
▲전광훈 목사 주도의 기독교계 행사에 참석했던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상대책위원. 박 전 위원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법, 이슬람과 인권 관련 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특히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다. 이런 법에 더불어민주당은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들과 뜻을 같이한다”고 역설했다. ⓒ크투 DB
두 사람 뿐 아니라 여·야의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전 목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거나 그를 적잖이 의식한다. 기독교계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전 목사와 그로 상징되는 소위 ‘광화문 애국 성도’들이 보수 세력의 강력한 ‘빅텐트’이자 ‘구심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영향력과 결집력은 현존 온라인 플랫폼 중 가장 대세인 ‘유튜브’에서 엄청나다. 이전부터 매주 토요일과 주일 열리며 열기가 뜨겁던 광화문 연합집회와 연합예배는 지난 2019년 전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킨 이후 전 세계적으로 더욱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한때는 한 주간 유튜브 시청자가 모든 채널을 포함해 200만에 달할 정도였다. 온/오프라인을 합치면 기독교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한 단일 집회였다.

그 같은 열기가 정점에 이른 것이, 바로 오세훈 후보가 참석했던 2019년 10월 3일 개천절 집회였다. 당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각종 논란 등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국가 정체성 훼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극에 달하면서, 현장에만 수십만 이상의 인파가 참석하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처럼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시점에, 현 정권이 코로나19 확산을 명목으로 집회를 재제하고 법원이 전 목사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나 구속하면서 흐름이 끊겼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에게는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자 ‘살인자’라는 프레임까지 씌웠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가 무죄 석방됐고,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의 코로나19 감염률은 높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현 정권의 실정과 정치 방역이 계속돼 전 목사의 비판과 지적에 공감하는 이들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실제로 이번 보궐선거 기간 동안 전 목사를 이용한 네거티브 전략은 전혀 효과가 없었음이 입증됐다. 전광훈 목사의 수감 기간 바닥을 쳤던 유튜브 주간 시청자 수도, 그가 석방되고 3개월여 만에 50만 정도까지 회복됐다. 전 목사 측은 올 연말 내로 다시 200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 목사 주도의 연합집회와 연합예배가 이렇게 많은 공격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저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단지 그가 애국운동을 앞장서 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에 대해 자신의 설교가 철저히 성경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전광훈 목사. ⓒ송경호 기자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전광훈 목사. ⓒ크투 DB
그는 최근 설교에서 “내 설교는 주경학적이고 성경 중심이며, 거기에 애국사상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가미한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 설교를 들으면 각성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은 그 자신이 성경의 주인이신데도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며 구약의 말씀들을 인용해 설교하셨고, 바울 역시 그의 모든 서신을 보면 철저히 구약의 가르침에 근거해 있다”며 “그런데 속사도 시대와 교부 시대를 거치면서 영지주의 이단 등이 발호하자, 당시 기독교 지도자들이 조직신학과 교리로 맞서면서 주경학에 소홀해지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의 교회들이 성경에 대한 관심이 식으면서 침체됐고, 이슬람에 밀리는 비극까지 벌어지고 말았다”며 “그래서 저는 철저한 성경 중심 설교를 회복하는 제2의 종교개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광훈 목사와 ‘광화문 애국 성도’들이 이번 보궐선거에서의 대반전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 기독교계의 각성과 결집, 그리고 기독교적 가치를 수호하는 정권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