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책임 맡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회 문제
여성 안전 위해 ‘낙태 강요·불법 낙태’ 처벌 강화해야
의사에 살인 강요 안 돼… 낙태 진료 선택권 보장돼야
결정권은 임신 전에… 불이익 없는 출산 제도 마련을

최안나
▲최안나 산부인과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가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했다.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8일 개최한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을 맡은 최안나 산부인과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가 “전 낙태를 굉장히 많이 하고 낙태로 돈도 많이 번 사람 사람이지만, 지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 있는 아이를 죽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고백했다.

최안나 간사는 이날 공청회에서 “저는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와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의학적 입장을 모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한때 낙태를 굉장히 많이 했던 사람이다. 그러다 10년 전 산부인과 의사들이 불법 낙태를 그만하자는 운동에 앞장섰다. 그러나 낙태 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한 실패를 안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오로지 여성을 위해 낙태 문제에 나서고 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낙태 여성을 제일 많이 만난 사람이 저일 것”이라며 “이대로 낙태법이 폐지되는 것이 가장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낙태가 여성들에게 결코 좋지 않다. 우리 낙태법은 처벌도 지원도 없이 낙태를 여성 개인의 문제로 방치해 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 간사는 “의사의 낙태 진료 선택권은 법적으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며 “지금 낙태를 하는 의사든 하지 않는 의사든 고민이 굉장히 많다. 의사는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보호라는 직업윤리로 인해, 비의학적 사유의 낙태를 하게 해선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를 거부하는 의사에게 어떠한 불이익이나 의무를 부과해선 안 된다. 또한 여성들의 안전한 낙태를 위해, 합법적 낙태를 하는 의사도 비난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 “낙태법의 목적은 태아의 생명 보호이고, 여성 처벌인 경우가 많지 않다. 저희 입장에서 여성은 낙태 문제에서 피해자다. 낙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처벌보다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행법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부동의 낙태, 무자격·불법 낙태 등은 (제재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자기 의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가족의 압박에 의해 낙태하러 오는 경우도 많다. 이 또한 강요죄로 처벌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여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현재 3년 이하의 징역으로 돼 있는 것을 5년 이하로 올려야 한다. 부동의 낙태는 최소한 폭행치사상죄에 준해 강화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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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알면 10주, 22주를 함부로 말할 수 없다”며 임신 10주 태아 사진과 9주 태아 영상을 보여준 최안나 산부인과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아울러 온라인상 낙태약 불법 유통과 관련해 “여성을 위험한 상황으로 모는 것”이라며 “현행은 이런 것도 단속도 처벌도 하지 않고 있는데, 여성의 안전을 위해 낙태는 숙련된 의사에 의해서만 허용하고, 일반인 등에 의한 낙태는 전면 제한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최 간사는 “어려운 일이지만, 여성들을 위한 안전한 낙태를 위해 기준이 나와야 한다. 10주가 넘어가면 위험한 상황이 된다. 출혈, 합병증도 당연히 있지만, 산부인과 선생님들은 이견 없이 사회, 경제적 사유에 대해 10주 미만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10~22주 사이는 여성의 건강, 아이의 상태와 관련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숙려 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또 “많은 분이 임신 주수가 헌법의 명확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생각하는데, 생리일 날짜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초음파를 보면 임신 몇 주인지 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나온다”며 “의학적 허용 주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의학 수준으로 22주 태아를 살리는 것이 어려운 건 맞지만, 살인을 결정짓는 기간일 뿐인데 22주를 이야기한 헌재의 결정문에 놀랐다. 그런데 정부는 그것보다 더 지나서 24주, 충분히 다 살리는 주수까지 허용을 했다”며 “그건 낙태가 아니라 조산이다. 조산과 낙태는 다르다.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300g 신생아 사례를 소개하며 “보통 24주는 600g이 넘는데, 엄마가 임신 중독증으로 300g에 태어났지만 잘 자라났다. 아무 문제가 없는 애들을 생존 가능한 시기에 저희들한테 낙태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산부인과의 입장은 살릴 수 있는 애는 살려야 한단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사회는 오로지 여성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법이 나와야 하는데, 정부안은 99% 아이와 태아를 그냥 절차 없이 포기하겠다는 것일 뿐이고 의사들한테는 살인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임신 결정권은 임신하기 전에 행사되어야 하고, 일단 임신이 되면 어떠한 출산도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충분한 법적 지원을 해야 하고, 불가피한 낙태는 안전한 시스템에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간사는 “저희가 주장하는 10주도 최대한으로 잡은 것이다. 이 이상 큰 아이들은 최소한의 절차와 기준을 받자는 것이 저희 주장이다. 여성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고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부동의 낙태, 무자격자는 지금보다 처벌을 강화하고 단속해야 하고, 10주 미만의 낙태만 하고, 10~22주는 최소한의 절차를 거치고 22주부터 아이를 살리자”고 했다.

또 “많은 분들이 약물 낙태가 안전하다 생각하는데, 약물을 먹는다고 뱃속 아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며 “현장을 알면 10주, 22주를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반드시 산부인과 의견을 받아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