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성결교회 한기채 목사
▲기성 한기채 총회장. ⓒ송경호 기자

대통령, 유감 표명 않았지만 나름의 고민 느껴졌다

사전 조율 위해서 정부와의 대화 채널은 꼭 필요해
비난보단 통합을… ‘정치 방역’ 오해 살 일은 없어야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8월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졌다. 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교회에 대한 각종 제재들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날 간담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본지는 이에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담임)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현장 상황들과 이번 간담회의 의의에 대해 들어 봤다. 다음은 한 목사와의 일문일답.

-먼저 이번 간담회 참석 소감을 부탁드린다.

“한 두 주 전에 연락이 왔는데, 사실은 (참석 여부를) 고민도 좀 했다. 초청된 대상자들도 ‘과연 이 상황 속에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다녀와서 교인들한테 면이 서겠는가’ 하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유익했다. 우리가 대통령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우리의 생각도 진솔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전반적으로 분위기 자체가 화기애애하게, 그러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그런 모임이었다.”

-언론에는 예배 문제로 문 대통령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김태영 대표회장이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보도됐다.

“모두발언만 언론에 공개하고, 그 외에는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합의했다. 그래서 모두발언을 대통령과 김태영 회장이 했는데, 시작하는 단계라 물론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언론이 더 관심 있는 분야들을 보도한 것 같다. 그 이후에 참석자 모두에게 다 자유로운 발언 기회를 줬고, 이를 통해 서로 시각차를 많이 좁힐 수가 있었다. 모두 서로 존중하며 경청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따뜻했다.”

-교계 지도자들이 16명이나 참석했기에 각자의 발언 시간이 길지 않았을 테고, 그렇기에 역할 분담이 중요했을 것 같다. 간담회 전에 사전 조율이 있었나?

“사전에 만나긴 했지만, 그냥 자유롭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되 다만 서로 중복되는 이야기는 피하자는 정도만 이야기했다.”

중앙성결교회 한기채 목사
▲기성 한기채 총회장. ⓒ송경호 기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대통령이 예배 제재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는 그 말보다 경청하는 태도에서 (대통령의 마음을) 읽었다. 교계 지도자들이 그날 ‘우리가 새벽마다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그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아느냐. 물론 방역 힘든 줄 안다. 그러나 우리가 예배 모여서 뭐하겠느냐. 나라 위해서 기도하고, 또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방역수칙 지키면서 예배하려고 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저도 기도의 힘을 믿는다. 제가 이곳에 오기까지 제 어머니의 기도가 있었다. 6만 교회들의 상황이 다 다르지만, 예배가 소중하다는 것 저희가 잘 알고 있다, 참 오죽하면 이러겠느냐’고 했다. 이런 정도의 표현이면 대통령의 나름의 고민을 읽을 수가 있었다.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교회에 대한 제재를 하는 과정에서 계속 기독교계와 사전 협의는 생략하지 않았나.

“지난번 (교회 모임을 금지했던) 총리 담화는 행정명령이 바로 나와버렸다. 그래서 저도 거기에 대해서는 시민불복종운동까지 할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수도권 대면 예배 금지 조치는) 급하게 하긴 했지만 김태영 목사가 정부측 인사들과 지난주 수요일(8월 19일)에 만나 합의를 하고 오셨더라.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교단장들이 긴급히 모였는데, 그 안에서 불만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제가 가만히 들어보니까, 참 어려운 상황이더라. 그래서 제가 ‘(김태영 목사는) 우리 대표회장인데, 본인도 우리하고 마음이 같을 텐데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느냐. 이번에 (사전) 협의하고 결정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좀 이해를 해주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우선 1~2주 이렇게 같이 잘 공존하면서 나아가자고 했다. 이전에는 교회를 특정해서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고위험시설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이번 간담회에서 기독교계 정부-교회 협의체 구성과 방역인증제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전자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는, 후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그리고 예장 합동 김종준 총회장은 일률적인 제재는 안 된다면서 교회 규모별로 예배 인원 제한을 다르게 해 달라, 그러면 우리가 거리 두기를 하면서 예배를 몇 차례 나눠서라도 드리겠다는 제안도 했다. 하여간 가능한 이야기는 다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교회들에 대해서는 행정지도를 해 달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대통령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협의체와 방역인증제가 교회 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 않다. 방역에 관해서는 채널이 있어야 대화가 되고, 정부도 사전 조율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문제는 대표성을 지닌 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고,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이제 한교총을 중심으로 이 일을 어느 정도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방역을 하면서 예배를 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정부와 같은 목적이다. 더군다나 이것이 하루이틀에 끝날 일도 아니니, 가능한 서로 존중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기독교계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제가 어제 발언 서두에 ‘좌불안석’이라고 했다. 총회장도 그런데, 대통령은 얼마나 더 그러겠느냐. 그래도 대통령에게 감사한 것은, 그분이 한국 기독교가 근대사에서 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귀했는가를 언급해 줬다. 그래서 제가 그것을 아이들도 배울 수 있도록 국정 교과서에 실어 달라고 했다.

(정부가 연휴를 하루 연장하고 소비를 장려했는데) 뭔가 일관성을 갖고 했었으면 하는 게 좀 아쉽다. 그리고 정말 통합하는 분위기로 나아가야 잘 되지, 누구를 비난하는 쪽으로 가면 힘이 결집되지 않는다. 저로서는 어려운 말씀이었는데, 우리가 어려움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한다면 누구나 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어떤 분들은 ‘방역이 정치의 도구가 되면 안 된다’는 말도 하더라. 대통령도 물론 방역을 위해 하실 것이다. 그런데 오해를 살 만한 일이 있으면 안 된다.”

중앙성결교회 한기채 목사
▲기성 한기채 총회장. ⓒ송경호 기자

대통령의 말, 밑으로 내려갈수록 엄격해지고 과해져
안전한 예배 환경과 쌍방향 목회 방법 등 개발해 보려
차별금지법, 반동성애 설교 제재 않을 것이란 답 들어

-일선 교회들에 안타까운 사연이 많은데, 목사님의 교단 쪽은 어떤가.

“작은 교회들의 안타까운 청원이 많다. 시골 교회인데, 확진자가 하나도 없는데 왜 우리도 이렇게 하라고 그러느냐고도 한다. 그래서 어제 사실 ‘대통령이 기침하면 저쪽에서는 호령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못했다. 대통령의 말이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 엄격해지고 과해진다.

제가 어제 이런 이야기도 했다. 이건 좀 심한 예지만, 일제 신사참배 때 교계 지도자들이 교인들과 교회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것은 국민의례’라고 했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요즘 그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왜 이렇게 쉽게 정부에 굴복하느냐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도자들로서는 참 곤욕스럽다. 그렇기에 적절한 해법을 찾아 주셔야 저희들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저희 교단도 굉장히 보수적인 색채가 강해서, 그리고 예배가 소중하기에, 어떻게 총회장이 나서서 비대면 예배를 드리라고 공문을 낼 수가 있느냐는 말들이 많다. 저도 솔직히 지난주에 처음으로 완전히 온라인 예배로 드렸다. 그전까지는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병행했었고, 그렇게 캠페인도 벌였다. 그러나 이 사태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으니, 안전한 예배 환경 만들기 캠페인을 하려 한다. 그래서 어려운 교회에 함께 안전한 예배 환경을 만들어 주려 한다.

지금은 우리가 이전에 못했던 사역, 또 새로운 사역을 확장·개발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변해야 했던 과정을 지금 압축해서 경험한다고 생각도 한다. 우리 교회는 온라인 예배 뿐 아니라 ‘문고리 심방’이라는 것도 했다. 특별히 독거노인들 가정에 필요한 물품들을 문고리에 걸어만 놓고 왔다. 저도 일주일에 몇 가정씩 화면으로 심방한다. 그리고 주일 각 예배 시간 사이에 성도들의 피드백을 온라인으로 받거나, 새벽기도회 때도 온라인에 기도제목을 올리라고 하고 제가 그 기도제목을 위해 기도하는 댓글을 달아 주기도 한다. 어떻게든 쌍방향으로 목회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해 보려 한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최선을 다합니다. 더 잘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것 죄송해요.’ 그러면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가도록 노력하면, 하나님이 잘 아시지 않겠는가. 우리의 형편과 처지를. 어렵다. 요새 진짜 어렵다(한 목사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편집자 주).”

-어제 간담회 도중 차별금지법도 언급하셨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언제 다시 대통령을 만나게 될지 몰라서 이야기했다. ‘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지지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일지 몰라도, 동성애 반대에 대해서는 제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원래 법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윤리, 도덕, 그리고 전통 문화를 반영해줘야 되는데, 이 법은 그것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그걸 잘 좀 살펴보시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이 법안은) 국가인권위가 오래 전부터 정부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정의당이 국회에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 문제도 있고 토론해야 될 것들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어떤 결론을 본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건 유럽이나 일부 미국에서처럼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시킨다거나,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동성애에 대해서 죄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제재하는 식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와 사회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는 총회장이 되면서 우리 교단 표어를 ‘나부터 성결, 우리부터 평화’라고 했다. 우리가 평화롭게 살려면 먼저 하나님과 성결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금 너무 분열돼 있다. 이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서로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내 이야기만 자꾸 하지 말고, 남의 이야기도 좀 경청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열렸다. 정치하시는 분들도 나름대로 얼마나 고충이 있겠는가 우리가 이해해 드려야 되고, 또 우리도 얼마나 힘든가 그 사정도 알려드려야 한다. 그러면서 실무 차원에서든 어쨌든 서로 이렇게 계속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다른 건 우선 조금 제쳐 놓고 같은 건 더 공감대를 형성해서 더 극대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또 이게 해결되면서 다른 것도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우리가 건강에 유의해야 되겠고,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가능한 예배를 드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서 하루속히 신앙생활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같이 기도하면서 마음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