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흄
ⓒSDLP 제공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존 흄(John Hume) 북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SDLP) 전 대표가 3일(현지시각)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의하면, 흄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북아일랜드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79년부터 2001년까지 SDLP 대표를 지낸 그는 1988년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벨파스트 협정 타결을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으로,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신구교도 간의 대립이 심했던 북아일랜드는 영국과 가까운 연합주의자 대 아일랜드공화국주의자로 나뉘어 30년이 넘는 동안 분쟁을 지속했으며, 이로 인해 3,6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937년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태어난 흄은 성직자 교육을 받다가 1960년대 민권 운동에 뜻을 두고 정계에 뛰어들었다. SDLP 창당 시부터 함께한 그는, 비폭력주의를 지향하고 ‘피 대신 땀을 흘리자’며 반목하는 이들을 하나가 되게 했다. 그의 설득으로 마침내 1998년 ‘성 금요일 평화 협정’을 이뤄냈다. 이는 북아일랜드의 폭력과 갈등을 극복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현지 교계 지도자들도 존 흄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올아일랜드(All Ireland) 존 맥도웰 대주교는 “먼저 존 흄과 그의 아내 팻, 더 넓은 범주의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존 흄은 아일랜드의 중요한 정치인으로 기억될 뿐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변화를 이뤄내려는 그의 분명한 헌신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아일랜드복음연맹(Evangelical Alliance Northern Ireland)의 데이비드 스미스는 프리미어크리스천라디오(Premier Christian Radio)에 출연해 존 흄이 평화 협정에 기여한 사실을 언급하며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그는 “존 흄은 관계성의 위험을 무릅쓰고 신페인, 게리 아담스 등 당수를 만났다. 그것이 옳은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데리(Derry)의 도날 맥키운 주교는 “흄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평화주의자이자 사회정의의 챔피언”이라며 “그는 동시대인들에게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맥키운 주교는 “그는 자신에 대한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공동체의 복지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의 이름은 평화를 위해 어떤 장애물이나 비판도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는 대명사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