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읽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 | 정수윤 역 | 위즈덤하우스 | 256쪽 | 14,000원

성장하는 길, ‘읽는 인간’ 되는 것
읽는 것은 생각하고 사는 것 연결
무엇을 읽느냐가 내 인생 좌우해


상담심리학 용어 중 ‘성인아이’가 있다. 그 정의는 이렇다. ‘몸은 어른이지만 감정표현 방법은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어른이 된 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성인아이는 몸은 성인이지만 아이와 같이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람은 몸만 성장해서는 안 된다. 정신도 생각도 같이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나이 값을 할 수 있다.

인간의 큰 기쁨 중 하나가 성장할 때 누리는 기쁨이다. 성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사람이 성인아이가 되고 싶겠는가? 성장하는 길은 ‘읽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는 《오직 독서뿐》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책을 안 읽고 사람이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귀 밝고 눈 맑은 젊은이의 예지는 게임으로는 결코 습득되지 않는다.

빨리 가고 싶은가? 속도를 늦춰라. 서두를수록 목표에서 멀어진다. 책을 통해서만 생각은 깊어진다. 책 안에 원하는 답이 있다. 책을 어찌 멀리할 수 있겠는가? 읽기는 또한 쓰기와 맞닿아 있다. 잘 읽어야 잘 쓴다. 잘 쓸려면 많이 읽고 제대로 읽어야 한다.”

세상에는 ‘읽는 인간’과 ‘안 읽은 인간’으로 나눠진다. ‘읽는 인간’은 성장하지만 ‘안 읽는 인간’은 성장할 수 없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읽는 것은 생각하는 것과 연결된다. 읽는 것은 사는 것과 연결된다. 결국 무엇을 읽느냐가 내 인생을 좌우한다.

인간의 실존 주제로 50년 이상 집필
‘왜 읽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
오에 겐자부로 인생 영향 미친 네 권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은 책을 읽는 것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오에 겐자부로의 강연 내용을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그는 일본 에히메현의 유서 깊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1954년 도쿄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여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의 가르침 밑에서 단테, 라블레, 발자크, 포, 예이츠 등을 비롯하여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반 영웅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1957년 도교 대학 신문에 게재된 단편 《기묘한 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데뷔했다. 그 후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신초사 문학상을, 《만엔원년의 풋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오상까지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199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일본의 두 번째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특히 1963년 그의 나이 스물여덟 살에 장애를 가진 장남 히카리가 태어났다. 이를 계기로 『개인적인 체험』, 『허공의 괴물 아구이』, 『핀치러너 조서』등 지적 장애아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2006년엔 집필 5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에서 ‘오에 겐자부로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는 집필 활동 외에도 반전 평화와 휴머니즘적 가치를 위한 목소리를 강하게 내며,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

인간 실존 등을 주제로 50년 이상 소설을 집필해온 그는, 《읽는 인간》을 통해 ‘평생에 걸쳐 읽어온 보물 같은 책’들을 회고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문학계의 거장인 노작가가 어렸을 적부터 읽었던 고전과 시집 등 많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 책들이 어떻게 작가의 인생을 만들어 왔으며 어떻게 그의 작품에 투영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오직 책으로 살아온 작가의 인생을 통해 ‘인간은 왜 읽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도 함께 선사한다.

오에 겐자부로를 완전히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 책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홉 살에서 열세 살까지 5년간, 완전히 이 책의 영향 아래 살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두 갈래라면 나도 이 책의 주인공이 선택한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 다음 오에 겐자부로 인생의 결정적인 책인 와타나베 가즈오의 《프랑스 르네상스》를 만난 건 열여섯 살 때였다.

그는 이 책의 저자인 와타나베 가즈오가 도쿄대학 프랑스 문학과 교수라는 걸 알고, 그곳에 가기로 마음먹고 재수를 해서 들어간다. 오에 겐자부로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이 책에서 발견한다.

이 책과 함께 그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시는 포의 번역시였다. 50년 넘게 이 책 두 권을 최대한 더러워지지 않도록 커버를 씌워가며 소중히 읽었다.

스무 살에 만난 오든과 엘리엇 시집도 마찬가지여서, 몇 년씩 걸려 더 폭넓은 원시(原詩)를 읽기도 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중국에서 성매매를 당한 탈북 여성에게 마스크와 오디오 성경을 배포하는 모습. ⓒ크투 DB
오에 겐자부로는 이렇게 말했다. “되돌아보면, 지금 제게 저만의 언어 감각, 아울러 제대로 된 미의식이 있다고 한다면, ‘이 풍경은 아름답구나’, ‘이 사람은 아름답구나’와 같은 생각들을 포함해 사회와 인간에 대해 지니는 견해 등 그 모든 것을 명백히 이 네 권의 책이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책을 찾는 일, 책과 만나는 일이며, 제가 발견한 책을 집필해준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 가운데 한 사람에게 실제로 가르침을 받은 것은 제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습니다.”

네 권의 책이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가운데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두뇌 기형 장남 이야기도, 작품으로
평생 책 가까이해 실마리 찾아 집필
책 읽기는 결국 사람을 발견하는 일

오에 겐자부로가 독서를 통해 주제나 문체가 바뀌어가고 변해가는 문학적 인생을 사는 동안, 실제 인생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가 벌어진다. 그로 인해 소설이 완전히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장남 히카리가 두뇌 기형으로 태어나면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아이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아 퇴원했고, 그 뒤로 히카리와의 공생이 시작되었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때부터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지 십수년이 흘렀구나’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그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다가온 시인은 윌리엄 블레이크였다. 그는 또 꾸준히 윌리엄 블레이크의 글을 읽고 그 실마리로 소설을 썼다.

오에 겐자부로는 평생 책을 가까이 하면서 그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 소설을 써나갔다. 특히 고전을 통해 그는 영감을 많이 얻었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인생 매 순간 책이 있었으며, 그 책들은 자신의 인생과 혈관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를 얻는 것과 같은 레벨이 아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인간이 생각하는 건 그 정신이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을 발견한다. 지금 내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는지 깨닫고, 결국은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오에 겐자부로는 ‘인생의 습관’이 된 독서의 기본 원리는 ‘배우기, 외우기, 나아가 깨닫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선생님에게서 배우는데, 이 ‘배우다’라는 단어는 옛말인 ‘흉내 내다’와 어원이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흉내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습득한 것을 실제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자전거 타는 걸 몸으로 기억하듯 제대로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점차 타인에게 배워 새로운 걸 알게 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것이 ‘깨닫기’입니다.”

결국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읽는 인간’는 읽는 것으로 그치는 인간이 아니라, 깨닫고 행동하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읽는 것이 사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읽는 인간이 돼야 한다.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고전도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성경을 읽어야 한다.

보는 것이 익숙하게 된 세상에서 읽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보는 바보보다 읽는 지혜로운 자가 돼야 한다. 더 깊은 생각을 위해 읽어야 한다. 성장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 살기 위해 읽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성경을 살아내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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