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립개척 교회, ‘우리’라는 이름 쓰지 않을 것
연말까지 교구 30개로 나누고 차후 분립개척
파송운동 시작하면 이찬수 목사 ‘강제 안식년’
안식년 복귀 1년 내 5천명까지 안 줄면 ‘사임’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23일 1부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7년 전 선포했던 ‘1만 성도 파송 운동’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찬수 목사는 7년 전 △10년 내에 분당우리교회 성도를 절반에서 3/4를 떠나보내 5천명 이하로 줄이겠다 △교육관(서현드림센터)을 10년간 쓰고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쓰이도록 매각하겠다 등 ‘1만 성도 파송운동’을 약속한 바 있다.

이찬수 목사는 23일 ‘일만 성도 파송 운동의 정신(막 1:1-8)’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우리 교회는 30개 교회로 분립개척하는 것을 당회에서 결의했다”며 “처음 약속 그대로, 은퇴할 때까지 장년 출석 기준 5천명 이하만 남고 나머지 성도들은 다 파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30개 교회 담임은 우리교회 부교역자들 중 15명을 세우고, 나머지 15명은 외부에서 인격과 영성을 갖춘 훌륭한 분들을 추천받을 생각이다. 우리들만의 잔치가 돼선 안 되기 때문”이라며 “이 30개 교회는 ‘우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게 아니라 완전한 독립 교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교구가 20개인데, 올 연말부터 30개 교구로 나눠 자연스럽게 각 교구가 하나의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찬수 목사는 “제가 은퇴하기까지 이 기조를 지켜나갈 것이다. 제 마음 속 계속 두려움은 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내후년에 파송운동을 시작하면, 저는 ‘강제 안식년’으로 떠나 있을 것이다. 최대 1년간 떠나 있다가 복귀하는 날부터 1년 내에 5천명으로 성도가 줄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목사는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 운동은 자발성이지, 강제성을 띠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선택권은 성도 여러분에게 있다. 지역을 따라 30개 교회로 가셔도 되고, 안 가셔도 된다. 동네 작은 교회로 옮기셔도 되고, 남으셔도 된다”며 “5천명 미만으로 줄지 않으면 사임하겠다는 약속은 제가 하나님께 개인적으로 드린 것이니, 성도님들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대로 선택하고 결정하시면 된다”고 강조했다.

드림센터에 대해선 “지금이 7년차이고 3년 남았는데, 어떠한 꼼수도 쓰지 않고 이 건물을 그대로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이벤트(event)가 되면 곤란하다. 이벤트는 소음이다. 무브먼트(movement)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각대금을 일시에 기증하는 것은 이벤트처럼 느껴지기에, 건물을 기증해 무브먼트가 일어나길 원한다. 다음 세대를 살리는 일에 드림센터와 가평 우리마을, 분당우리교회가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4가지 다음 세대를 도울 것이다. 목회자 청년, 예수 믿는 청년, 예수 안 믿는 청년, 그리고 장애인 청년들”이라고 언급했다.

또 “사회법을 보니 기증자가 이런 용도로 써 달라고 정관에 넣고 기증하면, 기증받은 곳에서 그 일을 구현해내도록 돼 있더라”며 “우리가 하지 않을 것이다. 기증받은 이사장과 이사들, 팀에서 이 4가지 다음 세대 돕기를 구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찬수 목사는 “먼저 목회자 청년에는 젊은 신학생, 젊은 부목사, 젊은 담임목사 등 세 부류가 있다. 목회자 학교를 열어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제대로 훈련받도록 도우면 좋겠다”며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돕기 위해 분립하는 30개 교회들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 설교 준비실’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책 한 권 사 볼 돈이 없는 경우도 많다. 사모님들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책 사 볼 돈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그 분들이 언제든지 와서 주석을 참고하고 신간서적을 읽고 컴퓨터로 설교를 작성해 출력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함께 교회를 세워가는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무브먼트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수 믿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이미 세워진 성윤리연구소뿐 아니라 청년들이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 각 교회 청년부부터 주일학교를 돕는 일을 드림센터에서 했으면 좋겠다”며 “드림센터가 교회와 사회를 위해 쓰이도록 약속했다. 이곳이 교통이 너무 좋기에, 믿는 청년이든 안 믿는 청년이든 직업을 배우게 하고 창업을 돕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는 비신자 다음 세대를 돕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 “마지막으로 장애인 청년들은 드림센터 이미 두 개층에서 하고 있듯 잘 섬기면 좋겠다”며 “이런 내용들을 가지고 분당우리교회가 ‘1만 성도 파송 운동’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찬수 목사는 “2주 전 순장님들에게 이런 내용들을 나눴더니, 많이 울었다는 마음 아픈 소식들이 들렸다. ‘제가 안 나가니 목사님이 나간다고 하시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6곳을 분립개척했는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어느 집사님, 권사님이 간다고 하실 때마다 슬프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겪었으면 안 해야 할텐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의 시도가 너무 가슴 아픈 일인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를 살리는 일이다. 우리도 웃고, 한국교회 많은 성도님들도 웃게 하시는 일이라고 확신한다”며 “눈 가리고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자. 우리가 정말 죽어야 한다. 진짜 제대로 죽을 때, 주님께서 우리를 살려주실 줄 믿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여기서 전 성도님들이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말씀을 사모하는 일이다. 세례 요한이 대단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말씀이 그를 견인했기에 순교의 자리에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며 “인간의 알량한 머리에서 나오는 이벤트가 아니라, 전 교회적으로 어떻게 하면 제대로 무브먼트가 일어날지 기도하면서 말씀을 사모하는 믿음의 성도님들 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날마다 비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날마다 채우기만 한다면, 동양 철학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롬 14:8)”라며 “내 한 교회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땅 모든 교회들이 힘을 얻어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일어나는 위대한 꿈을 꾸면서, 남은 기간 차질 없이 아름다운 예배를 올려드리자”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설교에서 세례 요한에 대해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기에,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살아났다”며 “오늘날 강단이 힘이 없고 목사들의 말에 신뢰가 없으며 설교에 악플이 난무하는 이유는, 목사들의 존재감과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 아닌가. 우리가 커지면서 메시지가 죽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내가 존재감을 죽이면, 주님께서 살려주신다. 주인 되시는 주님께서 세례 요한을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이(마 11:11)’라고 인정해 주시지 않았나”라며 “이것이 복음의 원리이다. 우리가 스스로 존재감을 계속 키워가면서 무슨 말만 하면 ‘자존심 상했다, 상처받았다’고 하는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1만 성도 파송 운동’의 배경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2012년 6월 4일 새벽 3시 정각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셨다. ‘미자립교회가 이렇게 많고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너희 교회로만 1년에 4-5천명씩 등록하는 게 옳은 일이냐?’고 하셨다”며 “잠결에 두 가지를 약속드렸다. 등록성도가 2만 명이 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오늘부터 만 10년에 걸쳐 1만-1만 5천명을 파송하겠다. 그리고 드림센터 입주 6개월 되던 때였는데, 10년만 더 쓰고 이 건물을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환원하겠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될 것 같지 않았다. 성도가 물건도 아니고, 가라고 한다고 가게 되는가”라며 “그런데 하나님께서 지난 7년간 교회 장로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게 하셨고, 새벽마다 씨름하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 지혜를 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분당우리교회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폐렴) 감염 확산에 따라 주일인 23일부터 모든 예배를 송림 본당 대신 서현 드림센터에서만 드리기로 했다. 모든 예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로 했으며, 대청교구 예배와 주일학교 현장 예배도 당분간 드리지 않는다. 찬양대와 찬양팀, 새가족부도 송림 본당 사용이 가능할 때까지 사역이 중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