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II. 4:9-15 신부의 매력과 미덕, 그리고 즐거움의 근원으로서의 신부

1. 신랑의 마음을 정복한 신부의 네 가지 매력 (4:9-10)

솔로몬은 자신의 마음이 신부에게 빼앗겼던 신부의 매력 네 가지를 고백하고 있다.

(1) 첫 번째 매력은 신부의 눈이었다. 이미 앞에서 신부의 눈을 비둘기 같은 눈이라고 칭찬하였다. 그녀의 눈은 신랑의 마음을 온통 빼앗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2) 두 번째는 목의 구슬꿰미이다. 술람미의 목은 유달리 곧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런 목에 패물로 단장되어 더욱 돋보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인간의 노력으로 더욱 돋보이게 꾸미는 것 자체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3) 세 번째는 포도주보다 더 진한 사랑이다. 신부는 그의 사랑이 포도주보다 진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여기에서 포도주는 즐거움을 의미한다. 신부의 사랑은 세속적인 즐거움을 능가하여 신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고 힘이 있었다.

(4) 네 번째는 각양 향품보다 승한 기름의 향기이다. 신부가 훌륭한 향품으로 화장한 것이 솔로몬에게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은은하게 풍겨나는 신부의 향품 냄새는 신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우리들의 삶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냄새가 되어야 한다.

2. 신부의 세 가지 미덕 (4:11)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이 지니고 있는 미덕을 세 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1) 첫째는 술람미 여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꿀방울 같이 달고 아름다웠다. 이것은 신앙적으로 성도의 기도를 의미한다.

(2) 두 번째는 혀 밑에 꿀과 젖이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꿀과 젖은 하나님의 말씀을 의미한다. 혀 밑에 꿀과 젖이 있다는 것은 곧 혀로 말씀을 전파하고 말씀을 증거함을 의미한다.

(3) 세 번째는 의복의 향기가 레바논의 향기 같다는 것이다. 레바논에서는 각종 향목과 향초가 자라기 때문에 레바논 향료는 당시 세계에서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런 향기가 곧 그녀의 의복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복은 곧 행실을 의미한다. 향료가 주위 환경을 신선하게 하고 악취를 제거하듯이 의로운 행실은 곧 세상의 악함을 막고 신선하고 신령한 기운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3. 즐거움의 근원으로서의 신부 (4:12-16)

이 부분에서 신부 술람미 여인은 우물 혹은 흐르는 시냇물로 표현되고 있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요소이다. 더구나 물이 늘 부족한 이스라엘에서 그 물은 어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다. 이스라엘에서의 물로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땅 속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이 그것이다. 그런데 비는 겨울철에만 내리는 제한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땅 속의 지하수가 솟아나는 샘물은 시간에 제한 없이 항상 얻을 수 있다. 최초의 인간에게 주어졌던 낙원인 에덴동산은 큰 샘물이 솟아나 네 개의 강을 이룰 만큼 물이 풍부한 동산이었다. 물이 풍부하게 되면 자연히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성경에서 물은 곧 축복을 의미하였다.

샘물은 또한 비유적으로 행복한 부부생활을 의미하였다. 잠언 5:15-19에 보면 샘물은 곧 결혼한 아내를 의미하며 그 샘의 물을 마시는 것은 그 아내와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의미한다. "너는 네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라. 어찌하여 네 샘물을 집 밖으로 넘치게 하겠으며 네 도랑물을 거리로 흘러가게 하겠느냐? 그 물로 네게만 있게 하고 타인으로 더불어 그것을 나누지 말라. 네 샘으로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취한 아내를 즐거워하라. 그는 사랑스러운 암사슴 같고 아름다운 암노루 같으니 너는 그 품을 항상 족하게 여기며 그 사랑을 항상 연모하라."

솔로몬은 자기의 신부 술람미 여인을 "잠근 동산" "덮은 우물" "봉한 샘"이라고 하였다. '잠근 동산'이란 일반에게 공개된 공원이 아니라 주인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일종의 '비원'을 의미한다. 술람미 여인은 오직 솔로몬에게만 속한 여인이다. 그래서 마치 입구가 막혀있고 벽으로 둘러친 동산과 같이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스라엘의 동산은 침입자를 막기 위하여 담이 둘려져 있었다.

그녀는 또한 봉한 우물과 같아서 주인만이 그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결혼한 두 부부는 다른 누구에게 속할 수가 없다. 술람미 여인에게서 솟아나는 샘물은 남편을 위하여 고이 간직된 순결로서 오직 솔로몬만이 마실 수 있는 물이었다. 4:12에서 그 물은 솔로몬에게 갈증을 풀어주고 그를 완전하게 만족시켜주는 '생수'이었다. 남편과 아내는 세상의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행복의 원천이다. 솔로몬은 신부를 생각할 때마다 마치 생수를 마시듯 넘치는 새 힘을 얻는다. 바울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서술할 때에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얻게 된다. 아내가

물이 풍부한 동산에서 아름다운 각종 과일이 열리듯, 술람미 여인의 사랑 샘물에서는 여러 종류의 향기로운 꽃들과 과일들이 맺혀진다. 석류나무, 각종 아름다운 과수, 고벨화, 나도초, 나도, 번홍화, 창포, 계수, 각종 유향목, 몰약, 침향, 모든 귀한 향품 등등. 여기에서 언급되고 있는 내용은 모두 12가지인데, 이를 크게 나누면 분류하면, (1) 아름다운 실과, (2) 각종 화초, 그리고 (3) 각종 향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은 사랑의 풍성함을 보여준다. 사랑 안에서 누리는 행복한 삶이 얼마나 풍성한 삶인가를 보여준다. 신앙 안에서 우리들에게도 성령의 9가지 열매가 있다.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인내와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갈 5:22-23).    

III. 결혼의 완성 (4:16-5:1)

결혼식은 신부의 신랑을 향한 초청(4:16)과 신랑의 초청 수락(5:1)으로 완성된다.

4:16은 결혼식과 관련된 부분에서 술람미 여인이 유일하게 말하는 대목이다. 그녀는 이제 솔로몬의 사랑 노래에 응답하고 있다. 그녀의 응답 속에는 솔로몬의 모든 사랑 요구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고백이 들어 있다. 술람미는 앞에서 이야기된 동산의 이미지를 그대로 연결시켜 서늘한 북풍과 따뜻한 남풍이 일어나 불어오라고 노래한다. 바람이 불면 자기의 신랑이 그녀에게서 풍겨올 것으로 찬양하였던 그 황홀한 각종 향기들이 사면으로 흩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을 위하여 고이 간진된 잠긴 동산이고 봉한 샘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가려진 순결이 남편에게 활짝 열리는 순간이다. 님을 자신의 동산으로 초대하여 탐스러운 열매들을 마음대로 따먹을 수 있도록 자신을 열어 놓고 있다.

5:1은 신랑이 신부의 초청을 따라 그의 동산에 들어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내용이다.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자신의 동산이라고 불렀다. 그는 자기의 동산에 들어가 그녀의 것을 완전하게 소유하였다. 아내와의 결합은 동산에 몰약을 모아 두는 것보다 즐거웠고, 꿀을 먹는 것만큼이나 달콤하였고, 가장 좋은 포도주와 젖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신랑은 마지막 부분에서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들에게 결혼식 잔치에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것을 권하고 있다. 부부간의 사랑은 두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은밀하고 가려진 행복이지만 그 사랑의 행복감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신앙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도와 나누는 깊은 사랑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지만, 그런 신앙의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사랑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