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이러니합니다. 신앙을 지키고자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목숨을 바쳤는데… 정작 장례식장에서는 일본 황실에 죽음을 갖다 바친다는 의미가 가득하니 말이예요.”

가정 사역단체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가 29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장례 문화의 ‘독립’을 선언했다. 여전히 그것에 일본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후나비 대표 이성환 장로, 김향숙 사모, 송길원 목사
▲상례독립선언을 통한 기독교적 상례 대안모델 데시 기자간담회가 고후나비 대표, 하이패밀리 공동대표, 청란교회 장례문화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 중이다. ⓒ김신의 기자
“알다시피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입니다. ‘소니’와 ‘코끼리 밥솥’을 쓰던 ‘기술 속국(屬國)’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만, 장례문화에는 여전히 심각한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어 ‘장례 속국’의 오명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례는 그 집안의 마지막 얼굴’이라는 말이 있는데, 성경적 장례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이패밀리의 공동대표 송길원 목사는 장례문화에 남은 일제의 잔재 중 하나로 ‘흰 국화꽃 장식과 헌화’를 꼽았다. 송 목사는 “국화는 일본 황실을 상징하고, 천황에게 모든 것을 돌린다는 의미로 쓰였다. 일본 여권과 동전 등에서도 국화를 발견할 수 있다”며 “군인 앞에 흰 꽃을 던지면 모독이라고 하는 이유가 항복, 체념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제의 잔재는 국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삼베 수의’ 역시 일제의 잔재다. 일제가 자원 공출을 위해 죄수복을 상징하는 삼베로 짠 수의를 한국에 강제로 확산시킨 것. 본래 한국은 고인에게 비단 등 생전 입던 옷 중 가장 좋은 것을 입혀왔다고 송 목사는 말했다. 상주, 가족, 문상객 구분을 위해 수를 달리한 검은 줄의 ‘완장’ 역시 멀리서도 감시하기 쉽게 한 수단이었다고. 이밖에도 송 목사는 “삼일장도 모이는 걸 흩어버리기 위해 만든 문화다. 거기에 유교, 불교 문화가 더해져 기독교 문화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병원의 몫이라 해도, 죽음은 종교의 영역입니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직무를 유기했다고 봅니다. 여태까지 모델이 없었죠. 그러나 지금이라도 교회 중심의 장례 문화를 개발해야 합니다.”

송길원 목사
▲하이패밀리 공동대표 송길원 목사. ⓒ김신의 기자
사실 하이패밀리는 일찍이 장례문화의 개선을 위해 수의 대신 평상복 입기 운동을 펼쳐왔다. 또 ‘천국 환송 예배’라는 말도 사용했다. 올해는 더 나아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장례 독립 선언’을 하고 기독교가 주도하여 한국 사회의 장례 문화를 변화시키는 제2의 독립운동을 일으키고자 한다.

“최근 서울시에서 현재의 장례문화 상당수가 일제의 잔재임을 고발하는 ‘빼앗긴 길,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이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열었는데, 대안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대안을 갖고 있죠. 교회에서의 죽음은 기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 교육의 현장입니다.”

최근 하이패밀리는 청란교회와 함께 시편 116편 15절(성도의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시는도다)와 잠언 14장 32절(의인은 그 '죽음'에도 소망이 있느니라)을 중심 성구로 삼고 △참된 하늘의 위로와 천국 잔치를 미리 맛보며 경험하는 것 △유족들이 임종 후 가족과 충분한 애도와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 등의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이밖에도 한국의 전통을 살림과 동시에 ‘요람부터 죽음’을 담은 병풍, 어린이 장례 예배 등 여러 문화를 마련하고자 한다.

“여전히 부모 먼저 죽은 아이들을 대역죄인이라면서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거나, 아이들을 위한 매장지 또는 묘원이 없습니다. 또 결혼을 하지 않으면 ‘처녀 귀신 총각 귀신’이러면서 장례를 제대로 안 치러줘요. 너무 큰 비극이에요. 배려가 없어요.”

송 목사는 유가족들이 애도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걸 문제점 중의 하나로 꼽았다. 그러면서 해외 및 국내의 기독교적 장례식 문화를 소개했다.

“최근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교회당에서 있었죠. 대개 교회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장례식에서 고인을 떠올리면서 가문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또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죽음 계획서를 작성합니다. 제가 부산에 있을 때는 ‘천국 환송 예배’ 후에 교인 등록까지 이어지는 걸 많이 봤습니다. 교회가 죽음을 교육하고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일을 해야 해요. 이제까지 몰랐던 일을 알게 됐으니, 가족이 하나가 되고, 힐링을 경험하고, 용납하고 용서하는 장례문화를 앞장서 열어 가야죠.”

한편 하이패밀리는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교회를 대상으로 오는 2월 18일 양평 가족테마파크 W-스토리에서 ‘해피엔딩스쿨’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세이레 새벽기도 교재 및 상(장)례 문화의 개선지침을 구체적으로 나누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