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지훈 박사, 김영한 박사, 강경림 박사 ⓒ기독교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7일 오후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18세기 화란정통신학자 고마루스의 영성과 예정사상'이라는 주제로 제72회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먼저 개회예배 설교는 김영종 목사(숭실대 명예교수)가 했고, 김영한 박사(원장, 샬롬나비 대표)가 개회사를 전한 후 김지훈 박사(신반포중앙교회 담임)가 발표했다. 논평은 강경림 교수(안양대)가 맡았다.

'예정론과 언약론: 고마루스(Franciscus Gomarus,1563~1641) 신학의 두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지훈 박사는 "네델란드 신학자 프란치스쿠스 고마루스는 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자들 중에서 대표적인 칼빈주의적 예정론자요, 제네바 신학자 베자와 함께 타락 전 선택론(Supralapsarismus, 이하 전택론)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신학자"라고 했다.

김 박사는 "고마루스에게 있어서 예정론은 그의 신학의 논리적인 근원이 아니다. 고마루스가 예정론을 변증하고자 힘썼던 것은 예정론이 하나님의 은혜의 절대성과 무조건성을 설명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의 구속 은혜는 무조건적이며, 사람의 공로와 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고마루스는 은혜의 절대성을 위해서 전택론적인 예정론을 전개한다. 물론 이 전택론적인 전개 속에서 지금의 교회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중세 스콜라적인 논증이 나타난다. 또한 하나님의 예정의 순서를 두어서 그것을 논리화시키는 것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많은 비판이 있었고, 그 비판은 정당하다"며 "그럼에도 전택론에는 장점이 있다. 그것은 은혜의 절대성이며, 그 은혜의 절대성은 인간의 부패와 죄를 능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전택론은 죄에 대하여 강점을 가진다. 죄는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며, 하나님의 작정 안에 있으면서 그 분의 선을 이루는 도구이다. 죄는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대적이지만, 그것조차도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 성도와 교회는 죄와 부패 속에서도 자신의 구원을 확신할 수 있다. 사람의 부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는 절대적이다. 이런 은혜관과 인간관은 고마루스가 중세 스콜라에 속한 사람이 아니고, 종교 개혁의 '오직 은혜'의 신학에 속한 사람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동시에 고마루스는 예정론이 아니라, 언약론을 가지고 성경의 구속사를 파악한다. 하나님은 언약을 주셨고, 구약에서는 그 언약의 내용이신 그리스도의 모형으로 그 약속을 확인하신다"며 "그리고 신약에서는 언약의 실체인 그리스도께서 오셨다. 신구약이 그리스도의 복음으로서 관통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운명론적인 이해가 없으며 언약론에 입각한 구원사가 나타난다"고 했다.

김 박사는 "고마루스에게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언약은 쌍방향적인 것으로 이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은혜롭다. 왜냐하면 언약의 조건이 되는 믿음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시기 때문"이라며 "이 언약론과 함께 고마루스는 모든 것 위에 있는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한다. 언약을 받는 자는 택자이다. 그러므로 택자는 스스로 가치가 있어서 은혜를 받은 것이 아니며, 교회가 어떤 조건이 있어서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이 아니다. 예정론과 언약론은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대한 각각 다른 관점이며, 각각의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고마루스의 신학을 떠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인 예정론과 언약론은 또한 교회를 떠 받치는 두 기둥과 같다"며 "한 교리는 하나님의 은혜의 깊이가 성도의 인식과 인과율을 넘어서는 무조건적인 것임을 가르쳐 준다. 이 은혜는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것이기에 실패하지 않으실 것이다. 또 다른 한 교리는 그렇게 은혜 받은 성도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며, 이 땅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수행해가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이어 "구약 이스라엘 민족과 신약 교회의 하나님은 침묵하신 채 자신의 일만 하시는 운명론적인 하나님이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기뻐하시고 슬퍼하시며 칭찬하시고 야단치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이라며 "언약론은 이 하나님과 그 분의 백성 사이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성경은 이 하나님의 두 모습을 모순 없이 그대로 제시하며, 이 두 모습이 한 하나님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하나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역시 이 두 가르침을 통하여 교회와 성도에게 있어야 할 두 가지 내용을 보게 된다. 그것은 위로와 사명"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겸손과 자부심, 은혜와 책임, 위로와 책망이 모순되지 않으며, 동시에 존재한다. 예정론과 언약론은 이 두 가지를 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가르쳐 준다"며 "교회는 이 두 기둥을 두 다리로 삼아서 그리스도에게까지 장성하는 충만으로 나아간다. 이 두 교리를 균형있게 사용하는 것은 지금도 교회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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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앞서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박사는 "어느 누구도 예정론에 서서 하나님의 작정을 논할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이며 우리는 예정의 대상이지 예정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고마루스의 예정 사상은 비록 타락전 선택론이라는 사변적인 내용일지라도 성경에 계시된 말씀에 대한 그의 깊은 성찰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예정교리는 우리를 선택하신 하나님의 주권적 은총에 감사하며 삶을 통해서 구원의 확신을 체험하면서 하나님께 찬양과 감사를 돌리는 교리"라면서 "그러므로 고마루스는 예정론과 함께 언약론을 강조하였다. 언약론에서는 택함을 받은 우리성도들의 능동적 반응, 하나님의 선택에 대한 우리의 신앙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정교리를 소중히 여기는 신자와 교회가 많아져야한다. 목회자들은 설교를 통해 은혜의 교리가 힘있게 증거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