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최대 교단이라는 예장 합동과 통합의 총회가 지난 주 진행됐다. 총회에서는 각 교회와 노회를 대표하는 목사·장로들이 모여 새로운 임원을 선출할 뿐 아니라, 지난 1년을 결산하고 앞으로 1년간의 계획을 추인하며, 2-3년 이상 교단의 장기 로드맵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매년 그래왔듯 총회는 특정 사안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예장 통합 총회가 특히 그랬다.

제103회 통합 총회는 명성교회의 지난해 11월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청빙과 세습 논란, 이에 대한 교단 규칙부와 헌법위원회의 해석,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총회재판국 청빙유효 판결에 대한 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4일 내내 명성교회 이야기만 가득했다.

잘못된 해석이나 판결을 교단을 대표하는 총대들이 모여 바로잡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사회 여론과 여러 매스컴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으니 부담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의 명성교회 청빙 유효 판결에 대한 인정 여부만 토론을 통해 가부간 결정하면 끝날 일을, 4일 내내 헌법위원회, 규칙부, 총회재판국, 정치부, 총회 임원회 보고 등에서 명성교회 이야기만 하는 것이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실제로 4일간 명성교회 관련 토론이 지리하게 펼쳐졌지만, 대부분 같은 입장을 반복해서 피력하는 데 불과했다. 현장이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방송사들이 취재를 나온 상황에서 ‘감히’ 다른 목소리를 내는 총대들도 몇 없었다.

심지어는 총회재판국 보고 당시 절규하듯 억울함을 호소하던 한 총대의 목소리마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외면했다. 명성교회 건이 끝나자, 총회는 오후 1시 30분쯤 서둘러 폐회했다. 그러나 총회는 애초에 오후 5시까지 회무를 열도록 돼 있었다.

통합 교단 내에는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 외에 교회가 9천여곳, 노회가 66곳이나 더 있다. 이들 중에는 명성교회만큼 교회가 크지 않아서, 그리고 명성교회만큼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해서 억울한 처분을 당하고도 총대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곳들이 적지 않다. 총대로 파송받지 못해 아예 보고서에 사연 한 장 올리지 못한 교회도 부지기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명성교회 판결에만 관심을 기울인 이들이야말로, 그들이 그렇게도 혐오하던 정치꾼이요, 대형교회 주의자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국 교회를 대표해 참석한 총대들이라면, 각 교회들의 목소리를 동일하게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대의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며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번 총회에서의 명성교회 건 처리는 그 방향이 옳았다 해도, 이러한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통합 제103회 총회
▲제103회 총회 회무가 진행되고 있다. ⓒ총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