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의 위치(2)
(3) 창조 이전 신의 위치에 대한 고찰
*이 칼럼은 필자의 『과학과 신의 전쟁』에서 '과학적 쟁점들에 대한 답안' 부분을 인용했다.
지성을 갖춘 현대인이라면 조용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또는 혼자 어딘가를 걸어가면서, 자신이 현존하는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이 좀 더 발전하면 자신의 존재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이르게 된다. 나아가 인류, 지구, 그리고 우주를 넘어 존재의 최초 원인을 생각해보게 된다. 존재의 최초 원인에 대해서는 고대 인류의 조상들처럼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신학에서처럼 창조자를 논의하면서, 철학에서처럼 우주와 영혼의 의미를 사색하면서, 그리고 과학에서처럼 물질의 기원과 변화를 탐구하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시대와 각 사람의 생각에 따라서 존재의 최초 원인을 설명하는 유형은 다양하게 나눠진다. 신의 존재와 창조를 무조건 믿었던 신화의 단계에서는 영원한 신이 물질을 만들었다는 유형과 신이 물질에서 탄생했다는 유형으로 나눠지며, 이런 유형은 신화들에서 발전한 종교와 신학이나 유신론 철학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런 유형은 신이 존재의 최초 원인이며, 신이 우주만물을 창조했다고 전제한다. 철학은 인간을 기준으로 형이상학적 신의 세계와 형이하학적 물질의 세계가 처음부터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이원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물론적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물질 이외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예 연구의 대상에도 넣지 않고 있다.
현대 과학주의 시대에서는 우주가 물질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주는 존재의 전체라는 유물론적 일원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 우주론은 우주가 특이점에서 초고밀도로 압축되어 있던 물질의 작은 덩어리가 우연히 빅뱅(대폭발)에 의해서 팽창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이점이 빅뱅의 발생 시점을 지시하는 것을 넘어 초고밀도로 압축된 물질의 작은 덩어리라는 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그것은 압축된 물질 덩어리가 아니라, 영원불변의 '우주에너지 총량'일 뿐이다. 무신론적 진화론은 빅뱅에 의해서 발생한 물질의 화학작용으로 생명이 저절로 발생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무신론적 진화론과 유신론적 창조론은 신의 존재와 우주의 기원을 놓고 양편으로 갈라져 격렬하게 논쟁하고 있다. 그런데 유신론을 믿는 사람들은 대개 우주를 창조한 신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활동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독교 신학에서는 신이 인간성을 초월하는 3가지 고유한 속성을 가졌다고 설명한다. 자존성(自存性), 불변성(不變性), 그리고 무한성(無限性)이 그것들이다. 앞의 두 가지는 다른 기회에 논의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무한성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논의하겠다. 이 칼럼의 주제인 하나님이 '어디에서' 창조하셨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신이 존재하는 위치를 찾아야 하고, 무한성은 신이 존재하는 위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창조자인 신의 존재를 찾는 작업은 신의 속성에 무한성을 포함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한은 존재하는 것들의 전체를 내포(內包)한 다음에 그 바깥 사방(四方)으로 끝없이 깊고 넓게 확장될 수 있는 유일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에서 존재는 유한한 위치를 가지는 것이고, 존재의 바깥은 무(無)이다. 결국 존재는 노자(老子)가 말한 것처럼 존재의 전체인 유(有)와 그 바깥의 무(無)로 나눠져 있다.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영원불변하는 우주 에너지 총량이 존재의 전체이다. 무(無)는 유(有)가 존재하므로 그 바깥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말하자면 무는 유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따라서 신은 존재의 전체인 유(有)의 안에서 존재한다.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긍정한다면, 신은 존재의 바깥인 무(無)에는 결코 존재할 수가 없다는 사실도 긍정해야 한다.
신이 우리우주를 창조하기 이전에 에너지 세계에서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동안 신의 속성에 무한성을 부여했던 신학적 인식에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최초에 존재했던 유일신은 존재의 전체를 포괄했으므로 그에게 무한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게 주장한다면 다시 문제가 제기된다. 창조 이전에는 우주 에너지 전체가 신이고, 창조 이후에는 우주만물이 신을 구성하는 부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과 신의 타자성(他者性)을 부정하는 범신론 또는 범재신론에 빠지게 되는 논리이다. 인간이 자신을 신의 몸 안에서 살아가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범신론 따위는 부정된다. 존재를 관념적으로 사유하게 되면, 그 반대 개념인 비존재(非存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존재와 비존재의 관계는 대칭성의 법칙에 의해서 추론할 수 있다. 대칭성은 존재의 최고 법칙이다. 존재는 대칭성의 법칙에 따라 발전한다. 신은 우주 에너지 안에서,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스스로' 존재하게 되었다. 신은 창조 이전에는 우주 에너지 세계 안에서 최초의 생명적 존재였다. 우주론에서 대칭성의 법칙을 논의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대칭성의 법칙을 이해하지 않고 현대 창조론을 논의할 수 없다.
(4) 창조 이후 존재의 발전과 위치
우주만물은 신이 그의 능력으로 창조하신 것이다. 우주만물은 발전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신의 창조 사건은 대칭성의 법칙을 따라 사물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므로 존재가 대칭성의 법칙에 따라 나눠지는 것과 신에 의한 창조는 동일한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모든 변화는 창조이며, 대칭성의 법칙을 따라 나누거나 나눠진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영원불변하게 존재하는 에너지 세계에서 대칭성의 법칙을 적용하면 신의 존재가 형이상학적 필연이며,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임을 입증했다. 또한 진화론을 적용해도 마찬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대칭성 법칙을 음양론(陰陽論)의 원리 즉 변화의 원리로 파악하고 있다. 기독교는 신이 우주만물의 창조자라는 것이 기본 교리이다. 신의 계획에 의한 창조 사건은 존재의 전체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우리우주에 대한 대칭성 법칙은 신이 우주 에너지를 물질로 나누는 빅뱅의 과정에서부터 사용되었다. 그런 사실은 빅뱅에서 물질과 반물질의 쌍생성과 쌍소멸, 그리고 양자물리학에서 전자와 양전자의 쌍생성과 쌍소멸 등으로 입증되었다. 이와 같이 존재의 발전이 일어난 장소와 존재의 전체 구조를 '과학적 사실'에 의하여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과학과 신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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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박사가 자신이 쓴 책 「과학과 신의 전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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