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개회강연을 듣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중기독교교류 세미나 개회식 후에는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한 오전 개회강연과 ‘회고’, ‘현황’에 대한 오후 주제강연이 두 차례 진행됐다.

개회강연은 김종구 목사(감리회 동북아선교연구센터 소장)와 감보평 목사(중국기독교협회 부회장)가 맡았다.

김종구 목사 “양국 교회 교류, 세계교회 중요한 바탕”

먼저 김종구 목사는 ‘한국교회와 중국교회 상호교류의 의미와 과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목사는 “한국과 중국 개신교회는 각각 세계 기독교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한국 개신교회는 자본주의 사회질서 아래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성장과 한국사회의 해방,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역사적 경험으로 세계교회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고, 중국 개신교회는 사회주의 사회라는 새로운 사회체제 속에서 교회를 회복하고 교파를 일치시키며 마찬가지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일구어가는 교회로 전세계 교회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종구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목사는 “이러한 양국 교회의 만남과 교류는 체제와 이념을 넘어 세계 기독교의 성숙과 풍요로움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라며 “특별히 오늘날 세계 속에서 성서가 알려주는 일치의 중요성을 서로 배우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며, 지역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는 교회를 이루는 구체적인 비결을 서로 나누는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기존 한·중 교회간 교류의 주요 흐름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중국기독교협회(CCC), 복음주의권 교회와 CCC 등 두 가지를 꼽았다. NCCK와 CCC는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한중교회협의회를 개최하고 협정문을 체결한 후, 양국을 상호 방문하면서 교회 교류의 미래와 신학교육 문제, 조선족 이주노동자 문제 등을 논의해 왔으나,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교체 시스템 때문에 그 내용이 증진되진 못했다. 이에 반해 복음주의권과 CCC 간의 교류는 한국에서 개체교회들이 주로 참가해 지속적 논의가 가능했고, 중국 종교사무국에서도 강력히 협조하면서 교류가 강화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러한 점에서, 보수반공을 주요 신앙적 토대로 삼는 복음주의권이 중국의 사회주의 정부기관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남는 문제는, 현재 중국에 파송된 선교사 대부분이 교류회에 참여하는 교회들에 소속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존재와 미래가 중국 내에서 해외 선교사들의 종교활동을 금하는 중국의 조례와 중국교회의 자주적 선교방침과 어떻게 융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공통의 과제로는 △신학사상운동의 교류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위한 노력 △양국 내 시민사회 영역을 확대하는 교량 역할 등을 꼽았다. 신학사상 교류의 경우 한국교회는 공공성 회복과 관련한 선교적 실천, 중국교회는 올바른 성경관 확립과 이신칭의의 재해석에 의한 사회적 윤리 강조 등이 주요 과제이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시민사회의 성숙을 위해 보여준 공헌과 최근의 도전까지도, 이제 시민사회 영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중국 사회 속에서 중국 개신교회의 역할과 공헌을 위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감보평 목사 “중국과 한국 교회는 역사적으로 다르다”

감보평 목사는 양국 국민들의 교회에 대한 인식 차이를 언급하면서, 양국 교회의 올바른 교류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고 없이 강연을 진행한 감 목사는 “한국교회는 독립운동에 앞장서는 등 민족 중흥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으나, 중국교회는 항일전쟁 시기에 외세의 침략 하에서 민족의식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채 소속된 서방 선교회 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면서 민족의식과 반비례하는 관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강 열강들의 침탈을 경험하면서, 중국인들은 이들을 반대하며 교회까지 반대하게 됐다는 것.

▲감보평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감 목사는 “두 나라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개인적 관계가 발전하면서, 중한 양국의 관계도 계속해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양국의 정치·경제·문화적 관계도 발전하고 있지만, 양국 교회의 관계는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거나 오히려 양국 관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정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양국 교회가 만남을 시작할 때부터 직면한 문제가 바로 한국교회가 중국교회에서 갖는 신분(위치)에 대한 것으로, 이는 이번 교류회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며 “한국의 적지 않은 교회에서 중국으로 선교사들을 파송해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제가 ‘복음 전도’ 대신 선교라는 용어를 쓴 이유가 있는데, 그 둘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선교사들은 중국에서 법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대부분 선교활동을 하고 있고, 그들을 법으로 제한할 경우 한국에서는 종교 박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 목사는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에서는 교회가 민족의식의 중추였지만 중국에선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듯 중국에서 활동하려 해선 안 된다”며 “이는 변질된 교회 의식에 불과하고, 특히 선교라는 단어에는 강한 이념적 문제도 걸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예수님의 방법이 아니라 사람의 방법이고, 참된 이해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상대를 이해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감보평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한국에서 주체이지만 중국에 가면 객체가 될 뿐이고, 중국교회도 이는 마찬가지”라며 “이 주객의 관계에서 객체는 언제나 주체 옆에 서야지, 객체가 주체를 변화시키려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감 목사는 “한국적 상황에서 ‘중국교회는 왜 이러냐’고 해선 안 되고, 이러한 교류를 통해 상대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류의 목적은 상대편을 올바로 알기 위함 아닌가”라며 “어느 쪽이든 자신의 주체 경험을 교리로 만들어 전하려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또 “중한 양국 관계의 정상화는 이미 긴 세월을 흘러 왔으나, 두 나라 교회의 정상화는 아직 한참 더 가야 할 것 같다”며 “교회는 예언자가 돼야지 걸림돌이 돼선 안 되기 때문에, 중한 양국의 교회 교류는 두 나라 정치와 외교의 관계보다 앞서가야 한다”고 했다. 감 목사는 “이번 교류회를 통해 두 나라 교회 관계의 발전이 한 발자국 더 내디딜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가 성령 충만으로 마음을 열고, 각자의 주체적 경험을 내놓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