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목으로 출간된 두 권의 책을 놓고 각각의 특색을 살펴봅니다. 첫번째 책들은 신원하 교수(고신대)의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IVP)>와 조의완 교수(美 Luther Rice대)의 입니다. 두 책 모두 국내 저자라는 점이 흥미로우면서 희망적입니다. -편집자 주

기독교 전통은 우리에게 ‘일곱 가지 대죄(大罪)’의 목록을 전하고 있다. 교만을 비롯해 시기와 탐욕, 탐식, 분노, 정욕, 나태 등이다. 신원하 교수에 따르면 이 목록은 사막의 수도사들이 처음 만들어낸 후 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수도원에서 일반 교회로 가지고 왔으며,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1천년 이상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seven deadly(capital) sins)’로 부르며 가르쳐 왔다.

상세정보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
신원하 | IVP | 227쪽 | 10,000원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는 ‘7대죄’의 기원과 역사를 설명해 나간다. 현재 형태의 7대죄 목록과 정확하게 일치하거나 비슷한 목록은 성경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성경 잠언 6장 등 여러 곳에는 유사한 목록이 있다. 현재 목록과 가장 유사한 최초의 목록은 4세기 수도사 에바그리우스가 만들었고, 요한 카시아누스는 이 목록을 상세히 다뤘다. 죄에 대해 에바그리우스는 ‘악한 사상’들로 위장하여 찾아오는 마귀와의 싸움이라 가르쳤고, 카시아누스는 ‘지나친 욕망’으로 이해했다. 이에 반해 그레고리우스는 “하나님의 권위에 대항하고 그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것”을 죄의 본질로 여겼다.

저자는 성경의 가르침과 교부들, 주요 신학자들의 사상을 따라 7가지 대죄들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 죄들이 구체적인 일상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공동체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과 실제 지침을 모색한다. 그가 표현하는 7대죄는 다음과 같다. ①교만: 뭇별 위의 보좌 ②시기: 녹색 눈의 괴수 ③분노: 사탄의 화로 ④나태: 정오의 마귀 ⑤탐욕: 불룩 나온 올챙이 배 ⑥탐식: 꽉 찬 배와 텅 빈 영혼 ⑦정욕: 타는 갈증에 마시는 바닷물.

대죄를 ‘7’이라는 숫자에 맞추려 한 이유는 △기독교 전통에서 7이 지닌 ‘전체’ 혹은 ‘완성’을 가리키는 특별한 의미 때문이거나 △한 주가 7일이기에 주 단위로 기도 생활을 하면서 매일 한 가지 죄에 대해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견이다. 성격에 따라 탐식과 정욕을 육체적으로, 나머지를 영적인 죄로 볼 수 있는데, 단테는 이를 왜곡된 사랑(교만·시기·분노), 불충분한 사랑(나태), 과도한 사랑(탐욕·탐식·정욕) 등으로 나눴다.

또 20세기 단테 연구가인 도로시 세이어즈는 ‘뜨거운 마음의 죄(정욕·분노·탐식)’와 ‘차가운 마음의 죄(탐욕·시기·나태·교만)’로 분류했는데, 앞의 것은 일반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상대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죄이고 뒤의 것은 종교적이고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당당한 죄다. 세이어즈는 “예수님은 뒤의 것을 더 신랄하게 꾸짖고 정죄하셨지만, 현대 교회는 예수님과 반대로 뜨거운 마음의 죄를 더 심한 죄로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신원하 교수는 “수도원 전통과 중세 교회, 로마 가톨릭을 통해 내려온 이 7대죄 교리에 오늘날 교회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 교리가 영성훈련과 깊은 관련이 있고, 대죄를 이해하면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하는 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흐름이 보여주는 것은, 죄에 대한 이해가 인간의 변화와 성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죄에 대한 의식이나 논의가 거의 사라져 교회에서만 사용되는 특수 용어로 축소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하면 다른 죄들은 벼룩에 물린 자국과 같으며(C. S. 루이스)”, 교부 시대부터 “다른 일곱 대죄들의 뿌리(그레고리우스)”로 여겨진 ‘교만’을 다룬 방식을 살펴보자. 먼저 교만의 여러 어원을 돌아보면서 성경과 역사를 통해 그 의미를 상세히 풀이한 후 ‘자기 기만’, ‘공동체의 분열’, ‘최후까지 남는 죄’ 등 그 특징과 함께 ‘영적 교만’이 왜 최악의 교만인지까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는 ‘자기 실상 바로 보기’, ‘공동체 훈련’, ‘겸손을 향하여’ 등 교만을 이기는 길들을 제시한 후 ‘성찰과 나눔’을 통해 읽은 내용을 되짚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른 6가지 죄도 이러한 서술 구조를 따르고 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죄를 의식하든 안 하든, 인정하든 거부하든, 사람들은 누구나 죄를 짓고, 개신교회 안팎에서 최근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결국 그 훈련 프로그램이 다루는 기본적인 문제도 결국은 죄 문제”라며 “오늘날에는 죄를 영혼의 오염으로 보는 존재론적 관점과 하나님으로부터 돌아서는 것으로 보는 관계론적 관점의 이해를 종합하는 좀더 온전한 죄 이해가 필요하고, 7대죄론을 연구하는 궁극적 목적이 성화임을 기억하여 단지 ‘옛 옷’을 벗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옷’을 입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정리했다.

상세정보 
iChurch 시대의 일곱가지 치명적 죄악
조의완 | 대장간 | 176쪽 | 9,000원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가 성경과 역사적인 교회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7대죄’를 충실히 정리하고 분석·적용하는 등 교리적인 글이라면, 은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다가오는 실제적인 유혹들을 다루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꼽은 ‘일곱 가지 치명적인 죄악’은 시기, 허영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정욕 등이다.

저자인 조의완 교수는 “현대 소비주의 시대에 무감각해지거나 정당화하기 쉬운 일곱 가지 치명적 죄악을 명명하며, 그것이 어떻게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는지 묘사하는 데 책의 목적이 있다”며 “특정한 죄악들은 특정 시대 상황과 결부된 만큼, 사막 교부들과 중세 신학자들이 중요하게 다뤘던 7가지 치명적인 죄악들을 소비주의적 관점에서 재조명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조 교수는 소비주의 방식에 길든 세대의 기독교 신앙을 ‘iChurch’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2장에서 이들의 자화상을 지적하고 있는데, 어쩌면 저자의 주장은 이곳에 집약돼 있을지 모른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유명인 예화 신드롬’이다. 목회자들은 CEO나 정치인, 스포츠인, 예술가 등 유명인들의 일화를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설교를 통해 자주 소개하지만, 그들의 신앙이나 도덕성, 삶의 방식은 전혀 검증하지 않은 상태다. 유명인들의 예는 뇌리에 깊이 각인돼 시너지 효과가 분명 있지만, 그 유명인이 ‘타이거 우즈’처럼 추락하기라도 하면 당혹스럽다. 예화 설교의 매력은 감동을 배가시키는 데 있지만, ‘성공주의 신학’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현대 교회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화됐고, ‘종교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새로운 충격에 안간힘을 쓴다. 성도들은 요즘처럼 ‘신앙 생활’이 편한 때가 없지만, 우리의 ‘영적 생활’에 도움을 주는지는 다른 문제다. 실제로 ‘순종’이나 ‘헌신’은 줄어들지 않았나. 자신이 원하는 교회나 신앙의 도구들을 ‘선택’하다 보니, ‘메뚜기 신도들’만 늘어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풍성한 기독교 문화의 아이템들로 기독교는 이 세대에 ‘쿨’하게 인식될지 모르겠지만, 복음의 진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마치 표면적으로는 불교로 개종했지만 내면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간직하며 지내자는 일본 기독교 초기 핍박기의 ‘숨은 그리스도인들’ 전략의 일종인데, 그 결과 일본인들에게 기독교는 토속 종교와 별다를 것이 없어졌다. “숨은 기독교의 말로는 이와 같다. 진리를 감추거나 한 사회 문화 속에 종속시키는 일은 진리를 보호하거나 성도를 견고케 하는 충격을 주기보다는 거꾸로 그 문화 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변질시킨다.”

조 교수는 iChurch 그리스도인들이 회복해야 할 삶의 본을 ‘사막의 교부들과 수도사들이 몸소 보였던 죄악들과의 분투’에서 찾는다. ‘7대죄’ 목록을 만들었던 그들 말이다. 그들은 기독교 본래의 순수성을 회복하고자 사막으로 물러났고, 이는 도망이 아니라 책임감이었다. 자신의 모습에 대한 솔직한 투사와 참회를 통해 그들은 ‘일곱 가지 치명적인 죄악’의 기초를 닦았다. 자신의 바람과 소원대로 ‘살려는’ 욕망은 허다하나, 자신의 죄악을 ‘죽이기’ 위해 분투하는 신앙의 자리는 부재한 iChurch 세대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죄악들을 직시하고 돌이키는 일이다.

일곱 가지 죄악들에 대해 교부 시대와 현대를 아울러 구체적으로 살펴본 저자는 한국교회를 향해 “어떤 새로운 역사를 이루겠다는 야심과 포부보다는, 혹은 문제가 있다는 날선 비판보다는 차분히 자신의 죄를 목도하고 애통해하며 죄를 이겨내기 위해 힘을 다하는 오랜 경주에 매잔한다면 현재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는 새로운 돌파구 내지 시대의 지표가 되는 모습은 뜻밖에 쉽게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죄악에 맞서 분투하는 혈기왕성한 투사가 아닌, 겸손한 무릎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갈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