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KBS홀에서 한-이스라엘 건국 60주년 음악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고수지 양.

바이올리니스트 고수지 양(14)의 연주는 모든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3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은행 신년음악회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KBS교향악단과 협연했다.


고수지 양은 7살 때 예루살렘 교향악단 협연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한국,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약 20여 차례나 공연을 가지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녀는 생후 6개월째 당시 예루살렘대학에서 고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고세진 아신대 총장에게 입양된 후, 아버지의 권유로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딸의 공연을 30여분 앞두고 분장실에서 만난 고세진 총장의 손에는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딸의 공연 준비로 저녁식사도 하지 못해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인터뷰에 응한 그의 모습은 한 대학의 총장이 아니라 한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매니저의 모습이었다.

▲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친 후 고세진 총장과 고수지 양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아직 어린 수지 양의 공연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선물임을 감사합니다. 저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고 특히나 클래식은 더욱 모릅니다. 그런데 딸의 공연을 계속 보게 되면서 점점 음악을 알게 되고 또 제 삶의 폭과 넓이가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딸이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얼마 전에 방송됐던 ‘베토벤 바이러스’도 다 보진 못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봤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딸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수지 양의 평소 모습과 연주할 때의 모습은 어떤가요.

“아직 14살인 수지는 평소에 친구들과 있을 것을 보면 완전 어린아이에요.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죠. 그런데 바이올린만 들면 사람이 달라져요. 옆에서 보면 연주에 몰입해 악기와 하나가 된 것 같아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A단조는 웬만한 바이올리니스트도 1년 이상 연습을 해야 무대에 설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딸은 3개월 만에 마스터 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미국 예일대학교 음악대학 학장 로버트 블래커 씨는 ‘거짓말이거나 천재거나’라고 하더군요.”

-수지 양의 꿈은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오직 음악, 바이올린에만 목표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 날은 이야기했습니다. ‘나중에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최고의 음악가가 되면 뭐하려고?’ 그런 질문을 했더니 나중에는 하나님과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고백하더군요. 그 중에도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한국의 많은 고아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꿈을 향해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공연 10분 전이었다. 고 총장은 얼른 분장실로 들어가 딸의 마지막 준비를 도왔다. 고수지 양은 이날 라벨(M. Ravel)의 찌간느 작품76(Tzigane, op.76)과 사라사테(P. Sarasate)의 서주와 타란텔라 C장조 작품43(Introduction & Tarantella in C major, op.43)을 완벽히 연주했다. 하지만 아버지 고 총장은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고 총장은 수지가 연주할 때 가족이 객석에 있으면 부담스러워한다며 방송으로 딸의 연주를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