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선 후보 초청 새들백교회 시민포럼에서 함께 한 릭 워렌 목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릭 워렌 목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서 축복기도를 맡게 된 것을 두고 미 진보진영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 진보진영에서는 17일(현지시각)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가 워렌 목사를 축복기도자로 발표한 뒤로부터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성애와 낙태를 강력히 반대하는 워렌 목사의 보수적 성향이 ‘통합’을 강조하는 오바마 정권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지난 달 통과된 캘리포니아 주 프로포지션 8(동성결혼 합법화 저지를 위한 주민발의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동성애 반대운동에 앞장서 온 워렌 목사가 미국 사회의 ‘분열’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 동성애자 권익 옹호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은 오바마 당선인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동성애 반대운동을 주도해 온 인사에게 역사적 자리에 설 기회를 준 결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선택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동성애자로 알려진 바니 프랭크 의원 등을 비롯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워렌 목사를 선택한 것은 오바마 당선자를 지지했던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성적소수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진보진영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견해차가 있더라도 화합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2년 전 워렌 목사는 내가 동성애나 낙태에 다른 견해를 가진 걸 알면서도 나를 교회에 초청해 연설을 할 수 있게 해 줬다”고 워렌 목사를 옹호했다.

한편 미 언론은 이번 논란을 둘러싸고, 빌리 그래함 목사에 이어 복음주의의 대표 지도자로 부상한 워렌 목사가 어떻게 진보진영의 반발을 수습하고 축복기도를 통해 미국의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렌 목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한 이슬람 집회에 참석한 중 “모든 문제에 있어서 모든 사람의 의견이 항상 같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이번 일과 관련해 언급한 바 있다.

또 진보진영에서 자신이 분열의 상징이자 동성애 혐오자(homophobe)로 여겨지는 데 대해서는, “나는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동성애자인 친구가 있으며 그들과 함께 식사도 한다. 새들백교회는 에이즈 치료를 위해 어떤 단체보다도 더 헌신하고 있다”며 “(기독교인이면서) 무슬림을 비롯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모두를 사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