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의 평화 행사의 적합성 여부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있는 선교단체들. ⓒ송경호 기자

한국 선교단체인 인터콥(본부장 최바울 선교사)이 아프가니스탄 평화대행진을 대규모로 개최하는 것을 계획중인 가운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교계 단체들이 “분쟁지역에서의 무리한 행사 추진”이라며 안전 등의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콥은 지난 2004년에도 역시 군사적 긴장관계에 있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평화대행진 행사를 개최해 논란을 일으켰으나 이번처럼 한기총, KWMA 등 교계의 굵직한 단체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한기총과 KWMA 주최로 열린 2006년세계선교대회를 위한 회원교단, 선교단체 대표자 회의에서도 아프가니스탄 평화대행진에 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돼 KWMA 강승삼 사무총장과 인터콥 최바울 본부장간의 설전이 장시간 오갔다.

KWMA 사무총장이자 한기총 선교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강승삼 목사는 이날 평화대행진에 대해 “현지 선교사들에게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전달했으나 최바울 목사는 “아프간 평화대행진은 문화·스포츠 행사일 뿐 현지 선교에 지장을 줄 요소가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현재 양측이 대화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콥 측은 오는 8월로 예정된 평화대행진 행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논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강승삼 목사, “아프간 평화행진, 궁극적으론 선교에 피해”=강승삼 목사는 선교사를 신고하라는 광고가 계속되는 이슬람 국가에서의 평화대행진은 궁극적으로 전방위 개척선교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강 목사는 2005년 12월 국회에 입법고시된 ‘위협국가 여행국민 여권 유효기간 말소법’이 중장기 선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테러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평화대행진을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강승삼 목사는 “교회가 평화사역을 주도해야 함은 마땅하나 이 행사를 계기로 기독교계가 주목받음에 따라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강화될 수 있다”며 “또 혹시 모를 테러가 발생한다면 ‘위협국가 여행국민 여권 유효기간 말소법’의 영향으로 선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강승삼 목사는 “현지 선교사들로부터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콥이 행사를 독단적으로 진행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아프카니스탄 정황상 한국선교의 미래를 위해 이번 행사는 적절한 시기까지 연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바울 선교사 “아프칸 평화대행진은 문화·스포츠행사”=최바울 선교사는 아프간 평화대행진 반대여론에 대해 “비전문적인 소견으로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선교사는 “이번 평화대행진은 아프간 문광부가 인정한 문화스포츠 행사”라며 “현지 문광부가 인정하는 문화행사인데 기독교적 행사라고 정보를 왜곡시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선교 위협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화대행진을 추진하는 카불은 비교적 선교사의 위협이 적은 곳”이라며 “이보다 더한 위협지역에서도 테러 가능성에 대한 보고는 없다”고 못박았다.

국내 선교단체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지적했다. 최바울 선교사는 “행사 개최를 앞두고 선교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4개 단체를 초청해 의견을 들었을 때 1곳을 제외한 나머지 단체들은 모두 행사 취지에 동의했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 평화대행진을 두고 선교단체들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행사를 막을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곳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아프가니스탄 외교부는 한국 외교통상부에 “평화대행진 참석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와 평화대행진 준비는 잠시 소강상태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