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알바니아 선교 동역자 여러분들께.

이전에 살던 집 주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알바니아인들은 하루 두 번 한숨을 쉬고 또 하루 두 번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다. 수돗물이 끊어질 때와 전기가 나갈 때 한숨을 쉬고 반대로 수돗물이 나오고 전기가 들어올 때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다.”


한 동안 좋았던 전기사정이 다시 악화되어 근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과 환호를 번갈아 가며 해야 할 처지입니다. 특히 저희 집에 연결된 전기선이 자주 고장이 나는데, 한번 고장이 나면 2~3일씩 전기가 들어오질 않습니다. 게다가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 난방을 못하게 되니 추운 밤을 지내게 됩니다. ‘오늘은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해야겠다’는 계획도 불시에 나가는 전기로 인해 허사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교회 건물 전기마저 문제가 있어 전기회사에 신고를 하고 기술자를 불러다가 손을 보는데 3주나 걸렸습니다. 벌써 8년째 접어든 알바니아 생활이지만 아직도 이런 부분들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현지 적응을 잘 못한 것 같습니다.

그간 평안들 하셨는지요? 살후 3:16 말씀처럼 평강의 주께서 친히 때마다 일마다 여러분들에게 평강을 주시고 함께 하시기를 소원하며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은 저희 가족 이야기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지난 해 12월 1일, 5년간이나 살았던 집을 이사했습니다. 그 동안 주인과 함께 살면서 저희 가정은 불편함 없었지만, 주인이 자신들의 집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현지인들이 집을 왕래하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도 끝에 현지인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저희 가정만 따로 살 수 있는 집으로 옮겼습니다.

여러 면에서 예전에 살던 집에 비해 불편하고, 단층 슬레이트지붕 집이라 추위와 더위를 견디기에 어려움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이 집을 통해서 저희의 생활만이 아니라 현지인을 축복하시기를 소망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사 이후 교회에 출석하는 가정들과 좋은 식사 교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와 같은 정기모임을 저희 집에서 하면서 서로의 신앙을 격려하고 세워 가려고 합니다.

이사를 하고 계속해서 12월의 여러 교회 행사를 감당해야 했기에 1월에 들어서면서 한 동안 저희 부부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특히 아내는 새해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려 안정제와 수면제를 복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빈혈과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빈혈약과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일로 기도를 해주셨고 이제는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냅니다. 학교 공부뿐 아니라, 이제는 작은 선교사로 저희의 사역을 많이 돕고 있습니다. 어린이 모임, 찬양 모임 그리고 주일 예배 등등 은섭이와 명은이가 반주로 섬기고, 여러 가지 일들을 돕고 있습니다. 벌써 사춘기를 지나고 있지만 은섭이나 명은이 모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 감사합니다.

변성기를 지나고 있는 은섭이의 목소리가 때로는 징그럽기도 하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여기 저기 생겼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섭이는 아빠를, 명은이는 엄마의 키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엊그제 남아 있던 유치를 모두 빼버린 은진이는 4학년이지만 막내 티를 냅니다. 오빠, 언니의 틈바구니에서 싸우고 울기도 하지만, 늘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아 좋습니다.

성탄절을 지내면서, 두 번째로 성탄 새벽송을 돌았습니다. 미리 새벽송의 취지를 설명하고 찬양대를 맞이할 가정을 신청 받아 24일 저녁 각 가정을 돌면서 주님의 탄생을 알리고 각 가정을 축복하는 기쁘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독교 문화가 생소한 이곳에서 새벽송 대원들의 찬양은 주변의 가정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깊고 신선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12월 31일 저녁, 알바니아에서는 처음으로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습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계획하면서 과연 몇 사람이나 참석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기독교 문화나 풍습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 사람들은 연말연시에 가족 중심의 행사를 가지며, 먹고 마시고 놀고 자정이 되면 시내 광장이나 집집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즐기기에 바쁩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위해 그 시간에 교회에 온 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송구영신 예배에 교회에 빈자리가 없도록 사람들을 보내주시고 그들의 예배를 받으시고 또한 축복하셨습니다. 알바니아의 많은 교회들이 새 해 첫 주에는 예배를 드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예배에 나오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 해는 1월 1일이 주일이어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깨고 1월 1일 첫 예배에도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았습니다. 로마서 12:1-2을 본문으로 이 한 해, 아니 우리가 사는 매 순간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되자고 설교했습니다.

예배를 마치면서 온 교우들과 함께 알바니아 국가를 부르며, 이 땅 알바니아를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이 땅 백성들의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 (역대하 7:14) 이 말씀이 알바니아에 이뤄지는 것이 저희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새해에는 온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더 가까이 하고 말씀으로 변화되며 그 말씀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최소 한 해 동안 성경을 일독하고 암송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많은 교인들이 이 일에 동참하고 있고 몇몇 청소년들은 자발적인 성경 읽기 모임을 만들어 매일 저녁 교회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6개 시리즈 73개의 성구를 한 해 동안 암송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2개씩의 성구를 암송해 갈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이들이 1단계 13구절을 끝내고 2단계 12구절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알바니아 교회들이 말씀의 기초가 너무 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 교회의 지체들이 다니는 신학교(크리스천 지도자센터)만 하더라도 각 교회로부터 헌신된 지도자급의 사람들이 와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드물 정도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교에 다니는 우리 지체들의 경우 우리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많은데 그것은 적어도 교회가 말씀 안에 자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성숙도도 조금씩 높아가는 것 같습니다. 선교사들을 통해서 훈련 받고 배운자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돕는 1대1 혹은 그룹 모임을 맡아 섬기기 시작했고, 성도간의 교제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또 동료 선교사님이 섬기는 교회에 예배 찬양 반주자가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악기를 배우고 찬양으로 섬기던 우리 지체가 그 기간 동안 그 교회 예배를 돕기 위해 파송(?)을 받아 섬기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비록 작은 교회이지만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과 자부심이 교인들 가운데 생기게 되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년에는 지금까지 마음에 심고 기도해 왔던 유치원 사역에 대한 구체적인 진척이 있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모든 환경이나 여건이 어렵지만 저희 교회가 있는 이 지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역인 것 같습니다. 공간이나 일손 그리고 재정적인 필요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도하게 됩니다.

지난 해 9월에 동역을 위해 입국한 최윤혜 선교사는 언어 훈련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너무 약한 상태입니다. 피 안의 철분 수치가 정상인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정상적인 활동이 힘이 들 정도입니다. 최 선교사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함께 교회를 섬기다가 안식년을 보내고 계신 박 선교사님 가정은 현재 본국인 미국 LA에서 주님이 주시는 안식과 훈련의 기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리고 파송교회와 학교를 오가며 섬김과 훈련, 그리고 배움의 시간들을 보내고 계십니다. 3월 초에는 한 자매가 단기간 (약 6개월) 동안 선교훈련과 사역을 위해 들어올 예정있습니다.

끝으로 죠발린이에 대한 기도요청의 글로 알바니아 소식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죠발린이는 저희 교회 개척 이후 복음을 듣고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이곳에 있는 2년제 신학교(크리스천 지도자 센터)에 다니고 있으며, 올 6월 졸업하게 됩니다. 근 20년간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했고 나름대로 하나님을 찾아보려고 노력도 했으며, 그러다가 여호와증인에 몸을 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예수를 가르치지 않는 것을 깨닫고 나와서 이제는 신실한 하나님의 자녀, 또한 사역자로 성장해 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 죠발린이는 나이가 사십이 가까운데,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려고 하고, 신학교를 졸업하면 교회를 섬기고자 하는 소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가장으로서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야간 경비를 하면서 약 120불 정도의 박봉으로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 부인이 공장에서 일하면서 부족한 가정 살림을 채우고 있습니다. 야간 경비를 하는 밤에는 약 2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하지만, 일이 끝나는 아침이면 곧장 학교로 가서 수업을 받습니다. 때로는 두통과 잠을 이기려고 약을 복용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알아가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가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나마 그가 일하던 회사가 3월 1일부로 문을 닫게 되어 당장 일거리를 잃게 될 상황이 됐습니다.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올 6월에 학교를 졸업하면 또 한 번의 도전이 있는데, 그것은 전임 사역자로 헌신하게 될 때,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기도해 오고 있습니다.

원하기는 죠발린이를 후원할 수 있는 개인이나 교회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주님의 평안과 은혜가 늘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알바니아에서 조○○, 오○○ (은섭, 명은, 은진)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