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잠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맑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상 소음을 막아주는 구름이 한결 정겹다.

핸드폰 울림, 자동차의 굉음, 한 달이면 쌓이는 각종 고지서들을 바라보고 싶지 않은 열망들이 모이면서, 여행으로의 동경의 시간은 늘어만 간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범죄와 정치인들의 감언이설, 권력을 남용한 각종 비리들이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현실은, 생활고에 지쳐가는 서민들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다.

국방, 금융, 시도 자치단체까지, 공적 자금이 존재하는 직무의 자리는 대부분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공적 자금이 개인의 주머니만 채운다면, 억만금이 소모되더라도 상관없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불법과 위법, 부정부패가 난무한 세상 공기는 여행길을 재촉하는 촉매제와 같다. 세상과 일순간이라도 분리되고 싶은 쓰라린 마음은, 단기간의 여행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은 울분을 키운다.

그러나 주어진 일상의 규칙적인 시간은 여행의 꿈을 쉽사리 이룰 수 없는 환경이다. 여행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 과연 다 쓰고 남는 시간에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일상을 떠나고 싶은 작은 열망들은 무의식 속에서 동굴의 석순처럼 자라고 있다.

세상 소음에 지친 서민들에게 여행은 소망을 넘어 존재 이유일 수 있다. 불신의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무기력을 자연 속에서나마 치유받고 싶은 피안이 여행이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마다 ‘꿍!’ 하고 다가서는 피안의 소리는, 모든 인생 자체가 유한한 나그네 길임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한 울림이다.

부부만의 시간 여행, 자녀와의 소통 여행, 친구들과의 우정 여행, 부모님과의 감사 여행, 그리고 홀로 떠나는 돌아봄의 여행까지. 인생들은 여행지의 선택 만큼이나 곰곰이 어떤 여행을 추구할 것인가를 계획한다.

여행은 언제나 아련한 향수를 모은다. 질펀한 장터의 입담, 수려한 산야, 끈적끈적한 해풍, 그리고 여행길에서 듣게 되는 사람 사는 사연들은, 고단한 인생길의 덧없음을 더욱 깊이 음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구정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아름다운 만남의 자리가 아닌, 귀신에게 예를 올리는 제사를 중심으로 모이는 가족이 적지 않을 터이다. 민속과 전통이라는 미명 아래 어두운 우상숭배의 그늘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시간이다.

늙은 부모님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역겨운 샅바 잡기가 일어날 수 있다. 형제·자매 간에도 빈부격차로 인한 자격지심과 거드름으로 울컥할 수 있는 시간일 수 있다. 가치관이 다른 젊은 세대들은 무심코 던진 기성세대의 덕담(시집·장가 언제 가느냐?) 때문에 귀를 막아야 할 시간일 수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들썩인다. 귀성길은 모두가 떠나는 여행길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접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서 사흘 내내 잠만 자고 싶은 직장인·사업자들이 적지 않을 터이다. 하루종일 뒤치다꺼리로 등골 휘는 명절증후군을 원천봉쇄하고,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현대인들은 휴식을 갈망한다. 정신의 쉼을 동반하지 않는 여행은 여행일 수 없다.

불현듯 중국에서 2천여만원 착복한 세무 공무원의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대한민국에서의 각종 비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비교해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난다.

적어도 공적 자금 비리, 유아·식품 범죄에 대해서는 재범의 시간을 주지 않는, 격리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법령이 시급히 제정되기를 갈망한다.

청렴한 국무총리 될 인물은 고요히 머리를 들지 않고 있는데, 썩은 자들이 썩은 자들의 만인지상을 뽑으려니 코를 후비는 썩은 내가 아니 날 수 있으랴!

청정 해역 여수 오동도나 다녀올까? 대한민국 비리 시계는, 여행을 꿈꾸는 시간이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