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법을 악용,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탄압해 온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번에는 성경도 신성모독에 해당하므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파키스탄의 강경 이슬람 성직자들이 주축이 된 정당인 JUI(Jamiat-e-Ulema-e-Islam)의 리더 마울라나 압둘 라우프 파루키는 최근 파키스탄 대법원에 “성경에는 선지자들을 모독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신성모독법에 의거해 파키스탄 내에서 성경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을 제출했다.

이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만약 법원이 성경을 금지시킬 수 없다면 이슬람 성직자들이 공식적으로 법원에 다시 한 번 탄원을 낼 것”이라며 이슬람 교계가 이를 위해 이미 법률가들의 자문을 받고 있다고 알렸다.

파루키와 그의 지지자들은 성경 속 선지자들의 도덕적 문제와 범죄의 기록이 성인들에 대한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독교인들이 성경 원본을 “변질시켰다”고 비난했다.

파키스탄 형법 제295조와 제298조에 포함된 신성모독법은 신성을 모독한 이들에게 가볍게는 벌금형에서 최대 사형까지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신성모독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개인의 주관에 맡겨지는 부분이 있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기독교인을 포함한 시아파 교인, 힌두교인 등 비무슬림들을 탄압하는 데 악용되어 왔다. 올해 초에는 자신을 괴롭히던 무슬림 직장 동료들과 언쟁 도중 단지 “예수는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를 위해 죽으셨는데 마호메트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는 이유로 자녀를 둔 여성에게 사형을 선고해 국제적인 비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신성모독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이를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얼마 전 이를 추진해 왔던 샤바즈 바티 소수민족 담당 장관이 피살되는 등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는 흐름을 끊기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편 현지 교계 지도자인 존 말릭 성공회 주교는 “JUI는 그동안 파키스탄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커뮤니티 간 오해와 불신의 씨앗을 심어 왔다”고 비판하며, “성경 금지는 파키스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독교 커뮤니티의 종교 자유에 위배된다. 이를 반드시 막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세계 교계의 기도와 도움을 요청했다.

파키스탄은 전체 국민 1천7백만명 가운데 단 1.7%만이 기독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