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 일상 적용하기 때문
문맥 무시한 채 아는 단어만 조합
엉뚱한 적용 불러 ‘오늘의 운세’로
오늘이 예배 되게 하는 연결점을

오늘의 운세
▲한 방송사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졌던 ‘오늘의 운세’. ⓒjtbc2 캡쳐
대학을 다닐 때 가판대에서 스포츠 신문을 사면 ‘오늘의 운세’부터 보는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그에게 물었다.
“그런 걸 시간 낭비하며 왜 보냐?”
“보면 재밌잖아.”

하지만 그가 행동하는 걸 보면, ‘오늘의 운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해야 할 방향을 기억하고 있다든지, ‘오늘의 운세’에서 좋은 일이 있다고 하면 그날은 기대에 부풀어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열두 발자국>이라는 책에서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님은 말한다.
“‘오늘의 운세’가 사라지는 날을 기대한다!”

미신에 매이면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소한 미신이라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 비합리성이 미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로 본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런 곳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기 시작하면, 삶으로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오늘의 운세’를 보지 않는다.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은 미신을 믿을 이유가 없다. 하나님 말씀을 따라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가까이하려 노력하는 이유이다.

큐티를 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용은 ‘오늘의 운세’처럼 하시는 분들이 있다.

필자가 교회학교 부서장을 할 때 일이다. 부장의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교사 충원이다. 교육부서에는 인원이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는 부흥기였다. 그래서 청년이 눈에 띄면 손을 붙잡고 함께 교사로 봉사하자고 권하곤 했다.

“전에 우리 부서에 와서 봉사하는 문제로 고민해 본다고 했잖아. 이제 우리 부서로 와야지!”
“제가 큐티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아직 대답이 없으세요.”

그 청년의 이야기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쉬움이 있었다.
‘큐티에 본인의 생각이 섞이는 게 아닐까? 자신의 마음에 맞게 성경 구절을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큐티가 ‘오늘의 운세’ 아닐까?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큐티가 왜 ‘오늘의 운세’처럼 보이게 될까? 성경 말씀을 표면적으로 일상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문맥은 무시하고 아는 단어를 몇 개 꺼내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아무런 이해나 준비 없이 성경 본문을 맞닥뜨리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아는 상황, 익숙한 단어에 꽂히게 될 수밖에 없다. 자기 머리에 정리된 해석이 튀어나오게 되는 이유이다.

마치 예배 시간에 설교를 들으면서 아는 단어만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그 단어를 자신의 상황에 끼워 맞춰, 전혀 다른 설교를 만들어낸다. 심하면 해서는 안 되는 예인데도,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큐티도 마찬가지다. 본문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본문에 흐르는 맥락은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무시한다기보다 스킵한다. 그렇게 문맥과 관계없이 몇 단어만을 건져 퍼즐을 맞추는 건 위험하다. 전혀 엉뚱한 적용을 불러오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직을 고려하는 성도는 큐티할 때 성경 구절에서 ‘떠나라!’는 표현에 꽂힌다. 그 구절은 일상에서 ‘이직’이라는 적용으로 이어진다.

적용을 ‘오늘의 운세’ 보듯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관찰과 묵상 단계부터 바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이 예배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이라는 예배>에서 저자 티시 해리슨 워런의 말을 들어 보자.
“나는 하나님을 알고 기뻐하고 영화롭게 하기 위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알고 사랑하기 위해 지어진 예배자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예배자로 세우셨으며, 일상을 예배로 드리기를 원하신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가득 채우는 것이 일상의 예배다. 그 사랑을 이웃들에게 흘려보내는 것이 찬양의 예배다. 적용은 바로 그 예배를 위한 것이다.

오늘이 예배가 되게 해주는 연결점이 바로 ‘적용’이다. 하나님 사랑을 일상에서 적용하면 그 일상은 예배가 된다.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기쁨까지 누리게 된다.

이석현 읽고 쓴다
▲이석현 목사.
이석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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