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소울
▲블랙가스펠 그룹 코리안소울(Korean Soul). (왼쪽부터) 이승현, 장영진, 윤수용, 이지환. ⓒ김신의 기자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모인 서로 다른 배경의 한국인 청년들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코리안소울’(Korean Soul).

코리안소울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각자 다른 교회를 섬기지만 ‘블랙가스펠’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이승현, 윤수용, 이지환, 장영진 네 명의 청년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방탄소년단(BTS)처럼 SNS를 통해 해외로 진출했다.

지난해 NBC ‘스티브 하비쇼’에 출연한 코리안소울은 그래미 어워드 가스펠 부문에서 6번의 수상을 한 비비 와이넌스(Bebe Winans)와의 협업으로 빌보드 가스펠 차트 10위권을 기록했다. 또 한국인 최초로 미국 CCC(Christian Cultural Center) 브루클린 캠퍼스에서 공연하고, 최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이 출연했던 미국 지상파 채널 ABC의 간판쇼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 GMA)’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 세계 3대 메이저 레이블로 손꼽히는 가스펠 음악 그룹, RCA Inspiration과 계약했다. 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한국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각자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수용: 저희는 리더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제가 리더 비슷한 역할을 맡고 음악적인 면과 영어로 소통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요. 18살에 가스펠을 처음 접했고, 블랙가스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20대를 보냈어요. 원래 편의점 회사에서 일했는데, 퇴근 후 짬짬이 블랙가스펠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러다 친구들과 좀 더 본격적으로 인스타그램 영상을 올린 것이 이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장영진: 저는 팀의 막내인데요.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고요, 얼마 전까지는 군인이었죠. 전역을 앞두고 하나님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너의 길을 인도하고 있다’는 응답을 주셨는데, 마침 헤리티지의 김효식 선생님이 ‘코리안소울’이라는 팀에서 멤버를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어요. 그렇게 코리안소울에 새 멤버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누군가 계획한 일도 아니고, 예측한 것 하나 없는데,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믿음이 있어요.

이지환: 저는 미술을 전공했고 미술학원 강사를 하고 있어요. 20대 초반에 블랙가스펠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헤리티지 메스콰이어에서 노래했어요. 가스펠을 좋아해서 얼떨결에 형들을 따라 같이 부르게 된 것 같아요. 보통은 오랜 시간 함께하던 친구나 가족이 팀을 만드는데, 저희는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살면서 지역도 다르고 다른 일을 하고 교회도 다 다른데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이 참 신기해요.

이승현: 제가 제일 큰 형인데, 수용이랑 ‘네이브로’(NeighBro)라는 대중 가수로 활동했었어요. 그러다 음악을 그만두려 했고, 전 대전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시작했죠. 지금 팀과의 인연은 헤리티지 메스콰이어에서 시작이 됐는데요. 취미로 인스타그램에 가스펠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최근 2년간 갑자기 팔로워가 몰려들기 시작했죠. 급기야 비비 와이넌스 선생님에게서 직접 연락이 오게 됐습니다.

-비비 와이넌스가요?

윤수용: 처음에는 ‘진짜인가?’ 생각했는데, 화상 전화도 걸어주시고 데모 곡을 보내주셨어요. ‘이런 곡을 내려 하는데, 곡에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주셨죠. ‘와이넌스’라는 가문의 형제 중 한 분이신데, 여동생과 ‘비비 앤 씨씨’라는 그룹을 이뤄 가스펠뿐 아니라 알앤비(R&B), 팝 분야에서 많은 인기를 끈 분이죠. 그래미 어워드에서 6번 수상하는 등 가스펠 레전드로 불리는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예요. 블랙가스펠을 좋아하시는 저희로서는 굉장히 놀라울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에게 참여해달라고 했던 곡이 원래 ‘보이즈투맨(Boyz II Men)과 하시려 했던 곡이라는 거예요. 아직까지 믿겨지지 않아요. 왜 우리를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장영진: 한때 레전드인 그분을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 분의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인데, 같이 무대에 서게 되다니… '말이 안 된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사실 저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이승현: 제가 처음 연락을 받았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뿐이었어요. 그런데 ‘그냥 녹음실 하나 빌려서 (녹음된 것을) 보내달라’고 하시길래 갑작스레 녹음본을 보내게 됐어요. 사실 태평양 건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사이버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 실감이 나질 않았죠. 그리고 마침내 ‘Laughter Just Like A Medicine’이라는 곡이 나왔고 시간이 흘렀는데, 이메일을 보내 주셨어요. 그 곡이 빌보드 가스펠 차트 20위 안에 들었다는 거였죠. 최고 12위까지 올라갔어요. 또 비비 와이넌스가 갑자기 한국에 와서 뮤직비디오를 찍어 갔고, 어느날은 미국에 한 번 와야할 것 같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데,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이 모든 일이 계획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고, 미리 알려주신 것도 아니고요.

굿모닝 아메리카 코리안소울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한 코리안소울. (왼쪽부터) 지환, 영진, 스트라 한, 비비 와이넌스, 사라, 수용, 승현. ⓒ수상한거리 제공
이지환: 저희 중 실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아직 꿈처럼 느껴져요. 하나하나 하모니를 이루는 과정이 짜릿한 경험이었고, 얼떨떨 했지요.

-미국엔 얼마 전 다녀오신 거죠? 직장은 어떻게…

윤수용: 전 미국 가기 전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결정을 내렸어요. 저희 안에 각자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이승현: 승부를 던져야 할 것 같았어요. 처음 미국에 한 달 정도 오면 좋을 것 같다 하셨는데, 휴가를 몰아 써서 9박 10일을 가겠다고 얘기했어요. 얼떨떨하게 비행기 표만 끊어서 갔는데,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메가처치인 CCC(Christian Cultural Center)에서 찬양하게 됐어요. 그리고 BTS, 블랙핑크 등이 출연한 ‘굿모닝 아메리카’에 나가게 됐고, 그 다음에는 폭스TV의 ‘굿데이 뉴욕’에 출연을 하고 RCA Inspiration과도 계약을 하게 됐어요. 또 두 곡을 노래하고 왔는데, 이후 미국에서 발매되는 앨범에 실릴 예정이예요.

-비비 와이넌스와 협업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윤수용: 저랑 승현이 형 같은 경우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때 비비 와이넌스 선생님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하나님께서 저희의 모든 것을 인도하실 것’이라는 큰 위로를 주셨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나님을 믿을 지, 어떻게 음악을 해야하는 지 가르쳐 주겠다’고 하셨어요. 음악을 포기했던 입장이었는데, 이 모든 것을 인도해주시고 주관해 주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걸, 믿음 안에서 이 일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그 분에 대해 더 신뢰하게 됐습니다.

이지환: 저희는 어떤 상황인지를 모르고 굉장히 떨고 있는데, 비비 선생님께서 어린 시절 디트로이트에서 그냥 평범하게 노래를 불렀던 자신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셨고, 어떻게 지금까지 이끌고 오셨는지를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우리의 삶도 하나님께서 이끌고 가시는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이승현: 사실 언어적 장벽이 있어요. 그렇지만 비비 선생님을 생각하면 온유함이 많이 생각나요. 사람이 업 다운이 있을 수 있고 흥분하거나 처질 수 있는데, 이분은 항상 잔잔한 바다 같아요. 저도 그런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블랙가스펠 특유의 힘이 있는 것 같은데요.

장영진: 저는 고등학교 시절 가스펠 덕분에 하나님을 믿게 된 부분이 있어요.

이지환: 저도 가스펠을 통해 받은 은혜가 있어요. 미국에서는 CCM과 가스펠 시장이 각각 따로 있더라고요. 가스펠이 음악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었어요.

윤수용: 가스펠은 흑인 사회에서 모든 세대를 초월해 삶의 일부예요. 굉장히 파워풀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가스펠 음악과 설교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얽히고 섥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이분들이 예배를 드리고 살아가는 방식을 생각하게 됐죠.

이지환: 삶과 교회, 예배와 일상이 서로 다르지 않고 구분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세대 사이에도 장벽이 없고요.

-그렇지만 한국에선 아직 낯설죠?

이지환: 한국은 알게 모르게 블랙가스펠을 하는 팀이 있지만 주목 받기 힘들죠.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니까요.

윤수용: 일반적인 CCM보다 접하기 어려운 장르인 건 맞아요. 그런데 여기에 ‘헤리티지’ 선배님들이 뛰어들었죠. 그 뒤를 잇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접 곡으로 쓰고 싶은 가사가 있을지.

윤수용: 일단 저희는 블랙가스펠 그룹으로서 특이한 점을 갖고 있어요. 아시아인이고, 언어도 다르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인데, 블랙가스펠 음악을 하려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음악적으로는 새로운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시아인이 만드는 가스펠음악이 단순 흉내가 아니라 새로운 지평을 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다른 문화에서 자랐고, 장르적으로 어려운 면도 있고 언어적 문제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이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이승현: 지금까지 저희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지만, 저희가 계획해서 된 것이 없어요. 그저 하나님께 맡기고 있어요.

이지환: 저희가 소속사나 매니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돌아와서 막막했어요. 그래도 올해 안에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윤수용: 국내에도 가스펠을 좋아해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가스펠 운동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승현: 처음 가스펠 음악을 접했을 때 듣기도 좋고 멋있고, 그 화려함에 반했어요. 그러나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본질이 신앙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단단한 신앙도 있어야 하고, 또 즉흥적인 반주에 자신의 간증을 풀어낼 수 있는 실력도 있어야 해요. 정말 멋있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의 기독교 청년들에게 가스펠이 하나의 문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저희가, K-POP처럼 또 하나의 K소울, K웨이브를 만들고 싶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윤수용: 기도제목을 나누고 싶어요. 하나님의 도우심이 너무 필요하다는 걸요. 저희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어학연수도 간 적이 없는 ‘김치 소울’이에요. 저희 안에서도 부단히 노력해야하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고 더욱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