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로 설교를 변화시키는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수강생들의 인문학 서평을 매주 소개합니다. 고전부터 최신간까지, 인문학이 주는 인포메이션(정보)과 인사이트(통찰력)를 누려보시길. -편집자 주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말레네 뤼달 | 배형은 역 | 마일스톤 | 352쪽 | 16,800원

우리는 ‘증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을 증명해야 인정받는다. 청년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스펙’으로 증명해야 한다. 연예인 지망생은 자신의 끼를 증명하기 위해 치열한 오디션을 치룬다.

직장인들도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증명은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증명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스펙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한 청년들이라도, 취업에 실패할 수 있다. 오디션을 우수한 실력으로 통과하더라도, 검증되지 못한 인성 문제로 불미스럽게 퇴장하기도 한다. 직장 생활도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초대교회 ‘아나니아와 삽비라’도 자신의 소유를 팔아 믿음을 증명하려 했지만, 결국 드러난 것은 그들의 거짓말이었다.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전부가 아니라 한 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행복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SNS에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찍어 올린다. ‘행복 배틀’이라 불릴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행복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바닥이다. 더군다나 청년과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이것이 증명의 부작용이다.

우리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남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남보다 더 아름다워야 하고,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권력과 명예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을 증명한다고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의 저자 말레네 뤼달은, 행복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날 14세부터 18세 사이 청소년의 50퍼센트 이상은 그저 유명해지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프랑스인의 61퍼센트는 ‘완전한 행복에 부족한 것은 돈’이라고 확신하고, 미국인의 94퍼센트는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권력에 대한 갈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성공’을 향한 고통스러운 길을 의미도 모른 채 달려가면서,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동시에 헤친다. 게다가 아름다움에 관해서라면 실제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2퍼센트에 불과하며, 성형외과 의사들은 매년 수천만 명의 환자에게 ‘리터치’ 시술을 한다.

섹스는 흔히 ‘행복’의 주요 원천 중 하나로 꼽히지만, 오늘날 60퍼센트 이상의 젊은이는 감정과 섹스를 완전히 분리하는 음란 사이트에서 섹스를 배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실현하면 정말로 ‘행복’이 보장되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말레네 뤼달은 세상에서 행복을 증명하는 기준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아름다움, 돈, 권력, 명성, 섹스다. 그리고 행복의 기준이라고 믿는 다섯 가지의 한계도 설명한다.

1. 아름다움
아름다워야 행복? 행복해야 아름다워

아름다운 사람은 인생에서 많은 이로움을 누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아름다운 모델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만족감이 낮으며, 정신적 평안함을 느끼는 비율도 평균 이하다. 미디어와 광고는 대부분의 여성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만들었다. 잘못된 기준 때문에 점점 더 어린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다.

대부분 인기 있는 여성들은 ‘아름다움’보다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 자이가 예쁜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테레사 수녀 또한 그렇다. 유관순은 어떤가? 아름다워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야 아름답다.

2. 돈
돈으로 구매? 행복에는 가격표 없다

대다수 사람은 돈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있다. 한 연구 결과에서 세계 최고 부자들은 몹시 외롭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들은 사랑과 우정은 물론 부모, 자녀 관계도 쌓기 어렵다. 억만장자들은 가족관계가 수월하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돈은 존엄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물질적 기반이다. 하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행복에는 가격표가 없다.

3. 권력
권력자는 자유 잃어, 평범한 삶 바라

거대 권력자는 행복할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권력자는 ‘평범한’ 삶을 바라곤 한다. 정치가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때로는 자신의 고통을 뚜렷하게 표현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권력을 쥔 사람은 자유를 잃는 대가를 치른다. 다른 사람의 삶을 결정할 수 있게 됐는데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력은 사라져 버린다.

4. 명성
유명인들, 대중 평가에 깊은 상처

명성에는 꿈을 꾸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명성은 빛나는 성공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나머지 모든 것을 동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타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명해서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데뷔했을 때는 강렬한 즐거움에 도취되지만, 기쁨은 금세 사그라지고 끔찍한 악몽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유명인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생활을 구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중의 판단과 평가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5. 섹스
성관계 횟수? 감정적 연결돼야 행복

성관계 횟수가 늘어날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증명됐다. 그러나 행복한 커플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지 성관계 횟수가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몸이 아니라 감정이 연결될 때 행복하다.

라라랜드
▲‘그들’의 꿈과 행복은 있지만, 정작 궁극적인 행복은 배제된, 그래서 공허해 보이는 영화 <라라랜드>.

우리는 쾌락과 행복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순간의 자극과 지속 가능한 행복을 구별하기란 매우 어렵다. 우리가 가진 행복의 가치관은 세상이 우리에게 주입한 것들이다. 만족을 느낄 때나 좋아하는 것을 체험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진정한 ‘행복’이라기 보다 ‘쾌락’에 가깝다.

저자는 행복은 ‘소유’하는 것(아름다움, 돈, 권력, 명예, 섹스)이 아니라, 그 요소와 맺고 있는 ‘관계’, 즉 그것을 체험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행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충실하고 풍요롭고 애정 어린 환경으로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행된 행복 연구 결과는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그것이 전부”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증명이 아니라 관계의 누림에 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리에게 행복이다. 행복은 비교가 아니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다. 행복은 가치관에 의해 형성된다.

예수 믿으면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더 가지게 되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가치관의 변화에서 온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사탄의 시험을 받으셨다. 사탄은 예수님께 “네가 만약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증명해 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증명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증명이 아니라 관계의 누림을 선택하셨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증명하라고 말한다. “예수를 믿으면 행복하다고 하는데, 과연 네가 행복한지 증명하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행복은 이런 다섯 가지의 방법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을 세상의 방법으로 증명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아나니나와 삽비라’처럼 거짓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행복은 순간의 증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누림이다.

행복은 증명이 아니라 누림이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침례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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