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밖 북조선 12
▲붙잡혀 온 탈북민 형상의 표적지.
평양밖 북조선 12
▲붙잡혀 온 탈북민 형상의 표적지.
평양밖 북조선 12
▲붙잡혀 온 탈북민 형상의 표적지.
군인들의 사격연습용 표적지(목표물)가 뭐 그리 문제냐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표적지 모양과 설치된 곳을 보면 충격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표적지의 사람 형상은 두 손과 발이 뒤로 묶인 채, 기둥에 매달린 모습이었다. 더욱이 다른 곳도 아닌, 국경 철조망 바로 앞에 우뚝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북한에서 총살이 공공연히 자행된다는 사실을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들었다. 이른바 ‘조국의 반역자’라 불리는 탈북민을 현장에서 즉각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정보도 간접적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실제 목격한 적은 없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이른바 ‘북한 악마화’프레임으로, 북한을 너무 나쁘게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바로 지금 눈에 보이는 그대로다.

물론 총살이나 탈북 과정에서 자행되는 사격을 필자가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가정하고 사격연습을 한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지금의 북한 정권이 얼마나 폭압적이며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반 주민들이 다니며 볼 수 있는 길목과 철조망에 그런 표적지를 세워 두었다는 건, 무언의 경고이자 억압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침묵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다시 한 번 분명해진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인권 개선을 위한 울림이 되어야 한다. 그 정권을 평화라는 이름으로 미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진정 사람이 먼저라면…,

글·사진 강동완 교수

부산 동아대 교수이다.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탈북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통일을 찾는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진행중이다. ‘통일 크리에이티브’로 살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분단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찍은 999장의 사진을 담은 <평양 밖 북조선>을 펴냈다. 저자는 ‘평양 밖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을 갖고 국경 지역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음은 <평양 밖 북조선>의 머리말 중 일부이다.

평양 밖 북조선
“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뉜다. 평양에 사는 특별시민이 아니라 북조선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었다. 2018년 여름날, 뜨거웠지만 여전히 차가운 분단의 시간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999장의 사진에 북중접경 2,000km 북녘 사람들을 오롯이 담았다. ‘사람, 공간, 생활, 이동, 경계, 담음’ 등 총 6장 39개 주제로 사진을 찍고 999장을 엮었다.

2018년 4월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났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만남이라 했다. 만남 이후, 마치 모든 사람들이 이제 한 길로 갈 것처럼 여겨졌다. 세상의 외딴 섬으로 남아 있던 평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더디며,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이다. 독재자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북중접경 2,000km를 달리고 또 걸었다. 갈 수 없는 땅, 가서는 안 되는 땅이기에 압록강과 두만강 건너 눈앞에 허락된 사람들만 겨우 담아냈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으니 망원렌즈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당겨서 보고 싶었다. 0.01초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 속에 분단의 오랜 상처를 담고자 했다.

대포 마냥 투박하게 생긴 900밀리 망원렌즈에 우리네 사람들이 안겨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서 망원렌즈로 찍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 렌즈의 초점을 아무리 당겨보아도 멀리 떨어진 사람은 그저 한 점에 불과했다.

사진은 또 다른 폭력적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터라,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시야에 들어오는 북녘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하고 싶었다.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의도로 편집된 모습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고자 했을 뿐이다.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손가락은 카메라 셔터 위에 있었고, 눈동자는 오직 북녘만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