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모
▲아내 배 선교사가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문재인 대통령님께 정중히 청원드립니다.

이철성 경찰청장님과 경찰관님들, 외교부 장관과 필리핀 주한 대사 등 외교관님께 호소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조국의 국민들에게 눈물로 호소합니다.

제발 아무 죄 없는 우리 남편을 우리 가족에게 돌려보내 주십시오.

제 남편 백영모 선교사는 2001년 1월 18일부터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셨습니다. 그런데 5월 30일 마닐라에 있는 딸의 학교 근처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에게 체포되었습니다.

남편이 딸 앞에서 필리핀 경찰에게 끌려간 날부터, 우리 가족은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딸 아이는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그것도 학교 내에서 아빠가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푼 꿈은 하루아침에 무참히 짓밟혔고, 두려움과 분노 등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과 고통 속에 빠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철창 안에 갇힌 남편을 볼 때마다 이러다 감옥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는 않을까 밤에도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남편이 보지도 못한 총기와 수류탄, 총탄을 소지했다고 거짓 서명을 한 경찰관 9명이 있는 안티폴로경찰서 유치장에 남편이 있다는 게 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같이 유치장 앞을 지키고 있고, 이 자리에 나오기 직전까지 "남편을 이대로 두고는 한국으로 못 나겠다"고 몇 번이나 계획을 바꾸고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남편의 신변이 걱정 됐습니다.

그렇지만 주변 분들의 위로와 진심어린 응원에 용기를 냈습니다. 저는 남편의 생명을 담보로 잡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습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나왔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그리고 경찰청장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제발 우리 남편을 살려주십시오. 그 무섭고 참혹한 감옥에서 우리 남편을 구해주십시오. 저는 우리 정부와 국민, 언론을 믿습니다. 우리 남편을 석방하기 위해 기도하고 청원운동을 벌이는 분들을 믿고 버티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시 한번 제 남편 백영모 선교사와 남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 국민을 구원하여 주시기를 눈물로 청원 드립니다. 국민들께서는 제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으로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정부와 경찰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교적, 정치적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하루 속이 남편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8. 6. 22.
백영모 부인 배OO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