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일출
서울에서 강릉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30대 청년'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학창 시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경포 바다의 일출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흐린 날씨에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모래사장을 꽉 채운 사람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올해, 생애 두 번째의 새해 일출을 봤다. 추운 날씨에 일출을 보기 위해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담요로 무장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걸어가는 걸 보니, 한 해가 바뀌는 상징적인 의미를 사람들이 꽤 크게 느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새해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고,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한 큰 설렘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올해는 살짝 기대감에 부풀었다. 15년을 살았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강릉으로 이사온 지 1년 6개월 남짓.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큰 선물들을 얻은 한 해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기대한다.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지만 단순히 해가 바뀌고, 엄숙하게 기념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닌 것 같다. 무언가 작은 거라도 하나의 변화를 시도했을 때 이전과는 다른 결과가 펼쳐지는 게 아닐까. 그동안 안 해봤던 것에 도전함으로써 펼쳐지는 파급 효과는 잔잔하지만 어느덧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고 있을지 모른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였을까. 강릉에 온 뒤 과거의 기억이 끊임없이 스치고 지나갔다. 부끄럽기도 하고 때론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마음 속에 화해하지 못한 과거들이 머물러 있었던 걸까.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하듯, 과거를 회상한 뒤 남은 생각은 이것이었다. '왜 젊은 날 더 무모하지 못했을까', '더 용기 있지 못했을까'.

조금 더 무모하게 살았어도 인생에 큰 해가 되진 않았을텐데, 좀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었을텐데 왜 그렇게 안주하며 살았을까 싶었다. 항상 마음을 괴롭혔던 일도 도전해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많았을텐데, 더 잘하고 싶고 완벽한 걸 하고 싶어서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저 아쉽다.

<인생 단어(존 고든 저)>라는 책에서 저자는 인생을 통틀어 남기고 싶은 단어가 무엇인지 물었다. 멋진 단어들을 남기고 싶지만 아직 깜냥이 안 되는 것 같고, 올해의 단어를 하나 꼽자면 '도전'을 꼽고 싶다. 작은 것 하나라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그렇게 작은 도전들이 모여 꿈꿔왔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다. 이 글을 연재하는 것도 그 작은 도전 중의 하나다.

김은현

프리랜서. 서울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다가 강릉으로 이주해 셀프웨딩드레스 대여점 '여행자의 옷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