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커티스 채프먼
며칠 전 지인이 생뚱맞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성탄을 바람직하게 보낸다는 게 무얼까요? 교회 차원이나 개인적으로 말입니다. 알면서 물어보는군 이라고 선견없이 초신자에게 답해준다 생각하시고 쾌변을 부탁^^"

그에 대한 나의 답장.

"개인적으론... 열심히 캐롤 듣고, 평소 감사했던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고, 일 년 동안 미뤄뒀던 어려운 이웃도 돕고, 그리고 예수님을 생각하는 것."

찬바람이 불어오고 성탄이 가까워 온다. 크리스마스 캐롤 마니아인 나로선 앨년 내내 캐롤을 달고 살지만 역시 시즌에 듣는 캐롤이 진짜다. 그것도 연말의 흥겨움만을 노래하는 캐롤이 아닌 크리스마스의 참 주인 예수 그리스도를 노래하고 예배하는 캐롤이라야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크리스천 음악계를 이끌어 온 노 거장의 시즌 앨범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왔다.

벌써 4번째 크리스마스 앨범이다. 이젠 할 곡이 별로 없을 법도 한데 쉰을 넘긴 나이에도 그의 창작의 샘은 마를 줄을 모른다. 유명한 캐롤과 찬송가로 트랙의 대부분을 채우는 손쉬운 선택 대신 그는 성탄의 의미와 낭만을 담은 새 노래로 정면 돌파한다. 13곡의 트랙 중 6곡이 신곡이니 거의 정규 앨범에 다름 아니다.

먼제 자켓의 가족사진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아내를 'My bride of 28 years'라고, 여전히 어여쁜 '신부'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은 흔치 않다. 그리고 부부의 옆엔 9명의 자녀와 손녀(손자?)가 있다. 그 풍경이 더욱 아름다운 건 피부색과 인종이 다른 아이들을 기꺼이 가족의 일원으로 품은 일이다. 2008년 그들 가정에 닥쳤던 불행한 사고로, 입양한 딸 Maria Sue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 행복은 위태로워만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눈물과 아픔을 견디어 이겨내고 저리도 행복하게 서로에 기대어 웃고 있다(물론 Thanks to에서 Maria를 향한 그리움을 애타게 밝히고 있지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는 오래 된 슬로건에 가장 어울리는 캐롤 앨범이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음악하면 단연 재즈라 생각했는데, 컨트리도 이렇게나 잘 어울리고 아름답다니.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어쿠스틱 기타가 사운드의 전면에 나서 음악과 분위기를 끌고 나간다.

'Christmas Kiss'와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에서는 근사한 무드의 로맨틱한 재즈와 스윙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역시 백미는 'Christmas Time Again'이나 'Christmas In Kentucky'(제목부터 끝내주지 않는가? 이번 크리스마스엔 켄터키로 훌쩍 떠나고 싶을 지경이다) 같은 컨트리 넘버들이다. Banjo와 Mandolin이 넘실대는 크리스마스도 썩 멋지지 않은가? 'Joy To The World' 'Do You Hear What I Hear' 'What Child Is This' 같은 고전 캐롤의 향연에, Michael Card의 'Joseph's Song'과 MercyMe의 'Joseph's Lullaby'를 떠올리게 하는 'I Am Joseph'이나 'Christmas Card' 'Happy New Year' 같은 새 노래들이 적절한 포인트에 배치되어 넌 크리스천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메시지의 무게감은 놓치지 않는다.

또 하나 50줄에 접어든 그의 보이스가 놀랍게도 젋어졌다는 점이다. 마치 그의 20대의 초창기 앨범들을 듣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크리스마스에는 이렇듯 시간을 되돌리는 놀라운 기적이 있다.

처음 언급한 지인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성탄을 바람직하게 보낸다는 게 무얼까? 고민하는 분께 이번 성탄, 이 앨범을 들으라 권하련다. 그러면 나머지 부분들, '평소 감사했던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고, 일 년 동안 미뤄뒀던 어려운 이웃도 돕고, 그리고 예수님을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겨날 것이다.

민호기 목사(대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찬미워십/소망의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