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배원기 교수
회계감사와 관련하여 세 번째 글을 쓰는데, 오늘 글은 주로 회계감사 주변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먼저 대리인 이론이다. 회계감사가 1720년 시작해 거의 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회계감사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은 1976년에야 나왔다.

1976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이었던 마이클 젠슨(Michael Jensen)과 윌리엄 메클링(William Meckling)교수는 '조직의 이론: 관리행동, 대리인 비용, 소유자 구조 Theory of the Firm: Managerial Behavior, Agency Cost, Ownership Structure(1976,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뒤 이 두 교수의 이론을 '대리인 이론, 대리인 비용'이라고 한다.

대리인 이론이란, 주인(principal)이 대리인(agent)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행위를 재량으로 해결해 줄 것을 부탁하는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다루는 이론을 말한다.

이 이론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주인과 대리인 관계에서 대리인의 선호 혹은 관심사항과 주인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거나, 주인이 대리인에 비해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확보하지 못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한다는 것. 이 이론에서 주인과 대리인 간의 정보의 불균형(Information asymmetry), 감시의 불완전성 등으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나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이러한 제반 문제점을 극소화하기 위해 '대리인 비용(Agent Cost)'이 수반된다.

그리고 대리인 비용(Agent Cost)이란 주인(예, 주주)과 대리인(예, 경영자)사이에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확증 비용(bonding cost)과 감시 비용(monitoring costs)·잔여 손실(residual losses) 등이 있다.

확증 비용(bonding cost)이란 대리인이 주주나 채권자 등 주체의 이해에 상반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으로, 대리인이 기업의 재무상황을 보고하고 제3자에게 기업의 재무상황을 감사받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감시 비용(monitoring costs)은 주체가 대리인을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하고, 잔여 손실(residual losses)은 확증 비용과 감시 비용이 지출되었음에도 대리인 때문에 발생한 주체의 재산손실을 뜻한다. 회계감사관련 비용은 확증비용 또는 감시비용에 해당한다는 것인 중론이다.

이 대리인 이론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영리상장기업의 주주와 경영자간의 관계뿐 아니라, 국민과 정치인(대통령, 국회의원 등)과의 관계 또는 민사 또는 상사 계약의 당사자간 관계를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 이론을 비영리 공익법인 분야에 적용할 때, 주인은 누구이고 대리인은 누구일까? 더구나 범위를 좁혀 교회에 적용할 때, 주인은 누구이고 대리인은 누구일까? 신앙적 측면에서 주인은 하나님이고, 대리인은 신자 모두일 것이나, 사회법 측면에서 볼 때 주인은 일반 교인이고, 대리인은 교회 행정을 집행하는 목사 또는 장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1980년대 초반에는 회계감사라는 것이 필요악(必要惡, Necessary evil)인지에 관한 논란이 많았고, 회사 운영을 깨끗하게 하면 되지 비싼 돈을 들여 회계감사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많았으나, 요즘은 회계감사의 필요성을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 같다.

두 번째, 회계감사 수수료. 먼저 약간 오래된 예화 하나를 소개한다. 1997년 IMF 위기 당시,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대한 회계감사는 우리나라의 대형 회계법인이 담당했고, 회계감사 수수료는 은행당 약 5억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회계법인이 대한 외국에서의 신뢰도가 낮아, 회계감사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이른바 'Big 4'로 불리는 외국계 회계법인이 직접 한국에 나와 우리나라 은행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하도록 의뢰했다. 그러면서 회계감사 보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문의했는데, 외국회계법인이 직접 회계감사를 수행할 때 연간 회계감사 보수가 한 은행당 약 30억원 이상이라고 해 정부당국자가 무척 놀랐었다고 한다.

이 글에서 자세하게 소개하지는 않지만, 1997년 IMF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에서의 회계감사의 필요성이 많이 인식되고, 회계감사 보수도 정상화(?)되었다고 본다. 다만 필자의 사견으로는 그 뒤 회계법인 간의 무모한 경쟁으로 회계감사 시장이 혼탁해져 회계감사 보수도 낮아졌다.

여기서, 비영리공익법인의 회계감사 보수와 관련된 이슈도 다루어 본다. 비영리 공익법인 관련 업무를 주로 하는 후배 회계사들의 경험담을 들어 보면, 비영리 공익법인들이 처한 재정적 어려움 등 때문인지, 비영리 공익법인이 제시하는 회계관련 보수는 무료(자원봉사) 또는 아주 저렴한 보수여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단체들도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비영리 공익 단체 임직원들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가능하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양질의 전문가 서비스'를 받아 보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 농담의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LA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했던 후배가 어느 책에 썼던 글이다.  미국 LA에서 사업을 할 때, 미국인 회계사는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나 상담 후 바로 청구서를 보내오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회계사는 거의 매주 미국세법 및 캘리포니아 세법 개정이나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곤 했는데, 무료였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교포 회계사는 거의 만날 수 없었는데, 전화하면 골프장에 있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께서는, 위의 3가지 형태의 회계사 중 어떤 회계사를 본인의 회계사로 선정하실까? 위 3가지 형태를 모두 갖춘 회계사가 최적의 회계사라고 할 수 있는데, 세상에 만점을 받는 사람이 없듯 '만점 회계사'는 없는 것 같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