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청 목사가 WOG 회원들을 대상으로 도형상담 강의를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던 12월 서울 목동의 한 개척교회 예배당. 20여명의 청년들이 열심히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바로 송기청 목사(생명샘교회 담임)의 도형상담 강의를 듣던 WOG(World of God) 소속 간사 및 회원 학생들이다. WOG는 지역교회들의 선교, 특별히 청년 전도를 돕고 이를 통해 복음의 확장을 꿈꾸는 선교단체다. 이날 강의는 송기청 목사의 ‘도형상담’을 전도의 ‘접촉점’으로 삼고자, 송 목사와 WOG가 의기투합해 만든 자리였다.

“스스로 경험하니 더 신뢰 생겨”

“개인적으로 ‘애니어그램’(성격유형진단 테스트-편집자 주)은 어느 정도 주관적인 게 있는 것 같아요. 내담자가 조금은 의도적으로, 솔직하지 못하게 작성할 수도 있어서 실제 성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죠. 시간도 많이 걸리구요. 하지만 도형상담은 보다 쉽게,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하고, 무엇보다 객관적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요.”(강세영 WOG 간사·24)

“처음엔 도형상담을 실제 전도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있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제 현재 상태가 비교적 정확하게 나타나고, 그에 따른 긍정적 조언들을 들으면서 마음의 문이 열렸던 것 같아요. 이렇게 스스로 경험하고 나니 신뢰가 생기더라구요. 전도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초보자도 누구나 쉽게 배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같아요.”(조형래 WOG 회원·26)

‘도형상담’은 내담자에게 동그라미(○) 세모(△) 네모(□) 에스(S)를 그리게 한 후, 그 위치·모양·크기 등을 해석해 성격과 현실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안과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상담기법이다. 지난 10년 간 ‘도형상담 전도사’를 자처해 온 송기청 목사에 따르면, 상대방이 도형 6개만 그리면 그의 성격과 현실을 알 수 있고, 또 1분이면 그가 마음의 문을 열어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다.

우울증 치료, 부부 및 부모·자식 관계 개선, 교인 상담 등에 탁월

그래서 송 목사는 도형상담이야말로 복음과 현대인 사이의 ‘접촉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요즘 교회들이 전도 대상과의 접촉점을 찾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다. 여전히 전도지나 전도 관련 일반적인 용품 등을 나눠주는 정도”라며 “그러나 도형상담은 일단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정도로 관심을 유발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가 도형상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 목회하던 교회의 예배당을 새로 짓고부터다. “말씀과 기도 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그는, 성전 건축 후 교회 부흥을 바랐지만 열매는 생각처럼 맺히지 않았고,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목사인 그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그러던 중 도형상담이란 걸 알게 됐죠. 물론 처음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는지, 우연히 제 두 아들에게 도형상담을 하게됐고, 참으로 큰 효과가 나타나 그 때부터 구체적으로 도형상담에 대해 알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배우고 또 가르치기도 하다 보니 지금은 어려운 용어들도 쉽게 바꾸고, 일종의 공식도 만드는 등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했죠.”

▲송기청 목사와 WOG 회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도형상담이 비단 전도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교인들에 대한 상담이나 부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송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혼 위기에 있는 가정들을 비롯해 우울증 환자들 등을 상담하고 그들을 치유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며 “특히 교회에서 교회역자들이 교인들을 알아가는 데 있어서 손쉽게 쓸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목사에 따르면 실제 그런 사례들도 많다. 우을증을 앓던 사모를 둔 한 목회자가 도형상담을 통해 아내의 상태를 안 뒤, 깊은 대화를 통해 부부 관계를 회복하고 사모의 우을중 또한 치유된 경험, 또 자신의 딸에게 도형상담을 실시, 고민과 어려움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상담을 해준 결과 딸의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던 경험 등 다양하다. 송 목사는 “도형상담이 적용될 수 있는 사례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고민도 없지 않다. 송 목사는 “도형상담의 해석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어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통일되었으면 한다”며 “또 일부 사람들은 도형상담 하면 ‘이단이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곤 한다. 그런 잘못된 인식들이 개선되었으면 하고, 내가 바로 그러한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