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두레교회 담임, 두레공동체 대표)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 1874-1963)가 지은 시 중에 ‘눈 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란 제목의 시가 있다.


죽음에 대하여, 죽음에 이르기 전 감당하여야 할 사명에 대하여 깊은 묵상이 담겨진 시다.

한 시인이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의 저녁나절에 호수 곁에 있는 언덕에서 말을 탄 채 숲을 바라보고 있다. 온 천지간에 적막한 시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바람소리와 쌓이는 눈 소리 밖에 없는 때였다. 4연으로 구성된 이 시 중에서 3연과 4연이 다음과 같다.

말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
방울을 한번 흔든다.
방울소리 외에 들리는 소리라곤
가벼이 스치는 바람소리와
사그락 쌓이는 눈 소리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
나에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숲은 죽음의 세계다. 죽음의 세계인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은 세계이다. 시인은 그 세계로 들어가서 아름다움과 어두움과 깊음을 누리며 편안히 쉬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이르다. 죽음의 세계로 가기 전에 먼저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약속은 누구와 맺어진 약속이냐? 살아계신 하나님과 맺은 약속이요, 자기 자신과 맺은 약속이요, 그리고 이웃과 맺은 약속이기도 하고 역사와 맺은 약속이기도 하다. 우리들 각자에게는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할 약속이 있고 기필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약속이 무엇이며 가야 할 길은 어떤 길인지를 이미 깨달은 사람은 성공한 자이요, 그 사람이 깨달음에 이른 자이다.

신약성경 히브리서 10장 35절과 36절에서 그 약속에 이르기 위해 우리가 가슴 속 깊이 품어야 할 3가지를 말해 준다. 첫째는 35절의 ‘담대함을 버리지 말라’는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자기 확신을 꿋꿋이 지키라는 말이다. 둘째는 36절의 ‘인내하라’는 말이다. 셋째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라’는 말이다. 자신의 뜻이, 인간의 꿈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다.

이 해도 마지막 달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며 우리 모두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하나님과 자신 사이에 맺은 약속을 되새기며 아직도 남은 가야 할 길을 다짐하는 날들이 되어야겠다.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담임, 두레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