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적 교회들과 목회자들, 봉사와 섬김, 나눔 관련 기독교 단체들이 한데 모여 '기독교 사회복지 엑스포 2016- 디아코니아 코리아'를 열고 있다. '당신은 선한 사람입니다'라는 주제로 16일 열린 개막식 이후 오는 20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전날인 15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걷기대회'를 시작으로, 주일이었던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막식이 펼쳐졌고, 17일에는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주제 콘퍼런스와 국제 디아코니아 사례발표 세미나 등 학술행사도 마련됐다.

18일부터 20일까지는 한국교회 자원봉사 콘퍼런스를 비롯해 다문화·소외계층·북한·노인·보건의료·장애인·가정·여성 등 영역별 세미나가 이어지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부스 전시회 'With You'가 진행 중이다. 특히 부스 전시에서는 130년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의 섬김과 나눔 사역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교회는 130년 전, 그 시작부터 사회 곳곳의 어둡고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왔다. 2005년과 2010년에 이어 3회째를 맞는 사회복지 엑스포는 그간 교회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했던' 섬김 사역들을 사회 앞에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행사로, 최근 잇따른 목회자들의 추문으로 실추된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제고할 뿐 아니라, 갖가지 이유로 분열된 한국교회가 공통의 과제인 '디아코니아(섬김)'을 통해 '하나 됨'을 도모하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선행에 대해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마땅히 많은 이들에게 알려 모범과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데도, '세상에서 칭찬받고 나면 하늘의 상급이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인터뷰나 취재를 고사하면서 묵묵히 선행을 이어가는 '선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욱 드러나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남는 의구심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마 6:3-4)'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선행의 드러냄이, 오히려 한국교회의 '자기 의(義) 과시'나 잇따른 추문을 덮으려는 '면죄부'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우려가 없지 않다.

스마트폰과 SNS로 상징되는 '미디어의 시대'인 오늘날은, 실제 행위 못지 않게 이미지메이킹이나 홍보가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친화적' 작업들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매스컴이 기독교에 적대적이진 않았더라도, 1960-80년대 한국교회의 부흥이 '매스컴의 집중조명' 덕분이 아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1년 가까이 엑스포를 준비했던 실무자들의 진정성과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사전 출범식이나 설명회, 그리고 엑스포 개막식과 주제 콘퍼런스 현장 등에서 마주친 현장의 모습도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할 만한 부분들이 없지 않았다. 각종 행사의 주요 순서자들 중 사회복지 실무자들이나 엑스포의 진짜 주인공들인 '소외되고 약한 자들'은 거의 보이질 않고, 대형교회 목회자들만 가득했던 것은 그 대표적 단면이다.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이들의 면면을 볼 때, 이를 통해 '정말 한국교회가 하나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출범식부터 개막식까지, 참석한 교회들이나 순서자들은 대부분 동일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나마 세우던 어린이와 청년 등은 보이지 않았다. 취지는 좋았지만,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의 대규모 개막식이 '디아코니아 코리아'라는 취지에 부합했는가 하는 점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사회복지 실무자들을 섬기겠다'던 엑스포의 당초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함으로써, '은밀하게 구제하던 선한 사람들'의 사기를 꺾거나 박탈감을 안겨주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위험 수위를 오가는 발언들도 적지 않았다. "제2의 종교개혁, 솔라 디아코니아의 시대가 열렸다"거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 예산 16조 중 1조 원만 주면 다 해결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등의 발언은 누가 하느냐, 그리고 누가 듣느냐에 따라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들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엑스포 설명회에서 김명혁 목사는 "한국교회는 밝히 드러나는 '빛'만 좋아하지, 자신을 죽여야 하는 '소금'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소금처럼 내가 먼저 없어지고 죽어진 다음에 빛을 드러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주제 콘퍼런스 도중 이어령 박사가 했던 말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들의 사회복지는 정치가나 혁명가들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는 것으로, "그들처럼 밥 나눠주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되고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역할은 단순히 '육의 세계'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주는 일임을 잊지 말라는 통렬한 지적이었다. "교회가 '복음' 대신 '복지'를 내세울 때, 권력과 부에 이용당할 뿐"이라고 이어령 박사는 이야기한다.

이번 엑스포가 많은 이들에게 한국교회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고, 엑스포를 계기로 '낮은 곳에서 섬기는 한국교회'로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앞에서 우려했던 여러가지 문제들도 수정·보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