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비밀

하나님 나라의 비밀
스캇 맥나이트 | 새물결플러스 | 496쪽 | 20,000원

하나님 나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주제다. 그 주제는 신자 개인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사회 속에서도 펼쳐져야 하며, 우주적으로까지 확장되어 이 땅에 존재하는 많은 지역교회를 통해서도 성취되어야 한다. 이미와 아직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에게 '아직'이 오기까지, 이 하나님 나라는 우리의 사명이 되어야 하고 우리의 존재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하나님 나라가 교회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색다른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우선 저자는 '스키니진 스타일'과 '정장 바지 스타일'을 구별하면서, 전자는 '하나님 나라를 공적 영역에서 이루기 위한 사회적 행동'으로 정의한다. 반대로 후자는 하나님 나라를 '우리 마음 가운데 나타나고 사회 속에서 구속이 이루어지는 순간'으로 축소시킨다. 그리고 후자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여 행동주의자가 되기도 하는데, 하나님 나라는 문화 변혁과 형성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에서 하나님 나라를 폭넓게 다루면서, "스키니진과 문화 변혁과 관련해 일어나는 일들이 하나님 나라가 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각자의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산다고 말하고 교회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만, 그 사역과 업무들이 하나님 나라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공격적으로 발언한다. 그러면서 하나님 나라가 과연 무엇인지 풀어나가는데, "하나님 나라는 성도이고 하나님 나라는 교회이며 하나님 나라는 교회를 통해서만 펼쳐지는 것"이라는 말로, 기존 개념들을 축소시키고 제로화시킨다.

이 책의 장점을 세 가지 정도 들면, 우선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예수님 시대의 배경 속에서 파헤친다는 현장감에 있다. 단순히 오늘날 흔히 듣는 '죽어서 가는 나라' 개념과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하나님의 통치'가 아니라, 예수님 시대에 로마 황제 치하에서 하나님 나라가 임하였다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이었고 그것이 받는 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공포였는지를 설명한다. 또 유대인들에게 이 나라가 무엇이었고 이를 완성할 메시아는 누구였는지를 자세히 풀어간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그동안 많이 들었던 정치적·군사적·사회적 메시아와 그 나라의 성격이 잘 설명된다.

또 하나는 하나님 나라가 주제이기도 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왕되시고 주인되시는 우리 주 예수님께로 인도하고 집중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성경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그 아들의 나라'라고 할 만큼 그분을 알아야 그 나라의 특성을 알 수 있는데, 하나님 나라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그 시대와 성경 속에서 세 가지로 설명해 준다. 특히 인자,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에 대한 그동안의 오해를 해소시키고, 하나님 나라의 사명은 예수가 누구인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며, 하나님 나라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과 함께 시작하고 새 계명과 희망을 주면서 성육신적 사역으로 주님을 통한 회복에 접근해간다고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이 책이 교회를 하나님 나라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장점일 뿐이지 다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이 주장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겠지만, 교회에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성도에게 자부심과 책임감을 주는 건 분명하다. 더구나 요즘같이 개인화되고 참된 공동체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 속에서,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왕적 통치 회복과 공동체 안에서 성령을 따라 살 때 나타나는 성령의 열매 회복을 강조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과 사명이 무너지는 가운데 더없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이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책에서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여기 있는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말씀을 해석한다. 보통 이 말씀은 가난하고 어렵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구원에까지 이르라고 해석하는 등 '지극히 작은 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보다 '여기 있는 내 형제 중에'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교회를 벗어나 선한 일을 하는 것은 가식과 위선을 보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리고 참된 교회를 이루고 주님을 따르는 길이 교회 안에서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 또한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사람은 보이고 드러나는 것을 추구하기에 교회를 밀어내고 사회적 구제와 문화적 사역을 우선시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루려는 생각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교회에 의해 지휘받지 않고 구성원들과도 크게 갈등하거나 다툴 일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누구나 교회 밖에서 사회 복음과 구원을 위해 힘쓰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교회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믿음의 가정들에게 더욱 하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은 교회에서 드러난다는 말이다. 실제 공동체 밖에 있고 나와 멀리 있는 자들은 부딪힐 일도 없기에, 얼마든지 선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같은 생각으로 행하는 게 쉽지 않다. 조금만 어긋나면 서로 물고 뜯고 멸망하는 일들이 있다. 이러면서 사회를 향해 스키니진을 입고 뛰어 들어가는 것은 우리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저자의 "하나님 나라가 교회를 통해 우주적으로 확장된다"는 말에 동의하고 공감한다. 더구나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교회가 그래도 유일한 희망이 되어야 하기에, 이 공동체에서 구속과 하나님의 꿈과 비전을 품는 일들이 일어나야 하고, 사회를 향해 세계를 향해 하나님의 왕적 통치가 구석구석까지 뻗어가는 하나님 나라로 여전히 진행되고 성취돼야 한다.

그러나 필자가 저자의 이 말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선 교회를 통한 확장이 유일하다는 식으로 강조되면, 인간의 교만과 자랑이 분명 정치화·사회화·구조화되어 세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분명히 십자가의 정신과 의와 사랑의 방법과 다르게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나갈 것이다. 역사에서도 보았듯 강자의 법칙이 교회에도 적용되어, 기득권을 위한 법이 제정되고 따라서 약자들은 소외되며 고통받고 명목상 그리스도인들 또한 많이 나오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하나님 나라는 거듭나고 변화된 백성,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인정하고 오늘도 주님의 통치를 받는 사람을 통해서만 확장되게 되어 있는데, 저자는 이런 주장을 놓치고 있지는 않지만 제도화된 교회를 지나치게 하나님 나라 역사의 중심에 두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중심은 예수를 마음으로 받고 모신 자들이 그 삶을 살아갈 때 이루어지는 것인데, 지나친 강조가 신학과 삶의 중심을 왜곡시키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끝으로 필자가 보기에 저자는 보편교회와 지역교회를 동일선상에 놓고, 잘 구별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까지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성된, 결코 무너지지 않고 영원한 보편교회와 더 가까운데, 저자는 불안전하고 언제나 전투하는 곳인 지역교회를 하나님 나라와 동일하게 놓고 있다.

물론 지역교회도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 및 통치와 진리의 감화를 받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기에, '하나님 나라와 같다'는 정의는 불안해 보였다. 그렇지만 후자가 더욱 회복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교회를 생각하고 하나님 나라를 폭넓게 볼 수 있었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전주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