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식은 주지만, 신앙 주지 못해
영성과 신앙적 지성도 함양 못해
인간이 최종 결정권 갖고 규제를
진화주의적 자연주의 신뢰 안 돼

샬롬나비
▲기념촬영 모습. ⓒ샬롬나비

제27회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 샬롬나비(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학술대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 AI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11월 24일 오후 서울 양재동 횃불회관 화평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박명수 박사(서울신대 명예교수) 사회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가 ‘AI 시대 기독교 신앙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안종배(국제미래학회 회장)·김기석(한동대 교수)·곽혜원(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박사가 주제발표를, 김윤태(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장)·권요한(서울대 학원선교사)·이상원(총신대 전 교수) 박사가 논평을 각각 맡았다.

◈AI 시대 기독교 신앙의 역할

김영한 박사는 “오늘날 기술혁명은 기술 진화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기술은 인간의 규제를 벗어나 버린 게 아닐까? 기술 진보는 인간의 삶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게 아닐까”라며 “기술혁명 전파와 수용 과정에서의 사회문화적 충격에 대비하려면, 기존 방식과 다른 학제적 연구에 의해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먼저 그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역할에 대해 ①AI의 유용성과 한계를 알아야 한다: AI는 지식을 주나, 신뢰(신앙)를 주지 못한다 ②AI는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윤리를 모른다: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규제해야 한다 ③AI는 스스로 윤리적일 수 없다: AI는 사람이 준 윤리 데이터로 학습한다 ④AI는 영성(신앙적 지성)을 함양시킬 수 없다 등을 제시했다.

또 ⑤디지털 메타버스로 대체될 수 없는 유니버스(창조 세계)의 오묘함을 깨닫는 지성적 신앙이 필요하다 ⑥성경은 AI 제작자 인간이 빠질 수 신적 오만에 대해 경고한다. AI는 주입되는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되므로, 만능일 수 없다 ⑦윤리적 최종 결정은 AI 로봇에 맡길 수 없고,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⑧개혁신앙은 AI 시대에 AI이 하나님 중심의 문명 도구가 되기를 추구해야 한다 ⑨성경적 종말론적 세계관 필요하다: 특이점의 순간이 아닌, ‘하나님의 순간’을 기대해야 한다 등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AI는 사람의 윤리를 배우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윤리는 결국 각 나라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AI 윤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AI가 내리는 결정에 대해, 인간은 최종 규제해야 한다. AI에게 스스로 윤리를 만들고 결정을 내릴 최종 결정권을 줘서는 안 된다. 그리고 비윤리적 인간이 AI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인은 진화주의적 자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진화주의적 자연주의는 우주가 신적 존재로서 자기 조직력을 갖고 진화의 방향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범신론적 신관이 자리잡고, 인간이 신격화되어 스스로를 우주론적 신적 과정의 한 계기로 이해한다. 범신론적 진화론 세계관에 의하면, 인간은 거대한 우주적 진화 과정의 한 계기로 태어나 죽고 사라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이러한 우주론적 허무주의에는 진정한 인간성의 의미, 우주의 목적과 의미성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역사적 개혁신앙이 인류에게 위대한 유산으로 물러준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하다”며 “인간은 자연과 세상의 청지기로서의 문화적 사명이 있고, 물질은 인간을 위해, 인간은 하나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적 삼위일체론적 세계관”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이 우주와 자연은 하나님의 위대한 창조물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초연결과 초지능 혁명을 이룬 기술적 동인들, 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로봇, 드론, 가상현실 등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문명위임(cultural mandate)의 한 단면일 뿐”이라며 “이러한 새 기술들은 인간 신격화가 아닌, 하나님 주권과 영광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다가올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우주와 자연과 역사의 구속을 증거하고, 복음전파를 통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챗GPT, 목회와 선교, 신앙생활 도움되도록 선용을

이후 ‘챗GPT 인공지능 시대, 한국 기독교의 미래와 부흥 방안’을 발표한 안종배 교수(한세대)는 “챗GPT는 목회와 선교, 신앙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그러나 챗GPT에 의존해 쉽게 설교문과 기도문을 작성해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오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히려 챗GPT가 제시하는 내용을 참조하되, 더욱 말씀을 붙잡고 묵상하며 기도로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를 나누는 영적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챗GPT가 선용돼 목회와 선교,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고, 영성이 더욱 깊어지며, 말씀을 더욱 가까이하고, 예수님을 더욱 닮아가도록 돕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배 교수는 챗GPT 시대 한국 기독교 미래의 부정적 전망으로 ①가나안 교인 증대 ②젊은 이단 교인 증가 ③다음 세대 붕괴 심각 ④기독교 사회적 신뢰도 악화 ⑤기독교인 감소, 교회 재원 약화 ⑥AI 디지털 목회자 증가 ⑦미래형 목회 선교 대응 부족 등을, 긍정적 예측으로 ①영성과 복음 중요성 증대 ②교회 공동체 회복 및 확대 ③다음 세대 새로운 부흥 기회 ④기독교 사회적 역할 확대 기회 ⑤목회 사역 영역 확대 ⑥영성과 진정성 갖춘 목회자 부각 ⑦AI 메타버스로 목회 선교 확대 등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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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와 토론자들 모습. ⓒ샬롬나비

그러면서 챗GPT 인공지능 시대 한국 기독교의 미래 부흥을 위한 방안으로 ①초대교회 본질 회복을 위해, 복음과 공동체성을 강화한다 ②창조주 하나님의 세계관으로 성경적 세계관을 확대한다 ③기독교 가치 문화 확산으로 예수님 인성과 거룩한 영적 가치를 제고한다 ④미래 인재 양성 차원에서 세상을 선도할 다음 세대를 양육한다 등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세계미래대회 개최와 세계미래 AI 메타도서관 구축에 적극 동참해, 하나님 선하신 뜻에 합당하도록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며 “세계의 미래가 하나님의 선한 뜻에 합당하게 구현되도록, 교회와 기독교가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AI과 메타버스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 챗GPT와 AI를 한국교회 회복과 부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성경에 그 답이 있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합세한 위험 시대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 합세한 위험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곽혜원 교수(경기대 초빙)는 “기독교 신학이 세 차례 산업혁명 시대에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분적 실패를 경험했던 일을 뼈아픈 통찰로 삼아야 한다”며 “그 결과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사회 전반을 탈종교화(세속화)시킴으로써,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도 약화시켰고 교인의 탈교회화 현상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곽혜원 교수는 “기독교계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리더십을 가질 만한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지만, 지도자들의 혜안과 통찰력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기독교는 새로운 시대를 경계하고 회피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4차 산업혁명과 핵심 기술인 AI에 대한 논의와 분석을 등한히 하고 있다. 올해 챗GPT 광풍에도, 기독교 신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의도적 무관심이 강한 것 같다. 진지하게 알아보려는 노력이 부족하니, 모호한 경계심과 실용주의적 태도만 커지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두려워하거나 배척한다 해서 멈춰지지 않는다. 배척하면 할수록 기독교는 사회에서 점차 고립될 것이고, 사회를 향한 영향력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세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한국 기독교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수록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단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21세기 기독교는 AI를 위시한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회와 함께 호흡해 나가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여파로 가장 막대한 규모의 훼손 위기에 직면한 인간 존엄성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며 “인간 존엄성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창 1:27)을 회복해야 한다. AI의 활용 때문에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다뤄야 한다. 인간성은 우리가 보호하고 지키려고 애써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경건회는 북세연 사무총장 김중석 목사(사랑교회 원로) 사회로 박봉규(기독교학술원 사무총장)·박홍기(크리스천신문 주필)·배선영(송파가나교회) 목사가 기도했으며, 이상직 목사(호서대 명예교수)가 ‘AI 시대의 신앙: 나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요 3:34)’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예배는 방선이 선교사(GMS 원로)의 찬양과 총무 최선 목사(세계로부천교회)의 강령 제창, 육호기 목사(GMS 원로)의 축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