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생 목사(CCC 해외선교팀장)
▲김장생 목사(CCC 해외선교팀장)는 “영어 조금 할 줄 아는 찬양인도자가 저의 꿈이었는데, (CCC 박성민 대표 등 선배들이) 좀 더 큰 역할과 일들을 지속적으로 맡겨 주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글로벌 무대에서 사역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송경호 기자

한국 선교계의 미래를 논하는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엔코위)가 열린 지난 6월 평창, ‘다음 세대’ 트랙 대표 발제를 맡아 단에 오른 김장생 목사(CCC 해외선교팀장)는 5백여 선교 지도자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많은 말을 해도 다음 세대가 유업을 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10개 분야 중 차세대 선교 동원을 이야기하는 ‘다음 세대’ 트랙에서조차 7, 80여 명의 참가자 중 청년 리더는 한 손에 꼽힐 정도였다.

최근 4년 만에 비대면으로 열린 CCC 여름수련회에서 8천여 청년들과 다시금 ‘예수 그리스도’ 백문일답을 외친 김 목사는 MZ세대에 대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는 2, 300% 에너지가 나오는 친구들”이라고 했다. ‘코이의 법칙(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비단잉어의 종류에 빗댄 표현)’과 같이, 지금 당장은 부족해 보여도 가능성을 보고 리더로 세우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다시금 선교적 비전을 회복하기 위해 교회-선교단체 간 컬래버레이션을 강조했다. 교회는 인적 자원을 지원하고 선교단체는 선교사 파송의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킹덤 퍼스펙티브’(Kingdom perspective) 측면에서 굉장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제4차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동시에 엑스플로 74’ 50주년을 맞는다. 그는 “어른들이 청년에게 불을 붙이긴 쉽지 않다. (오히려) 청년들의 순수함, 복음에 대한 열정이 한국교회에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젊은 세대에 ‘쉬운 선교’보다 ‘땅끝’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인터뷰 두 번째 편 일문일답.

‘코이의 법칙’, 큰 물로 이끌어야

-엔코위 리더십에 다음 세대가 부족하다는 것을 꼬집었다. 기성세대와 차세대 리더의 역할 차이는 무엇인가. 리더십 이양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가.

“역대상 12장에 32절에 잇사갈 자손 중에서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우두머리가 200명이 있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시세를 안다’는 건 이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준과 경험으로 이 시대를 해석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시대를 이끌고 가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CCC 대표 박성민 목사님과 선배님들이 저를 계속 큰물에 풀어 놓으셨다. 영어 조금 할 줄 아는 찬양인도자가 저의 꿈이었는데, 좀 더 큰 역할과 일들을 지속적으로 맡겨 주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글로벌 무대에서 사역을 하게 됐다.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큰물로 인도할 수 있는 선배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엔코위는 굉장히 중요한 전략회의인데, 다음 세대를 논하는 자리에 다음 세대가 거의 없었다.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고민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시대를 이해하는 이들이 같이 전략을 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MZ세대들에게 주도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게 해주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에는 그렇지 않은 일에 비해 2, 300% 에너지가 나오는 친구들이다. 하루아침에 리더가 되긴 어렵다. ‘코이의 법칙(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비단잉어의 종류에 빗댄 표현)’처럼 계속 큰물로 이끌어 주면 더 큰 역할을 해내지 않을까. 조금 러프하고 와일드해도, 조금 부족해 보이더라도 리더로 세워 달라. 완성된 어른들의 기준으로 보면 리더가 될 수 없지만, 가능성을 보고 세워 주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언더우드가 한국에 올 때 26세였다. 아펜젤러는 27세, 허드슨 테일러가 중국내지선교회(CIM)를 세울 때가 33세였다. 이들에게도 우리가 젊었을 때 가졌던 열정이 있다. 선교사들도 개척자에서 현지에 리더십을 이양하는 개척자-부모-파트너-참여자(Harold Fuller 모델)의 4P 모델이 있다. 젊은 세대에도 이러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에 탁월, 창의적이고 열정적

김장생 목사(CCC 해외선교팀장)
▲태국에서 청년 기독교인들과 함께한 김장생 목사. ⓒ김장생 목사 제공

-젊은 세대에 주도성을 부여한다는 게 리스크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세계가 있는 건가.

“지금 제가 50대 중반인데, 젊은이들과 체력 및 문화수용성의 차이가 분명 있다. A6라는 캠퍼스 개척 선교(전 세계 주요 대학 중 미개척 상태 6천여 대학에 제자를 세우는 운동, ACTS 6000 Project)팀을 이번에 남미와 아프리카로 6팀 파송했다. 2, 30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곧바로 캠퍼스로 달려가서 사역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캠퍼스에서 전도가 시작되고 예수님 영접한 친구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가 시작됐다. 청년들은 에너지가 남다르다. 4, 50대 같으면 그런 일정으로는 며칠 버티지 못할 텐데 아직 아프거나 어렵다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선교 현장 사역에서 특히 젊은이들은 매우 효과적이다. 트렌드를 잘 알고, 디지털 기술이 탁월하고 생각도 창의적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열정적이다. 각 세대마다 그 세대를 이끌도록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줘야 한다.”

교회-선교회 컬래버, 손해 아냐

-교회와 선교단체의 컬래버레이션을 강조했는데, 그 이상적인 모델은 무엇인가.

“교회와 선교단체가 모범적으로 컬래버레이션하는 교회는 상당히 소수다. 일반적으로 선교단체는 교회에 재정 후원과 기도를, 교회는 선교단체에 선교적 도전과 훈련을 요청하는 정도다. 서로의 필요를 조금씩 채워 주는 공생관계를 넘어,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역교회는 단기선교 및 아웃리치 외의 다른 선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선교의 불은 지폈는데, 막상 현장에 나갈 수 있는 길은 제시하지 못한다. 신학을 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선교사로 파송받게 하는 시스템이다. 평신도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들을 현장으로 보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곳이 바로 선교단체들이다. 크든 작든 선교사 선발부터 훈련, 파송, 케어까지 대부분의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반면 선교단체는 자원이 적다. 자원은 대부분 교회에 있다. 교회의 자원을 계속 선교 현장으로 흘려보낼 컬래버가 절실하다. 교회 입장에서 헌신적인 인적 자원이 빠져나가면 손해가 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킹덤 퍼스펙티브,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한 플러스다.

출산율 저하로 청년들이 줄어들고, 선교단체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서로가 돕지 않으면 다음 세대를 선교 리더로 세우기 점점 힘들어진다. CCC맨들도 다른 단체나 교단에서 파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갖도록 격려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 선교단체들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교회에서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선교단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 준다면 금방 해결될 문제다. 대부분 CCC맨들도 캠퍼스를 졸업하면 교회에서 헌신한다. 경쟁이 아닌, 상호 협력하는 구도로 나아가야 한다.”

김장생 목사(CCC 해외선교팀장)
▲김장생 목사는 MZ세대로 불리는 다음 세대에 대해 “트렌드를 잘 알고, 디지털 기술이 탁월하고, 생각도 창의적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열정적이다. 각 세대마다 그 세대를 이끌도록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CCC의 선교 훈련 과정인 커넥션스쿨(Conexion School)은 교회와의 컬래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날 한국교회를 보니, 선교 훈련 코스가 부족하더라. 물론 미션 퍼스펙티브나 카이로스와 같은 훈련이 있는데, 깊이가 있는 만큼 내용이 제법 길다. 중·고급은 있는데 초급이 없는 상태였다. 선교 헌신자들을 위한 자체 과정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기초 훈련의 필요성을 보여 주셨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중단되면서 여기에 집중했다.

커넥션스쿨은 2019년 6월에 시작했고, 선교 입문자용 15시간(5회) 과정으로 디자인했다. 현재까지 16회의 강사 훈련을 통해 417명의 강사 자원을 배출했고, 이분들이 직접 개설한 강좌도 40회 이상이다. 내용이 매우 독창적이며, 기존 과정과는 접근 및 운영 방법이 다르다. 선교사를 강사로 모시지 않아도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이 직접 개설해 훈련시킬 수 있다. 특히 목회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미주지역 한인 교회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17기 강사훈련도 10-11월에 진행 예정이다(홈페이지 conexionshcool.org에서 등록 신청).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빼고 선교하신 적이 없으시다. 한국교회가 선교를 더욱 힘차게 전개하기 위해, 선교단체의 선교 노하우를 교회와 공유하고 교회의 선교 체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커넥션스쿨이 작으나마 한국교회 선교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기도한다. 커넥션스쿨 후속으로 단기선교학교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청년에 불붙이기 어려워

-올 초 애즈베리대학 부흥이 한국 청년 선교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열기가 식은 감도 있다.

“미국교회가 쇠락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 왔는데, 애즈베리대학의 부흥 소식은 미국교회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 온 한국교회의 입장에서 굉장히 희망적이었다. 특별히 가장 비종교적으로 알려져 있는 Z세대 학생들 가운데 일어난 부흥이라 더욱 의미 있다. 주최자도, 스타급 강사들이나 알려진 찬양팀도, 잘 기획된 연출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진심으로 하나님을 묵상하고 예배하는 모임에서 진짜 성령께서 임재하시는 역사의 현장을 갈망했던 것 같다. 여러 언론들이 그 부흥의 여파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한다. 부흥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회개운동 혹은 선교운동, 기도운동 등 결과들이 따라 올 텐데,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하겠다.

한국에서도 그러한 운동이 다시 한 번 일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특별히 내년에는 제4차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엑스플로 74’ 50주년을 맞는다. 복음주의권의 세계적인 선교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고,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선교에 대한 갈망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청년들에게 불을 붙이기는 쉽지 않다. 청년들의 순수함, 복음에 대한 열정이 오히려 한국교회에 불쏘시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기도와 전도, 선교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준비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대형 집회가 아니라 진짜 하나님의 역사를 기다리는 것 같다. 한국교회 안에 그러한 목마름이 있다.”

-1년간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엑스플로 74’ 당시 5박 6일간 기도했던 기록이 있다. 그러한 원색적인 기도가 필요하다. 과연 우리는 혼자서 얼마만큼 기도할 수 있는가. 오래 전 교회 어른들과 산기도를 갔을 때, 저는 10분 기도하니 더 이상 기도할 게 없는데 그분들은 두 시간 세 시간 기도하시더라. 청년들 안에 다시 한 번 성령의 폭발적인 기도의 불이 오순절 다락방처럼 붙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편한 선교’보다 땅끝으로 도전

-청년선교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 없다. 선교라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방향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있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청년들이 든든한 성경적 베이스를 가지는 것이다. 말씀 속에서 주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워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 선교단체에서 제자훈련을 잘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교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청년의 때에는 사역의 전문성이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의 때에 선교 경험 없이, 나이가 들어서 시작하기에는 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선교의 첫 발걸음을 떼는 시기에 청년들에게 다양한 선교적 경험들을 하도록 안내하고 싶다. 그러한 다양한 선교 경험들이 평생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데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쉬운 선교’보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힘든 선교’를 도전하고 싶다. 젊은이들에게는 안전지대(Safe zone)을 벗어난 ‘땅끝’을 도전하고 싶다. 이 일을 위해 한국교회와 기성세대가 함께 응원해 주고 기도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