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버지, 1년에 100권 독서하는 인문학도
시인 꿈꿨던 허준이 교수, 통섭적인 연구로 성취
임윤찬, 스승이 독서 리스트 만들어 주는 다독가

허준이 손흥민 임윤찬
▲왼쪽부터 허준이 교수, 손흥민 선수, 임윤찬 피아니스트. ⓒIMU, 토트넘 페이스북, TheCliburn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꿈같은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본다.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차원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 국가로 도약했음을 절감한다. 누구도 예상 못한 기적 같은 일이다. 이제 칸 영화제나 빌보드 차트뿐 아니라, 세계 축구계에서마저 최고 득점자와 최고 연봉자 리스트를 체크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최근 대한민국을 세계인들에게 높이 부각시킨 트리오가 있다.

이들은 답답하기만 하던 코로나19와 머리 아픈 정치, 힘겨운 경제 사정으로 잔뜩 찌푸린 우리의 미간을 일순간에 활짝 펴게 해준 영웅들이다.

아시아인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과 필즈상을 받은 39세 수학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미국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까지 세 사람이다. 자기계발서를 준비중인 출판사에서는 벌써 책 제목까지 정해놨다고 한다.

‘허준이처럼 수학하고, 임윤찬처럼 연주하라.’ 한 사람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손흥민처럼 골 넣고, 허준이처럼 수학하고, 임윤찬처럼 연주하라’로. 이들의 인기는 거의 신드롬 수준에 가깝다.

스포츠뿐 아니라 예술과 학문에서도 비상하는 이들 트리오의 생동감 넘치는 활약은 요즘 온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이 세 사람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친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면, 인문학이다.

손흥민을 오늘의 세계적인 월드클래스로 양육한 부친 손웅정 씨는 1년에 100권이나 되는 책을 읽는 인문학도이다. 그의 차별화된 철학과 철저한 훈련과 남다른 겸손은 모두 인문학이 일깨운 작품이다. 그것이 아들 손흥민에게 고스란히 전수되어, 세계 축구계 최고 스타 중 한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7월 5일,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한국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도 중학생 때 시인을 꿈꿨던 문학소년이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시인을 원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허 교수는 수학과 시에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음을 몸소 보여준 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의 접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어는 생각을 전개하는 도구인데,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시를 쓰며 언어를 다루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인문학 등 다른 분야 방법론을 수학에 적용하는 방식의 증인이 되었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의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예종 2학년인 임윤찬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잊을 수 없는 스승이 한 사람 있다.

2017년 한예종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임윤찬이 처음 만나 6년째 사사를 받고 있는 손민수 교수이다. 스승 손 교수는 임윤찬에게 피아노 지도는 물론,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손 교수 덕에 임윤찬은 다독가가 되었다. 임윤찬은 “예전부터 헤세의 ‘데미안’과 법정 스님의 책 등을 즐겨 읽었지만, 지금도 계속 읽게 되는 책은 단테의 ‘신곡’”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독주회에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한 적이 있다.

임윤찬은 이 곡을 연주할 당시부터 ‘신곡’을 거듭 읽었다. 리스트의 피아노곡 ‘단테 소나타’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단테의 ‘신곡’은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모두 구해서 읽어 보았다.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할 만큼 읽은 책”이라고 말했다.

신곡
▲단테의 <신곡>.

또 훌륭한 피아니스트 연주를 계속 듣다 보면 무의식중에 따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신만의 독창성이 사라지게 돼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도 지운 채 연습을 한다고 했다.

그가 단테의 신곡뿐 아니라 인문학 도서들을 즐겨 읽는 이유는 독창성에 관한 도전을 계속 받을 수 있어서다. 피아노만큼 인문학이 중요함을 알고, 몸소 활용하고 체득화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CEO)들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은 모두가 경제전문가이기 전에 인문학에 도가 튼 사람들이다. 다 인문학이 모든 분야에 필수적 가치가 있는 밑거름이 되는 도구임을 잘 알고 있는 영웅들이다.

시사전문지 애틀랜틱(The Atlantic) 기자 소피아 길버트 또한 ‘Learning to Be Human’이라는 기사를 통해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인간’답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연구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소피아는 길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인문학과는, 달리 구글이나 네이버 같이 기술이 중심 기업들이 우리에게 주는 순간적 만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인문학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학문이다. 문학, 역사, 예술, 음악, 철학 등 인문학이 알려주는 인간적인 삶과 그에 대한 해석은 과학이나 기술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이다.

인문학이 그 어느 분야에서보다 더 가치 있고 유익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뭘까? 신학이다.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타인에게 전하고 선포해야 할 신앙인과 신학생과 목회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학문이 인문학이란 말이다. 인문학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처럼 직접 생명을 구원을 생성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영혼을 구원하고 성장시키는 복음 진리를 전달함에 요긴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놓쳐선 안 된다.

무엇보다 인문학이 설교자에게 가장 소중한 무기임을 알고 잘 활용하면 좋겠다.

신성욱
▲신성욱 교수.

신성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아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