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성 거룩한 성] 미국 프로라이프 활동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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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장지영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프로라이프 단체 중 가장 많은 온라인 팔로워를 보유한 라이브 액션(Live Action)은 얼마 전 낙태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상은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낙태의 찬반 입장을 물은 뒤, 낙태 시술과정을 담은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 간단한 인터뷰였다. 스스로를 프로초이스라고 답했던 사람들은 “출산 직전까지도 낙태가 가능하며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다”, “책임질 능력이 없다면 낙태가 최선의 선택”이라 했지만, 이 중 70% 정도의 사람들은 “아기가 임신 초기부터 저런 모습일지 몰랐다”, “잔인하다, 살인같다”, “낙태의 과정을 몰라서 낙태를 지지했지만 이제 낙태를 지지할 수 없다”고 변화된 생각을 말한다. 의견의 변화는 인종(아시아인, 흑인, 백인), 성별과 관계없이 보편적이었고,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낙태에 동의한다던 이슬람 여성도 낙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영상은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구글 검색 상위권에 올랐고, 낙태를 알아보기 위해 “abortion”을 검색했던 여성들이 의도치 않게 검색 상단에 노출된 낙태 시술과정을 본 뒤 출산을 선택한 사례도 있었다.

2007년 시작한 라이브 액션의 유튜브 활동은 누적 조회수가 4,200만 건에 달하며, 약물 낙태, 낙태 찬성에 대한 프로라이프의 변론, 비윤리적인 낙태 진행 절차 폭로, 임신 후기 낙태, 여성인권 운동이 낙태 찬성운동으로 변질된 과정, 낙태클릭닉의 비리 폭로 영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라이브 액션의 대표 릴라 로즈는 13세에 프로라이프 활동을 시작했다. 팔남매 중 셋째로 홈스쿨링을 받고 자란 릴라는 서재에 꽂혀 있던 ‘낙태 핸드북’에서 임신 10주 경 낙태된 아기의 사진을 보고 낙태의 폭력성에 큰 충격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낙태가 우리 주위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으며, 낙태를 반대하는 후보자들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내용을 편지로 써서 이웃들에게 전하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15세에 12명의 친구들과 함께 라이브 액션을 설립한다.

이후 UCLA에 입학한 릴라는 주변 친구들이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학교 내에서는 임신한 학생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상히 여겨 임신한 것으로 위장한 뒤 학교 보건센터에 상담을 청한다. 하지만 상담을 맡은 주임 간호사는 학교는 임신한 학생을 지원해 줄 수 없다며, 그 대안으로 낙태시술을 해 줄 수 있는 2명의 의사를 소개시켜 준다. 릴라는 이 사건을 계기로 낙태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위해 거대한 낙태 클리닉인 가족계획협회 잠입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탐사 보도를 통해 법적 절차 및 부모 고지 없이 행해지는 미성년자 낙태, 임산부에게 낙태 시술 및 태아 발달과정에 대한 거짓 정보 제공,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우생학자인 마가렛 생어(Margaret Sanger)가 창립한 가족계획협회가 여전히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낙태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음을 고발하며 명성을 쌓는다.

라이브 액션은 생명의 존귀함을 전해주는 개인적인 스토리를 발굴하고 전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열여섯 살에 임신을 한 에밀리는 부모님께 말하는 것이 무서워 가족계획협회에 찾아가 약물 낙태를 했던 경험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19살에 또다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다시 가족계획협회를 찾는다. 통계적으로 16세 이전에 임신과 낙태를 경험하면 우울감에 다른 남성을 만나 1년 이내에 다시 임신하게 될 확률이 높은데 에밀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첫 낙태의 경험이 너무나도 끔찍했기에 낙태약을 손에 쥐고 망설이는 에밀리에게 가족계획협회 직원은 암묵적으로 약을 먹을 것을 권유한다. 직원 앞에서 떠밀리다시피 약을 먹고, 24시간 뒤 먹을 두번째 약을 받아 집에 온 에밀리는 고민 끝에 임신을 유지하기로 결심하고 프로라이프 병원에 연락을 한다. 프로라이프 병원은 에밀리가 임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 전반에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부모님에게 임신 사실을 말할 때도 함께 해주었다. 낙태와 출산을 모두 경험한 에밀리는 생명을 선택한 기쁨과 함께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낙태의 아픔을 고백한다. “임신했다고 희망이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계획했던 삶은 아닐지라도 모든 면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더 나을 거에요. 두번째 아이를 낙태하지 하고 출산한 것은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에요.”

에밀리처럼 낙태를 경험한 여성 또는 낙태 과정 중 생존하여 태어난 이들이 직접 전하는 아픔과치유의 과정은 그저 슬프기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프로라이프 사역을 지속하게 하는 건강한 원동력이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실한 이야기는 원론적인 구호보다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픔을 가진 우리의 이웃을 따뜻하게 환대해 줄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아가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10대 시절에 프로라이프 운동을 시작한 릴라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은 릴라가 라이브 액션의 리더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쉽게 공감을 느끼고 다가올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프로라이프 활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태아의 생명’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시는 선후배님들이 계심에 감사한다. 그리고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지난한 여정의 초입에서 릴라 로즈와 같은 젊은 여성 리더들이 곳곳에서 세워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장지영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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