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임재 연습
▲‘하나님의 임재 연습’ 로렌스 형제가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 ⓒ크투 DB
카페 교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왠지 어색하고 넉살머리가 없어서인지 앞치마를 하지 못하다가, 얼마 전부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앞치마를 손수 둘렀습니다.

주님도 이 땅까지 허리를 숙이셨는데, 이렇게 어정쩡한 모습으로는 청년들에게 다가설 수 없음을 뒤늦게 실감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바울도 말씀을 전하다 돌아서면 앞치마를 두르고 천막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이 바울의 손으로 놀라운 능력을 행하게 하시니 심지어 사람들이 바울의 몸에서 손수건이나 앞치마를 가져다가 병든 사람에게 얹으면 그 병이 떠나고 악귀도 나가더라(행 19:11-12)”고 말합니다.

바울은 선교하는 동안 ‘브리스길라’, ‘아굴라’ 부부와 함께 천막을 만들었습니다(행 18:3). 일하는 동안 흐르는 땀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았을 테고 허리에 두른 앞치마는 몸을 가리고 보호하기도 하고, 옷이 더럽혀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었겠지요.

헌데 땀으로 얼룩진 손수건과 온갖 더러운 것들이 잔뜩 묻은 앞치마를 통해 귀신이 달아나고, 병이 치료되는 역사가 나타납니다.

바울에게는 땀 흘려 일하는 일터와 말씀을 전하는 선교의 자리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도와 노동(Ora et Labora)’을 삶의 중심으로 삼았던 베네딕트 수도회처럼, 기도가 노동이 되고 노동이 기도가 되었습니다.

3년간의 카페 생활은 ‘기도와 노동(Ora et Labora)’이란 말이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아침에 카페 문을 열면 손이 일을 찾기 전에 먼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깃들도록 짤막한 기도를 드립니다.

하루를 준비하며 접시와 잔을 닦고 정리하는 동안에도 커피와 음식을 먹는 이들의 영혼을 하나님께서 돌보시고 인도해 주실 것을 간구합니다.

그리고 찾아온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을 알게 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만들어 건넵니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와 지혜를 주시도록 매 순간 성령을 의지합니다.

평수사 로렌스(Brother Lawrence,1611-1691)가 60년 동안 맨발로 생활하는 까르멜 수도원 주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저도 따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식생활에 필요한 접시와 주발/ 그리고 모든 집기(什器)들의 주인이 되시는 주님/ 당신은 주방에서 일하는 저에게/ 성자가 되는 축복을 주시고/ 기쁨으로 찬양하며/ 이 많은 그릇을 닦게 해 주셨습니다.”

바울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오늘 내가 만드는 이 천막 속에 거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그늘 아래 머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찬양하며 일하지 않았을까요? 분명 그랬을 겁니다.

우리의 일과 하나님의 역사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땀과 먼지로 범벅된 바울의 손수건과 앞치마가 세상을 치유하는 도구가 되듯, 우리가 세상에서 행하는 일과 땀이 하나님의 거룩한 일이 됩니다.

일은 하나님의 은혜를 담는 그릇입니다. 어떤 일이든, 무엇을 하든 하나님의 은혜가 담기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광야에 내렸던 만나가 더함도 모자람도 없이, 모든 그릇에 담겨졌듯이 말입니다.

우리의 손수건과 앞치마에도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가 묻어나 사람을 치료하고, 세상을 고치는 거룩한 일로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로렌스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그 어디쯤에 서 있고 싶습니다.

“제게는 일상의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과 기도 시간이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부엌의 온갖 번잡함과 달그락거리는 소음 한가운데서도, 심지어 몇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가지 다른 일을 시킬 때에도 마치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처럼 조용하고 평온하게 하나님을 온전히 소유합니다.”

서중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다빈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