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법 의사봉
ⓒpixabay.com
[질문]

신자가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1) 불신자와 같은 이유 때문인지- 즉, 사회질서유지를 위한 도덕적 이유 때문인지 (2) 아니면 신자가 그 사회의 규정을 어기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죄가 되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건지 그래서 더욱 더 잘 지켜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나라마다, 나라 안에서도 각 주마다 법과 규정은 다릅니다. 이렇듯 사회의 법은 시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사회질서유지 규정과 하나님의 법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요? 하나님이 이 나라에서는 죄이고, 저 나라에서는 죄가 아닌 것 같이 일관성이 없으신 분이 아닐 거라 생각되거든요.

[답변]

한국 신자들은, 주로 교회의 잘못되거나 부족한 가르침에 기인하지만, 모든 신앙문제를 도덕윤리 차원으로만 파악하여서 해결하려 듭니다. 질문의 초점도 오직 죄인지 아닌지, 그것도 보편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측면의 죄인지에만 맞춰져 있듯이 말입니다. 답부터 미리 말씀드리면 질문자님이 추측한 대로 두 가지 이유가 다 해당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피자면 1)번 이유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불신자 신자 구분 없이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신자로선 자연히 2)번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질문하신 대로 윤리적 죄란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데 모든 상황에서 일관되게 동일해야만 하는 하나님의 기준에 모순되는 경우가 생기면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 문제의 답을 얻으려면 먼저 신자의 독특한 신분과 하나님의 인간세상을 통치하는 방식에 대해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첫째로 신자의 신분은 특이합니다. 불신자와 함께 세상 속에서(within the world) 동일한 모습의 삶을 살아야 하지만 세상에 속한(of the world) 것은 아닙니다. 벌써 신자의 이런 신분만 따져도 세상의 법과 하나님의 법 둘 다 따라야 한다는 결론이 쉽게 도출됩니다. 세상에 속해 세상 안에 살기에 세상 법만 지키면 되는 불신자와 다르게 때로 고달플지라도 거룩하게 살아야 합니다.

둘째로 하나님은 신자뿐만 아니라 당신을 믿지 않는 불신자들의 삶과 인생에 필요한 것들도 충분히 공급해주십니다. 이 땅의 풍요함이나 고달픔이 믿음과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임합니다. 단지 그 영원한 운명만 예수십자가 은혜의 수용여부로 나눌 뿐입니다.

"그러나 자기를 증거하지 아니하신 것이 아니니 곧 너희에게 하늘로서 비를 내리시며 결실기를 주시는 선한 일을 하사 음식과 기쁨으로 너희 마음에 만족케 하셨느니라 하고"(행14:17)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신자 불신자 상관없이 골고루 내리십니다.

이런 맥락에서 하나님은 각 나라 별로 고유의 법체계도 허용하고 그대로 인정하십니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거하게 하시고 저희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하셨으니 이는 사람으로 하나님을 혹 더듬어 찾아 발견케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떠나 계시지 아니하도다."(행17:26,27)

나아가 신자더러 자기가 속한 나라의 법적 체계에 순종하라고 명령하십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리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림이니 거스리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롬13:1,2) 불신자가 지배하는 것 같은 인간 세상도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통치 아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세상 권세에 무조건 다 복종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자가 되어 네게 선을 이루는 자니라 그러나 네가 악을 행하거든 두려워하라 그가 공연히 칼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니 곧 하나님의 사자가 되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위하여 보응하는 자니라."(롬13:4) 하나님이 신자더러 복종하도록 명한 권세는 세상의 악을 하나님 대신에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할 경우, 예컨대 공산독재나 독일나치제국이나 이슬람국가(ISIS)처럼 도리어 악을 조장하는 권세에는 복종할 이유 필요 의무가 없습니다.

특별히 5절에서 "노를 인하여만 할 것이 아니요 또한 양심을 인하여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하나님의 계명을 불순종하면 벌 받을까 염려해서 복종하지 말고 양심에 따라 자발적으로 순종하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일부 종교적 신념에 위배되는 경우는 세상 법에서도 예외를 인정해줍니다. 전쟁과 수혈을 절대 반대하는 종교인에 대해서 면제규정을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고래로 인간세상의 법체계는, 특별히 현대에 들어와선 인간사회의 공동선과 유익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됩니다. 근본적으로 하나님이 허용하신 뜻과 일치하지 상충되는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예수님은 신자더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똑 같이 이웃도 사랑하라고 하시면서 그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라고 했습니다.(마22:34-40) 인간 법체계가 인간사회의 공동선과 유익을 도모한다면 예수님이 명한 이웃사랑의 또 다른 방식이자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의로운 통치 아래 들어가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당시의 유대 법률은 물론 관습 자체를 두고 잘못되었다고 비난하지 않았고 일반 유대인더러 노골적으로 위반해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법으로 사람들을 멍에로 묶고 자기들 권력 유지와 치부 수단으로 삼는 부패한 지도자들만 정죄했습니다. 특별히 사람들을 차별하는 방편으로 악용한 점에 대해선 저주까지 퍼부었습니다.(마23장)

당시 유대의 종교 정치 지도자들의 근본적인 잘못은 모세율법이라는 하나님이 수여한 명시된 법체계가 있는데도 인간이 자의로 따로 추가한 것입니다. 반면에 오늘날 한국의 경우 모든 법체계를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전 국민이 공감 합의한 근본 바탕 위에, 하나님의 뜻이기도 함, 제정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웃사랑이라는 원리를 표방한 것으로 신자가 로마서 13:1의 계명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나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한국의 모든 법률 체계는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국가의 뼈대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따라 제정됩니다. 하위 법들이 헌법과 상충되면 헌법재판소에서, 각 하위 법들끼리 상충되면 대법원에서 민주절차에 따라 판결해줍니다. 나아가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수정보완하고 또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뜻에 따라 물갈이를 할 수 있습니다. 법이 제정된 후에 오류가 드러나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수정하면 됩니다. 그 전까지는 기존의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다른 말로 우리나라 안에서는 상대적이고 상호모순 되는 법들이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고 혹시 실수로 생긴다 해도 적법한 검증 수정 대책이 다 마련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박진호
▲박진호 목사
물론 나라가 다를 때는 법 규정이 상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 사람이 되라고 했듯이 어떤 한 나라에 거주하는 한에는, 나아가 여행객이라도 최선을 다해 그 나라 법을 따라야 합니다. 그 나라의 법도 인간사회의 유익과 공동선을 도모하려 제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각 나라와 민족의 거주의 한계를 두신 하나님의 뜻에 부합됩니다. 결국 세상 법들이 상대적이라 하나님의 뜻과 상충된다고 염려할 필요는 사실상 없다는 뜻입니다.

정말로 세상 모든 나라의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하나님의 법 중의 법 즉,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십계명입니다. 어떤 나라라도 십계명의 5-10까지 계명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럴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불효, 살인, 간음, 도적, 거짓증거, 남의 것 탐하는 것이 죄가 아니라고 하는 나라라면 그곳에 살 이유도 여행갈 필요도 없습니다. 또 그런 나라 주민이라면 그런 악한 법체계에 항거해서 고쳐나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신자는 하나님의 법을 세상 앞에 실현시켜야 할 자입니다. 근본적으로 이웃 사랑이 목적인 현실의 법도 안 지키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십자가 사랑의 법을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윤리적 종교적 측면을 떠나서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신자는 신자가 되기 전에 한 사람의 건전한 시민이 되어야 하며, 시민이 되기 전에 사람으로 근본은 지켜야 합니다. 바울이 양심에 따라서 세상 법체계에 순종하라고 한 까닭입니다. 양심은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을 닮게 인간을 창조할 때에 당신의 윤리적 분별력의 일부를 인간에게 심어준 것입니다. 양심에 따라 사회법을 따르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창조목적에도 부합되는 것입니다.

성경은 영적 윤리적으로 크고 중요한 원리만 밝혀놓았지 구체적인 적용은 인간의 양심과 이성적 분별력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맡겨져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신자는 하나님의 뜻과 확실하게 위배되는 악을 만들어내는 법이 아닌 이상 그 나라에 살면 그 나라의 법을 반드시 정확하게 전부 다 지켜야 합니다.

2017/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