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생명’의 가치… 교회, 통회자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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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태죄 폐지 판결 그 이후(2)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69·270조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그 어떤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그보다 못한 여러 가치들에 밀려난 일대 사건이다.

한국교회는 이번 판결에 큰 경각심을 갖고, 반성경적·반인권적으로 달려가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예’ 할 때 ‘예’ 하고 ‘아니오’ 할 때 ‘아니오’ 해야 하며, 모두가 ‘예’ 할 때 ‘아니오’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여러 대책을 세우기에 앞서, 성경적 세계관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힘써온 보수 기독교계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낙태죄 폐지 판결은 사실 예측이 가능했다. 법조계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감지됐고, 뜬금없이 준정부 기관에서 낙태 관련 국민 인식 설문조사를 발표해 여론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언론을 통한 낙태죄 폐지 여론 형성도 계속돼 왔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계는 상대적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헌재의 판결 이후 모든 교계 연합단체들이 일제히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물론 시의적절했지만, 달리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판결 전에 더 적극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기도와 집회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동성애자들의 퀴어축제에 반대해 교계 전체가 나서 다양하게 대응해 왔던 것을 떠올린다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낙태는 하나님의 영역인 생명을 인간이 좌지우지하려는 행위로 동성애 못지 않은, 어떤 의미에서 동성애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슈 아닌가.

한국교회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설마 낙태죄를 폐지까지야 하겠는가’ 하는 방심이 아니라면, 다른 이슈들에 비해 어린 생명을 살려내는 것에 대한 관심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분명 짚고 넘어갈 문제다.

늦었지만 한국교회는 먼저 하나님께서 축복하신 이 나라에서 생명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을 회개하고, 이를 방관 또는 방조한 죄에 대해 통회자복하는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마침 고난주간이니, 각 교회 특별 새벽기도회나 철야기도회 등에서 함께 기도의 불을 지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낙태 합법화 운동을 벌인 이들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과 상당 부분 겹친다. 그들은 여세를 몰아 그들이 원하는 가치관을 계속해서 이 사회에 정착시키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생명과 가정을 중시하는 기독교의 성경적 가치관들은 파괴되고 무너질 것이다.

기독교 전통이 1천년 이상 켜켜이 쌓여있던 유럽 각국도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았던가. 우리 다음 세대가 인본주의적 가치관에 ‘부화뇌동(附和雷同)’이 아닌 ‘화이부동(和而不同)’하여, 신본주의 성경적 가치관 아래 하나님의 자녀들로 살아가게 하려면, 절대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막아서야 한다.

그들의 시도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처럼 대부분 사법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사회의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모두 소위 ‘진보 진영’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치른 헌법재판관 후보 2인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보수 교계를 넘어, 시민단체를 비롯해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이들과도 연합해서 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낙태에 가장 비판적인 천주교와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 이단사이비를 제외한 여타 종교들과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 이 범종교적 운동은 3.1운동 100주년을 가장 뜻깊게 기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생명’을 경시하는 법관들이 ‘생명’을 다루는 요직에 더 이상 앉지 못하도록, 지혜를 모으고 기도해야 한다. 그들 소위 ‘진보’ 법관들에 의한 최대 피해자는 기독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진보’ 법관들에게,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인권’인지 물어야 한다. 반면 ‘생명’을 중시하는 법관들을 위해서는 기도해야 할 것이다.

가깝게는 낙태죄 법안 개정 과정에서 ‘생명’의 가치가 최대한 보존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 말처럼 낙태가 사회경제적 문제라면 사회경제적으로 해결해야지, 왜 죄 없는 생명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 하는지 따져야 한다.

사실상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사문화된 낙태죄를 완전히 폐기시키고자 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에게도 ‘양심’이 존재한다는 반증(反證)이기 때문이다. ‘낙태’가 생명을 죽이는 일이고, 그것이 본인들의 양심에 찔림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그들 안의 양심을 끊임없이 건드릴 필요도 있다.

교회 안에서도 ‘생명’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성도들에게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떤 의미인지, 그에 대항하는 성경적 가치관이 무엇인지 충실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차제에 한국교회와 범종교 차원에서 낙태와 안락사 반대, 무분별한 유전자 변형 반대,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자살 예방 같은 ‘생명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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