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부 캡처
글로벌 시대에 중요한 덕목은 바로 다문화 역량의 증진이다. 다문화 역량 증진은 다양한 문화권으로부터 온 이민자들뿐 아니라, 주류 문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다문화 교육의 목표다.

다문화 역량(Intercultural Competence)은 개인이 자신의 문화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와 편견을 지양하고 상대 문화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거기에는 의사소통의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요소들과 문화적 관습들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다.

다문화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다문화 역량 평가 모델 중, 다문화 감수성 발달 모델(DMIS: Developmental Model of Intercultural Sensitivity)이 있다. 이 모델은 사람들이 자기와 다른 문화를 경험할 때 겪는 심리적 국면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에 의하면, 다문화 감수성은 크게 ‘자문화 중심주의’와 ‘자문화 상대주의’ 단계로 나뉜다. 자문화 중심주의는 자신의 문화 중심으로 생각하며 상대방 문화를 거부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반면 자문화 상대주의는 자신의 문화를 다양한 문화들 중 하나로 인식하며 상대방 문화에 대해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문화 중심주의에는 거부, 방어, 최소화 등의 단계가 있으며, 자문화 상대주의에는 수용, 적응, 통합의 단계가 있다.

거부(Denial)는 자문화 중심주의적 태도의 첫 번째 단계로써, 자신의 문화와 상대방의 문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는 다시 고립(Isolation)과 분리(separation)으로 나뉜다.

고립은 개인이 상대 문화를 접했을 때 어떠한 다른 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의식 속에 문화 간의 다름을 구분할 수 있는 정신적 메커니즘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단계는 주로 역사적으로 단일 민족과 단일 문화 형태를 고수해온 사람이나 집단에게 나타난다.

분리는 개인이 자신의 문화와 다른 상대 문화를 인식하기는 하되, 그것을 자신의 문화와 철저히 분리하여 폐쇄된 문화권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한 사회의 인종별 게토화 현상이 여기게 속한다.

방어(Defense)는 상대방의 문화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이 위협당한다고 느낌으로써, 의도적인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방어는 다시 폄하(Denigration), 우월(Superiority), 전도(Reverse)의 세 단계로 나뉜다.

폄하는 상대 문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봄으로써 적대감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나 인종차별 집단이 이에 속한다.

우월감은 자신의 문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우월적인 시각을 갖는 것을 말한다. 폄하의 단계와 구별되는 것은 자신의 것을 우월하게 생각하면서도 상대 문화를 폄하하는 자세는 가지지 않는 것이다. 민족주의자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전도의 단계는 폄하와 우월감과는 반대로, 자신의 문화보다 상대 문화가 더 우수하게 느껴져 자신의 것을 오히려 폄하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타문화권에서 오래 살았던, 이른바 해외 근로자나 유학생들에게 보이는 태도이다.

최소화(Minimization)는 자문화 중심주의 국면의 마지막 단계로써, 자신의 문화와 상대방 문화 사이의 다른 점 보다는 유사점을 더 주목하게 되는 단계이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이 문화 간 상이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자문화 중심 사고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최소화의 단계이다.

이 최소화의 단계는 다시 신체적 보편주의(Physical Universalism)와 초월적 보편주의(Transcendent Universalism)로 나뉜다. 신체적 보편주의란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신체적,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 욕구들은 모든 문화마다 동일하게 표출되므로, 신체적 보편주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행동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월적 보편주의는 모든 인류는 스스로 인식하든 못하든, 어떤 초월적인 원리나 법칙의 산물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종교적 신념을 다른 사람들도 공유하는 보편적 진리라고 생각하여 행동한다는 것이다. 문화와 인종을 떠나 크리스천들은 모두 동일한 하나님의 자녀라고 생각하는 기독교 사상이나 마르크시즘과 같은 공산주의 사상이 이 단계에 속한다. <계속>

최윤정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B.A.)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풀러신학교(M.A.)를 졸업하고, 바이올라대학에서 'Intercultural Education(다문화교육)'으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현재 월드미션대학교(World Mission University)에서 다문화사역, 기독교와 문명 등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