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움
▲나도움 목사를 만난 곳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 이날 오후 충남 홍성 지역 한 학교 방문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웅 기자
"거리 시간 상관없이, 불러주면 가겠습니다."

학창시절 경험한 스쿨처치(Schoolchurch)를 자신의 주 사역으로 삼은 나도움 목사는 9개월만인 2012년 기도 응답으로 첫 학교를 방문했다. 이후 지금까지 나 목사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스쿨처치를 세우거나 스쿨처치 학생들을 응원하면서 삶의 현장인 학교에서도 크리스천답게 살도록 함께 예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움닫기' 등의 페이지를 개설해 페이스북(facebook)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기독교 세계관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다음은 나도움 목사와의 인터뷰.

-전국 어디든 학교를 찾아다니고 계시지요.

"이것저것 하고 있지만, 제 사역의 시작은 중고등학교입니다. 그리고 그때 만난 학생들이 자라다 보니, 다양한 사역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도전과 영향을 받은 곳이 청소년 선교단체이다 보니 청소년 사역에 대한 마음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저 초청하시면 학교모임에 찾아가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고 찬양하고 도전을 주는 정도입니다. 별 게 아닌데,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자신들을 위해 만나러 왔다는 것 자체에서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나중에 들어보면 '저희 만나러 4-5시간 걸려서 오셨더라'는 반응들이 많아요."

-SNS를 통해 많은 사역을 하고 계시지요.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SNS를 통해 귀하고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도 있는데, 최근에 우려되는 게 있습니다. 어떻게 쓰면 인기를 끌고 박수를 받는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SNS는 잘 사용하면 정말 좋은 선교의 도구입니다. 예전에는 TV나 신문 뉴스에 나와야만 미담을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와도 다른 것이 '일촌'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확장성입니다. 많게는 한꺼번에 몇십만 명에게 좋은 가치관을 흘려보낼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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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움 목사가 이날 홍성 지역 학교를 방문한 모습. ⓒ나도움 목사 제공
-SNS 활동을 '사역'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원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건 학교사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제 생각을 가감없이 올렸는데, 3년 전쯤 아는 동생이 제 글과 사진들이 괜찮다면서 '페이지를 만들어 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이름을 정해 보라고 하니 '도움닫기'라고 붙여줬습니다.

그래서 주로 기독교적인 내용들을 게시하다, '대놓고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은 가치관들, 도움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들을 올리자'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혼이 아름답다', '이런 사랑이 아름답다' 하는 것들도 함께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아요'가 9만 3천명이 됐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도전이 된다는 점에서 좋은 가치관을 흘려보낼 수 있는 도구가 됐습니다. 가끔씩은 대놓고 예수님과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 <오두막> 대사 중 '하나님께 말씀드려, 늘 듣고 계시니까'라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좋은 메시지를 누군가의 입을 빌려서 올립니다. 가수 비와이의 입을 빌린 적도 있습니다.

한 아이가 '네게 가장 소중한 분이 누구야?'라고 물었더니 엄마 아빠가 아니라 '예수님'이라고 대답하는 영상이 있었습니다. 편집해서 게시했는데,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고요. 이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다른 페이지는 뭐가 있나요.

"STAND-스탠드'는 학교 사역 관련 페이지입니다. 또 '강연을 말하다'는 강연에 대한 콘텐츠들이 주 내용입니다. '네일로'는 청년들을 모집해 기차로 여행하면서 전도하고, 해당 지역 학교모임을 방문해 중고등학생들을 만나 위로하는 모임입니다. 아,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는 익명 상담 페이지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스탠드'는 학교사역을 통해 만난 여러 좋은 소식을 나누기 위한 페이지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를...'은 안타까운 사건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2월 아는 여학생이 죽었는데, 죽인 사람도 제가 아는 남학생이었습니다. 여학생은 남학생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했는데, 서로 대화가 잘 안 되어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대놓고 고민을 말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이 정도까진 안 됐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 익명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오픈 채팅 방식으로 지난해에만 550명이 상담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저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상담을 해 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사람에게는 말하기 애매한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엄마 아빠에게 말 못하는 것들 말입니다. 들어보면 친구 관계나 가정의 문제 등 관계적인 문제가 가장 많습니다.

익명이라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해요. 동성애자라고 하는 학생도 있고, 성적부터 부모와 친구 관계, 남녀간 성(性) 문제로 힘들어하는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성 문제는 사역자에게 당한 이야기도 있었고, 고3인데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한 달 후에 임신임을 알게 된 사연도 있었습니다."

-'네일로'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2015년 한 친구가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코레일에 '내일로'라는 여행상품이 있는데, 우리는 선교를 위해서 이걸 해 보자'고요('내일로(Rail路)'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름과 겨울 매년 2회 5일권·7일권을 판매해 일반 열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여행패스'이다).

바로 그해 12월부터 비슷한 이름의 '네일로'를 시작하면서, '네 명이 주님의 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네 명은 복음서의 네 제자인 마태(리더), 마가(행동대장), 누가(기록자), 요한(중보기도자)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해 16명이 4개조로 떠났고, 작년 여름엔 27명, 겨울엔 64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번 여름이 네 번째인데, 80명이 모집됐습니다. 40명씩 2주간 떠나게 됩니다.

처음엔 좋은 아이디어 차원이었는데, 청년들의 호응이 좋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기도모임이나 예배모임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땐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학생들의 모임 현장을 직접 찾아가 같이 예배드리고 전도도 합니다.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 응원도 하고 각자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응원 피켓'만 들었지만, 지난 여름부터 학생들에게 뭔가 주고 싶어 '응원 문구'를 적어 나눠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나눠주면 표정이 안 좋은데, 좋은 글귀가 써 있으니 아이들이 감동합니다. 몇 명은 우는 모습도 봤습니다. 지난 겨울엔 12개 문구를, 이번 여름엔 20개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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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청년들이 학교모임에 방문해 나눠주는 응원 문구. ⓒ나도움 목사 제공
-'쉐어하우스'도 하시지요.

"이것도 원래 계획했던 게 아니라, 아이들의 필요에 반응하다 보니 시작됐습니다. 한 청년이 네일로 사역을 신실하게 감당했는데, 집안이 어려운 것을 알게 됐습니다. 1평짜리 고시원에서 월 30만원 넘게 내고 살더라고요. 너무 귀한 청년인데 뭘 해 주면 좋을까 하다, 이 친구 말고도 이런 환경 때문에 힘든 아이들이 있을텐데 '함께 살면 덜 외롭고 힘이 되어서 좋지 않을까' 싶어 SNS에 이런 일을 기도 중이라고 올렸습니다.

다행히 방이 잘 구해져서 지난 4월 1호 '쪼니하우스'에 남성 3명이 입주했습니다. SNS가 큰 힘이 됐습니다. 장기적으로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 그 친구가 '존'인데, 관리를 맡겨 수입도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쪼니하우스는 '존의 집'이란 뜻인데, '쪼들린 니들을 위한 하우스'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쪼니하우스도 마련해 볼 계획입니다."

-이런 사역을 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옛날 같으면 교회에서 전임사역을 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 교회에서 열심히 섬기는 것도 좋지만, 자기만의 뭔가가 없지 않습니까. 부교역자 생활에서 벗어나면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저는 의도치 않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자생력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목사님이신데, 고등학교 시절 '굳이 일반적인 목회를 해야겠는가' 하고 막연히 기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저만 이런 사역을 하겠다는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청년들에게 물려주고 조금씩 뒤로 빠지려 합니다. 네일로도 이제 청년들끼리 알아서 잘 합니다(웃음). 그들이 설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같이 뛰고자 합니다. 그래서 스탠드나 도움닫기, 쪼니하우스까지 '스탠드그라운드(www.standground.co.kr)'로 묶어 놓았습니다. 놀이터라는 뜻의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처럼, 판을 만들어 그들을 세우는 게 제 일 같습니다."

-청년이나 청소년 사역을 하다 보면 이성 문제가 가장 염려되시지요.

"이성 문제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경각심을 느끼고 자제해야 합니다. 저도 왠만해서는 여학생들과 일대 일로 안 만납니다. 부득이한 경우 만나더라도 밝고 공개된 카페 같은 곳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친구를 데려오라고 합니다.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제가 조심해야지요. 이찬수 목사님(분당우리교회)도 절대 일대 일로 안 만나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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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도움닫기’.
-다양한 사역을 하고 계신데, 비전이 궁금합니다.

"비전이 따로 없습니다. 예전에 '10대에 꿈을 꾸고 20대에 준비해서 30대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생이 되라'는 책도 있었는데, 사실 대부분 그럴 수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미래를 알지 못하고 가는 것이 비전입니다.

히브리서 11장 말씀의 아브라함처럼 갈 바를 알지 못하지만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제 비전입니다. 아브라함의 꿈이 가나안이 아니었고, 다윗의 꿈도 왕이 아니었으며, 요셉의 꿈도 국무총리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힘든 인생을 살더라도 어느 시점이 됐을 때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전은 제가 꿈꿔서 도전하는 게 아니라, 그 분을 쫓아 앞이 보이지 않지만 계속 살아낼 때 그 분이 그 자리에 세우시는 것입니다.

항상 드리는 말씀인데, 기독교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한나의 아이>에서 했던 말, '신자가 된다는 것은 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를 좋아합니다.

세상이 말하는 답은 '스펙'인데, 그것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그 분이 진정한 '답'이시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깨닫게 하시는 게 인생 아닐까요. 전혀 우리에겐 그런 것이 없더라도, 그 분께서는 그 분의 목적을 이루실 것입니다. 이것을 인생 가운데 배우게 하신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