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은 끝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온갖 것으로 은폐하고 엄폐하게 한다. 은폐의 목적은 자신의 실재를 나타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눈에 발각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이려고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를 치기도 하고, 오히려 의도적으로 호통을 치거나 엄청나게 전문가인 것처럼 자기 이야기에 핏대를 세운다. 그 분야에 자신밖에 없다고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행태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와 엇비슷한 구석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상당수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면 그렇다. 선거 기간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허리를 90도 이상으로 굽히고, 심지어 맨바닥에도 넙죽 엎드려 큰 절까지 한다. 국민의 뒤치다꺼리라도 다하겠다는 발언들을 쏟아대고 한 표를 호소한다. 그렇게 당선되고 나면,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목에 힘이 들어가고 국회 의정활동 기간에는 변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열등감의 대표적인 사회적 현상들이다.

이는 자기가 다른 사람에 비해 우월한 것처럼 행동해야 산다는 무의식적 충동 욕구가 배후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것은 묻지 않아도 입이 아플 정도로 나팔을 불고, 자기의 단점이나 약점, 콤플렉스는 무조건 숨겨야 한다는 욕망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내면의 열등감을 볼 수가 없으며,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열등감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이를 정신적으로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그래야 인생이란 자체가 열등감을 극복하고 펼쳐나가는 삶의 과정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더 큰 사람으로 성숙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열등감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이며 제거한다고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깊이, 더 많은 열등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속으로 축적된다.

대인관계에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하루아침에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제거하려는 것보다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열등감을 극복하는 일은 개인이 용기를 갖고 자신 있게 자신의 열등감을 찾아보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내 속에 어떤 열등감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지 찾아보는 행동을 먼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열등감을 감추려고 하면 결국 열등감에 사로잡혀 잠시도 편할 시간이 없으며, 대인관계에서도 항상 긴장의 연속이요, 각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