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교회 손기봉 목사
▲손기봉 목사(송현교회)
종교개혁은 삶의 전반적인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가 국교화 되면서 유럽의 사회에서는 기독교적 요소가 일반 시민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기독교는 그들의 삶이였고 문화였습니다. 따라서, 종교개혁은 그들의 문화와 삶을 바꾸는 일대 대변혁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종교개혁의 핵심은 예배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종교는 예배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예배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예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세 유럽의 기본도 역시 예배였고, 삶 전체가 예배의 문화였습니다. 이 말은 곧, 당시 문화의 뿌리가 바로 예배이며, 종교개혁이라는 것은 결국 예배의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이 말하는 예배 개혁은 어떤 것일까요? 어떤 모습으로 예배를 바꾸는 것이 종교개혁자들이 말하는 예배 개혁일까요? 그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초대교회의 예배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대교회와 중세교회의 예배는 어떻게 다르길래 초대교회의 예배로 돌아가자고 외쳤던 것일까요? 많은 특징들이 있지만 두 가지만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는, 중세교회의 예배는 건물 중심의 예배라는 점입니다. 중세 교회의 건물들을 보면 아주 화려하고 웅장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교회의 권위와 위용을 나타내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당시 가지고 있던 교회의 개념은, 이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이어주는 교량적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믿는 신자들이 장차 가게 될 하나님 나라를 교회를 통해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천국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화려하고 멋있게, 웅장하고 신비롭게 만드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화려한 외관에다가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건물을 짓습니다. 그리고 내부에는 온갖 좋은 것으로 다 치장을 하고, 천정이나 벽면에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멋진 성화를 새겨 넣었습니다.

결국 이런 외형적 추구가 교회의 재정 파탄과 어려움을 가져오게 되고, 이것을 메우기 위해 면죄부를 판매하기에 이르게 되고 교회의 타락을 가져오게 된 것이죠. 천국의 모습에 가까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예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미사가 지배하는 예배였다는 것입니다. 미사의 복잡한 절차와 순서를 거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성찬이었습니다. 이 성찬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내가 하나가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 성찬마저도 타락하게 됩니다. 성찬을 하기 전에 봉헌의 순서가 있는데, 이 봉헌의 순서가 나중에 성찬에서 배종의 직전으로 변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봉헌을 먼저 드리고 떡과 잔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웅장한 내부와 신비로운 분위기, 그리고 사제가 떡과 잔을 들어 기도하는 순간, 떡이 그리스도의 살로,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로 바뀐다는 화체설이 더해져서, 이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신자들은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성찬에 참여하기 위해 봉헌물을 반드시 드리게 되었습니다.

헌금을 하지 않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거룩해야 할 성찬식마저도 재물을 모으는 도구로 변질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대교회의 예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초대교회는 건물 중심의 예배가 아니었습니다. 믿는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지 예배할 수 있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예배의 중심은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구원받은 사람, 믿는 신자가 중심이 되어 신자가 모인 곳이면, 골방이든 무덤 속이든 헛간이든 들판이든 어디서든 예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초대교회는 말씀과 교제 중심의 예배였습니다. 예배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졌는데, 1부 예배에는 말씀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리고 2부는 성찬예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때 세례 받지 않은 사람은 모두 퇴장을 하고 문지기를 세워놓고, 철저한 보안 속에서 비밀리에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너무 간단합니다. 먼저 성도 간에 평화의 입맞춤으로 안부를 묻고 각자가 가지고 온 떡과 잔을 꺼내놓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리스도의 살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피입니다.’라고 하면 서로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기도로 모든 예배가 끝이 났습니다.

성찬의 의미가 바로 교제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위로는 예수 그리스도와의 교제이고 각자 가지고 것들을 나눔으로 성도 간의 교제입니다. 종교개혁은 이런 외형에만 치중하고 우리의 노력과 공로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당시 기독교의 문화에 맞서서, 오직 믿음과 은혜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외쳤던 예배 회복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예배는 말씀과 사람 중심의 예배였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이라고 했습니다.(롬10:17) 초대교회가 1부 말씀 예전에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말씀을 나눌 때(Sola Scriptura), 유일한 구원자 그리스도를 알게 되고(Solus Christus),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Sola Fide)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믿음이 있을 때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Sola Gracia) 구원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예배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구원 사역에 감사하여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을 드리는 복된 자리가 되는 것입니다.

바라기는 우리 모두가 종교개혁자들이 예배를 개혁하며 외쳤던 이 다섯가지 ‘Sola’를 다시 외치며 참된 예배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손기봉 목사(송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