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
▲영국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대주교(오른쪽).


8,800만 성도를 대표하는 세계성공회 지도자들이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는 성경적 정의를 재확인하고, 신학적으로 진보적인 미국성공회에 대한 판단을 유보키로 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캔터베리대주교가 주최한 관구장회의(Anglican Primates)에서, 전 세계 성공회를 대표하는 이들은 신학적으로 진보적인 미국성공회에 대한 판단을 3년 뒤로 미뤘다.

그러나 “미국성공회는 세계성공회의 교리나 정치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상임위원회에 소속될 수도, 다른 외부 단체들의 관계에서 세계성공회를 대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경적 가르침의 관점에서 우리의 전통적 교리는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일생에 걸친 신실한 결합’임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미국성공회는 세계성공회의 대다수가 유지하고 있는 결혼에 대한 신앙과 가르침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상황을 더욱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성공회는 3년 동안 교단 간 일치와 초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며, 성공회 내부적 모임에는 참석할 수 있으나 상임위원회에 임명되거나 선출되지 못한다. 미국성공회는 세계성공회 교리나 정치에 관한 어떤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성공회는 신학적으로 보수파와 진보파 간 내부적 논쟁 심화를 경험해 왔다. 가장 큰 논점은, 미국성공회가 2003년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진 로빈슨 주교의 서품을 인정하는 등 동성애에 대해 점점 수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작년 9월 영국성공회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교단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차이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대주교들이 함께 모이는 관구장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었다.

웰비 대주교는 “모든 대주교가 최근 움직임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단으로서, 특히 대주교로서 과거에 대해 더욱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며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다시 돌아보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와 문화들 간의 차이와, 대부분 세계 북반구에서 발생하는 빠른 문화적 변화가,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를 갈라 놓으려 하고 있다. 성경의 명령, 예수님의 기도, 교회의 전통, 우리의 신학적인 이해가 일치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냄에 있어서 신실한 가운데, 21세기 성공회 가족으로서 깊은 불일치, 심지어 상호 비판의 여지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보수적 성공회 매체인 앵글리칸잉크(Anglican Link)의 조지 콘저 기자는 “신학적으로 자유로운 입장을 지닌 캐나다성공회에 대한 판단도 유예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