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관계 경색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기독교계가 화합과 협력을 위한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일본에서 온 ‘사죄와 화해 방문단’이 교인들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참석자들이 사죄하는 일본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류재광 기자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는 일본교회 목회자와 지도자 총 15명으로 구성된 ‘사죄와 화해 방문단’을 초청, 27일 오후 8시 ‘과거사 사죄와 한·일 선교협력예배’를 드렸다. 이날 방문단은 일본의 과거사, 특히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에게 지은 죄를 무릎 꿇고 사과했고, 참석한 교인들은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양국의 화해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새에덴교회 엎드려 사죄하는 일본인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류재광 기자

이날 예레미야 31장 30~34절을 본문으로 설교한 무라오카 타카미츠 목사(네덜란드 라이젠대학 명예교수)는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우리의 죄와 허물을 사해 주셨지만, 이는 죄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신다는 것이지 죄의 기록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라며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를 무조건 흘려보내자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무라오카 타카미츠 목사(오른쪽)가 설교하고 있다. 그 옆은 통역이자 이번 행사를 주선한 하요한 선교사. ⓒ류재광 기자

그는 “우리는 범한 죄에 대해서 진심으로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서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반복하지 않도록 진지하게 노력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고, 그 죄로 인해 우리를 벌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구약학 권위자인 그는 지금까지 일본의 과거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학술활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활동을 해왔다.

▲무라오카 타카미츠 목사(뒷줄 오른쪽)가 새에덴교회 어린이 대표들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소강석 목사(뒷줄 왼쪽)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소강석 목사는 “오늘 오신 분들은 일제의 과거 만행에 직접 관계되지는 않았지만, 자기 민족의 죄를 함께 지는 마음으로 이 같이 사죄를 하신 것”이라며 “이런 모습이야말로 기독교인의 양심이요 품격 있는 신앙으로, 한국인들을 대표해 감사를 드린다. 이런 진정한 사죄와 용서가 확산되어 한국과 일본이 화합할 때, 하나님께서 두 나라에 큰 복을 내리실 것”이라고 했다. 소 목사는 한일기독의원연맹 지도목사로서 그간 한일 화해와 협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죄와 화해 방문단’이 ‘죄 짐 맡은 우리 구주’를 찬송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참석자들이 찬송을 부르며 한일 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류재광 기자

한편 ‘사죄와 화해 방문단’은 25일 방한했으며, 27일 정오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관하는 1,180차 수요시위에도 참여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발표한 사죄문을 통해 “일본군이 여러분을 상처 입히고 존엄을 짓밟은 역사에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특히 고노담화를 허망한 공문(空文)으로 만들고 교과서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감추는 일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