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사역 현장 이야기 -이것이 섬김의 리더십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필자는 얼마 전 사할린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9시간 비행, 같은 나라이지만 7시간의 시차가 난다. 러시아 본토와 좀 떨어진, 완전 독립된 섬이며 남북의 길이가 약 1000km가 되는 길다란 지역이다.

금년 2014년 10월, 일본군에 의하여 강제이주 150주년을 맞는 사할린에서는 한러 문화축제 등 이주민을 위로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었다. 사할린 남쪽 끝 코르사코프 지역에 가면, 가장 잘 보이는 언덕 위에 망향의 동산이 있다.

이주민들이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먼 바다를 바라보던, 기가 막힌 슬픔의 언덕이다. 그리움에 죽고, 배고픔에 죽고, 외로움을 달래다 미쳐서 죽었다는 시가 한글과 러시아말로 적혀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한다.

필자는 우리가 키워낸 현지인들로 구성된 총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이곳을 방문하고 사역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러시아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여기저기 한국교회가 건축한 교회들이 눈에 들어온다. 십자가를 달고 아주 큰 규모로 건축하여, 한국교회를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남사할린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어느 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요즘은 목사 사택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것은 식사 대접이나 수발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개인의 생활이 방해를 받는 것이 싫기 때문이기도 하며, 사택을 공개하고 개인의 삶이 노출되는 것이 싫은 것도 이유일 것이다.

멀리서만 교제하던 동역자는 흔쾌하게 집으로 초청하여 3일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사모의 수고와 헌신적인 섬김이 부담이 되고 죄송하였지만, 그러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기쁨으로 대화를 나누며 수고해 주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여기저기 가정을 방문하면서 교인들을 태워 새벽기도를 간다. 사할린은 큰 주 도로를 제외하고는 이면도로 상황이 너무나 나빠 심하게 패인 웅덩이가 도무지 지나갈 수가 없는 정도였는데, 대부분의 길들이 그러한 듯하다. 어느 곳은 비포장 진흙길이 있어 보행자들도 걸어갈 수가 없는 정도였다.

새벽기도는 30분 정도 진행하고 30분을 함께 기도하고 주기도문으로 마친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금 교인들을 태워서 갈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이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이, 주일도 월요일도 새벽을 깨우며 이와 같이 진행하고 있다. 선교사가 없으면 사모가 그 일을 그대로 대신하고, 사모도 없으면 교회 일꾼들이 대신한다.

주일이 되니 아침예배를 인도하기 위하여 40km 떨어진 곳으로 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오전예배를 인도한다. 오후가 되니 그 동안 개척하여 놓은 아홉 개 교회들로 사역자들이 2-3명씩 나뉘어 출발한다. 저녁 6시가 되면 모두가 교회로 돌아와서 보고하고, 저녁예배를 드린다. 완전 선교적인 교회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저녁예배를 마친 후에는 사역자 제자훈련이 2시간 이상 진행된다. 현장 속에서 제자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주일 새벽부터 시작하여 저녁 늦게까지 진행되는 일들을 보면서, 한국교회 초창기의 순수함을 엿보게 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갈수록 편리함을 추구하여 새벽기도를 없애고 줄이는 판인데, 이곳은 모이기를 힘을 다하여 노력한다.

매일 저녁 기도모임이 진행되고 사역자 훈련을 실시한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이렇게 강훈련이 진행되고, 일꾼들은 모두가 봉사로 섬기고, 주일에 식사는 성도들이 스스로 준비해 와서 나눈다. 교회를 관리하고 청소하는 일도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한다. 모든 일들이 바쁘게 진행되지만 섬김과 헌신으로 이루어진다. 인원이 적으니 그렇게 하겠지? 천만의 말씀이다.

매우 힘든 과정을 기쁨으로 감당하고 있음을 보면서 ‘너무 힘이 들겠습니다’고 하였더니, ‘힘들지 않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이렇게 섬김과 헌신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지 아니하면 저들에게 어떻게 헌신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건강함으로 일할 수 있을 때에, 사역을 이양하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죠’라고 말한다.

책상 위에서도 가르치고 훈련을 하지만, 현장 속에서 몸소 섬김으로 본을 보이면서 일을 감당하니 모든 성도가 순종하고 따라온다고 생각된다. 며칠 후면 3일 특별 새벽기도회를 위하여 새벽부터 40km를 왕복한다고 한다. 이러한 헌신과 우직한 수고가 현지 사역자들의 헌신으로 이어지고, 현지 성도들을 깨우는 것을 보게 된다.

멋진 사역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20년을 넘기면 무기력함과 나태함에 젖게 되는 것이 게으른 인생의 본성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을 깨우며 이 지역의 특성과 환경 속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참으로 귀감이 되는 사역이라 생각된다.

수많은 고난과 절망 가운데 오늘의 사역 현장이 생기게 된 역사를 듣는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자신의 이기심과 명예를 위하여 또는 사역을 채우기 위하여 선교를 이용하며 악을 행한 자들도 하나님나라의 도구가 되었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하는 자들이 오히려 마귀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하고 이는 공히 다 아는 일이다. 일을 당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어 탄식이 나오지만,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어디를 가나 알곡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성경적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인생의 역사가 그러하였고, 교회의 역사가 그러한 가운데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고와 눈물 없이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 더구나 하나님의 나라는 땀과 피로써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닌가? 눈물과 기도로 서 가는 나라가 아닌가? 그러한 모습을 현장 속에서 보게 되니, 복음에 사로잡힌 한 사람의 지도자가 매우 귀하게 여겨졌다.

주일 오후에 현장으로 떠나는 수십 개의 일꾼 그룹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보였다. 누가 이렇게 하겠는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겠는가? 아무런 보수도 대가도 없이 순수함으로 사역에 임하는 모습이, 한국교회의 눈물과 기도로 이룬 큰 역사인 것을 보게 된다.

각자 주어진 사역 환경과 현장이 다르고 주신 은사가 다르기에, 모두가 이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역의 본질은 하나님나라의 확장이다. 사람을 키우는 작업이다. 나를 대신하여 무너진 역사를 바로 세우고 복음의 역사를 감당할 인물을 키우는 것은, 본질상 동일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장을 달리다 보면 생각이 열리게 되고, 그들의 요구와 필요를 보게 된다. 현장 속에서 갈급함을 채우게 된다. 현장이 없으면 야성이 사라진다. 현장이 없는 지역도 많겠지만,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은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

긴 여행길이 가을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어 기쁘다. 이러한 신실한 일꾼이 이 땅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한 번 본 사실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말이 아닌 현장 속에서 신앙생활하는 이들을 통하여 충분히 감지하고 20여년이 지나면 척하고 알 수 있는 법, 이와 같은 때에 러시아에선 이렇게 말한다. ‘슬라바 보구’(하나님께 영광)!

현장의 소리, 모스크바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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