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가 과거 교회 강연에서 역사관을 피력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계가 이에 대해 12일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이하 한교연)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 이하 언론회)는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밝힌 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는 “후보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먼저 한교연은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교회 특강 발언에 대한 한교연의 입장(논평)’에서 “신앙인으로서 성경적 역사관에 입각하여 강의한 내용이므로 성경적·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없다”며 “또한 강연 내용의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일부만 발췌하여 문제 삼는 마녀사냥식 몰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교연은 “성경적·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400년 고난을 당한 것과 바벨론에 포로로 70년간 고난을 당한 것은, 비록 하나님을 떠난 백성의 죄악으로 인함이었지만 하나님의 주권과 역사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문 지명자의 강연 내용을 볼 때 일부 표현의 미숙이 있었으며, 개인적인 역사관을 다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우리 민족이 불행했던 한국 근대사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섭리 안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밝힌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교연은 “신앙인인 문 지명자가 교회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세상적인 관점으로 비방, 폄하하는 것에 대해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간주하여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을 밝히는 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언론회는 ‘언어는 의미를 왜곡할 때, 비이성적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제하의 논평에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비극적 역사를 미화하거나 또는 민족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런 고난과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향하신 깊은 뜻이 있어, 역사의 고비마다 기회를 주셨고, 길을 열어 주시며, 우리 민족을 인도하셨다는 신앙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교회 안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한 강연인데, 기독교적 언어를 사용한 것을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지나치게 정치적 용어로 바꾸려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이다. 여기에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할 언론들까지 가세하는 것은 사실의 본질을 호도(糊塗)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춘원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을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민족이 일깨어 일어나야만 당시와 같은 민족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강렬한 여망은 민족 모두에게 있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었다”며 “어떤 사람이 제 민족을 폄하하고 비하하여 스스로 미개인이 되려는 바보가 있겠는가? 교회 안에서의 이런 발언은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을 일깨우기 위한 애국적 발언이다. 조선말, 조선을 방문한 Jacob R. Moose는 양반을 가리켜 ‘벌레’로, 여성을 ‘야만의 희생자’로 부를 정도로 비참한 사회였던 것도 사실이었다”고 했다.

언론회는 “이 때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기독교의 활동으로 극동의 작은 나라 조선이 세계에 알려졌으며, 조선의 독립에 대한 열망도 기독교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의 발전을 제시함으로, 국가를 위해 기도하도록 사용한 용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언론회는 “언어는 의미까지 생각해야지, 토막 낸 ‘악마의 편집’으로는 비이성적으로 잘못 흐르기 쉽다. 이성을 뛰어넘는 감정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며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기독교인이라고 하여 신앙적 언어까지 끄집어내어 몰아붙이는 ‘마녀사냥’은 그쳐야 한다”고 했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허원배)는 “박근혜 정권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을 즉각 철회하십시오”라는 성명에서 “문 후보의 발언은 식민사관에 근거한 비뚤어진 역사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총리 후보자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박근혜 정권 역시 이러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NCCK는 “더욱이 교회에서 강연하는 중 역사에 대한 자신의 자의적인 해석을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켜 마치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하고, 남북을 분단시키신 분이 하나님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 신앙으로 포장만 한 것이지 잘못된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부적절한 주장이며, 하나님의 뜻을 마음대로 왜곡시키는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이렇게 잘못된 신앙의 이름으로 무장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컫는 행위를 바라보며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잘못된 자기 신념을 신앙으로 포장한 일부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을 바라보며 잘못된 신앙관의 신념이 역사인식의 기초가 될 때 역사는 물론 신앙까지도 왜곡시킬 수 있음을 지켜 보았다”고 덧붙였다.

NCCK는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총리 후보 지명자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며, 심각하게 왜곡하고 폄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큰 국가적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NCCK는 이 밖에 현 정권의 인사 시스템에 우려를 표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인적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박근혜 정권의 미래는 참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