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 50주기를 맞아 열린 루이스 컨퍼런스 ‘C. S. 루이스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속의 삶’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 강영안 서강대 교수, 홍종락 전문번역가. ⓒ복있는사람 제공

C. S. 루이스 50주기를 맞아 10월 30일 오후 서울 신촌 창천감리교회 맑은내홀에서 루이스 컨퍼런스 ‘C. S. 루이스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속의 삶’이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최근 펴낸 루이스의 전기 「C. S. Lewis: 별난 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복있는사람)」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컨퍼런스에서는 이 책을 번역한 홍종락 선생의 ‘루이스 읽기, 루이스 이해하기’ 강연 이후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 사회로 홍 선생과 ‘숨은 루이스 전문가’ 강영안 교수(서강대)와의 좌담이 진행됐다.

‘루이스의 팬들’이 다수 참석한 이번 컨퍼런스에서 홍종락 선생은 루이스를 읽는 방법으로 △문학가, 비평가, 기독교 변증가로서의 측면 △논리와 상상력의 측면 △로고스(논리)와 파토스(감성), 에토스(인격)의 측면 등을 제시했다.

먼저 ‘문학가’로서는 영화로까지 제작된 그의 7부작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에서 알 수 있듯 “다른 존재의 눈으로 본다는 게 무엇인지,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마치 거기 있는 듯한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고 했다. 또 비평가로서는 다른 시대의 눈으로, 변증가로서는 다른 사람의 언어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홍 선생은 “루이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이 매우 논리적이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했는데, 이 둘은 조합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그는 기독교의 복음 안에서 둘의 조화를 발견해 냈다”고 말했다. 에토스적 측면은 이번에 출간된 전기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컨퍼런스 모습. ⓒ복있는사람 제공

이후 좌담에서는 출간된 책과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한국적 상황에서의 루이스 읽기’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강영안 교수는 “이번에 나온 「C. S. Lewis」를 한국어판과 원문판으로 모두 읽었는데, 다른 글에서 느끼지 못했던 루이스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루이스의 다양한 작품 세계에 대해서까지 상세히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맥그라스는 이 책에서 루이스의 회심 시기에 대해 기존의 학설과 다른 주장을 내세웠는데, 번역자인 홍종락 선생은 이에 대해 “루이스의 회심을 다룬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고, 회심의 결과물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전했다. 양희송 대표는 “기존 저서들처럼 루이스와 그의 글, 그리고 그의 지인들이 전하는 이야기로만 완성된 것이 아니라, 전혀 그를 모르는 상태에서 철저히 텍스트를 분석하여 썼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컨퍼런스에서 좌담을 청취하고 있는 ‘루이스의 팬들’. ⓒ복있는사람 제공

‘한국적 루이스 읽기’에 대해 강영안 교수는 “루이스의 책은 사실 쉽지 않은데, 이는 그의 철학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그가 다시 읽히고 있는 것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접어들면서 명제적 지식보다는 이야기를 통한 접근에 관심을 갖게 된 문화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강 교수는 “루이스는 자신의 신앙을 방어적으로 변호하지 않고 속마음, 즉 이성과 감성과 의지를 아울러 나오도록 했다”며 “철학자로서의 사고도 깊었고 책임의식도 강했던 그는 우리 삶이 지닌 애매한 부분을 잘 포착해 그것을 기다리면서 헤아리고 탐색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이스의 작품들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고도 했다.

홍종락 선생은 “루이스는 논리와 상상력이 모두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인격적인 겸손함도 갖추고 있었다”며 “이런 분이 한국교회에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루이스를 읽고 배우는 일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