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성경적 가치관과 소위 진보로 포장된 반기독교적 가치관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장이 더 이상 교회가 아니란 점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진보주의자들의 강력한 시위와 공세에 위축되어버린 교회가 조용할 즈음, 기독교 가치관으로 설립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보수주의가 결집되고 있는 형국이다. 교회가 더 이상 보수적 가치관의 지지자가 되지 못하는 요즘, 정치권도 기업들의 입술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공예품 체인점인 하비로비사(社)는 130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 오바마케어가 요구하는 “직원의 피임 및 낙태에 필요한 건강보험 비용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비로비는 복음주의자로 알려진 데이빗 그린이 소유한 기업으로, 미국 내 40개 주에 5백 개의 상점을 내 3천 명의 풀타임 직원을 고용한 대기업이다.

종교 서적을 판매하는 마델사(社) 역시 피임약 지불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케어가 기업의 종교적 신념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 건강보험이 커버해야 하는 경구피임약은 수정된 난자, 즉 생명체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차단하기에 낙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오바마케어는, 특히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 등 종교단체에겐 이 조항을 면제시켜 주지만 기업은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연말 법원은 이 소송을 각하시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비로비는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비로비측은 “우리는 모든 직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신앙에 충실하기 위해 피임약을 포함, 낙태를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비로비는 주일에 상점을 닫아 직원들이 안식할 수 있도록 하며,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마다 회사의 신앙을 공개하는 전면광고를 싣는다. 특정 교파와 관련되어 있진 않지만 여러 목회자들을 돕고 성서유물박물관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쯤 되자 복음주의권이 다시 결집해 하비로비 감사의 날을 열었다. 1월 3일 3만7천 명, 5일까지 무려 6만 명의 시민들이 하비로비 감사의 날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비로비를 향한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에 정치권에서도 즉각 반응이 왔다. 알칸소 전 주지사이자 목회자인 마이크 허커비는 감사의 날을 지지하며 “그들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가장 기본적인 미국인의 권리를 위해 법정에서 싸우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정부의 명령이 하비로비 같은 기업들의 개인적 신앙에 명백히, 직접적으로 반대된다 할지라도, 정부의 건강보험 명령에 굴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하비로비가 낙태와 싸우고 있다면, 칙필레는 이미 동성애 문제와 결전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칙필레의 회장 댄 캐시가 “동성애는 하나님의 심판을 부를 것”이라 한 방송에서 밝힌 직후, 동성애단체들은 칙필레에 대해 “매년 1백만 달러 이상을 기독교 및 반동성애 단체게 기부하는 혐오스런 기업”이라 비난했다. 동성애자와 그 지지자들은 전국적으로 칙필레 매장 앞에서 동성애자간에 키스하는 시위를 벌이고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허커비 전 주지사는 보수주의자들을 결집해 칙필레 감사의 날을 최초로 제안했고 당시 무려 64만명이 참여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