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그 아름다움이 알려진 미국 수정교회 예배당. 그러나 교회 파산 이후 최근 가톨릭에 매각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인 수정교회가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먼저 창립자인 로버트 H. 슐러 목사가 2006년 은퇴하며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줬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몇 년 뒤 슐러 목사 부자(父子)가 불화를 겪어 결국 아들이 교회를 사직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슐러 목사의 딸이 담임이 되어 사위도 요직에 앉게 됐고, 최근 미국 교회의 산 역사이자 자존심과 같던 그 교회가 파산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다.

이런 재정난의 원인은 새 리더십의 방만한 재정 운용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로버트 슐러 목사가 담임직에서 은퇴한 후 성도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가 진행하던 능력의시간 방송 시청률이 떨어지며 헌금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정교회는 부활절과 성탄절마다 초대형 행사를 개최하며 부채를 쌓아갔다. 현재 750만불에 달하는 부채는 대부분은 로버트 슐러 목사의 딸이 담임으로 재직하던 시절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모기지로 4천만불 정도의 부채가 별도로 또 있다.

최근에는 로버트 슐러 목사가 이사회에서 투표권을 빼앗겨 명예직에만 앉게 됐다. 당시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들은 모두 교회로부터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었는데, 그가 무급 인사들을 이사회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사회는 슐러 목사의 딸과 사위를 포함해 모두 유급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로버트 슐러 목사와 함께 초창기에 교회를 섬겨온 원로 교인들은 “슐러 목사가 쌓은 것들을 자녀들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가족 관계에 있거나 교회로부터 급여를 받는 이들이 없는, ‘교회로부터 진정으로 독립된 이사회’를 원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들은 “교회가 싸움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파산과 정체성 변질 문제를 돌보라”고 말했다.

현재 수정교회는 지난해 10월 파산 신청 후, 4천6백만불에 예배당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예배당을 매각한 후 15년간 리스해서 현 본당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지난주 가톨릭 오렌지카운티 교구에서 5천만불에 건물을 매입하는 동시에 3년간 예배당과 부동산을 수정교회에 임대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교인 수가 1백만명에 달하는 오렌지카운티교구는 성당 좌석수가 3천석에 불과해 1억불을 들여 성당을 신축하려던 차였으나, 수정교회 예배당을 매입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만약 현 수정교회와 법적 대리인, 그리고 법원이 가톨릭의 수정교회 건물 매입을 허용한다면, 역사적인 수정교회는 임대가 끝나는 3년 내로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다른 곳에서 구매한다면 15년의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교회가 가톨릭에 팔릴 수도 있다는 뉴스에, 지난 주일인 7월 31일 슐러 목사의 딸이자 현 담임인 쉴라 콜먼 목사는 교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는 “120일 안에 5천만불을 마련하면 교회가 매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10만명의 성도들이 5백불씩 모으자”고 밝혔다. 과거 수정교회에는 1만명 가량의 성도가 있었으며 헌금은 매달 2백만불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담임목사가 바뀌고, 교회 리더십간에 갈등이 발생한 데다, 재정 악화로 인해 성도들은 많이 떠난 상태다. 실제로 쉴라 콜먼 목사가 이 메시지를 전한 7월 31일 오전 11시 예배에 참석한 성도는 200명 가량이었다.

그나마 이 성도들의 반응조차 시원찮았다. 여전히 교회의 리더십들은 재산, 파산, 매각 등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교인들은 현재의 어려움보다는 이 문제를 리더십들이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관심이 있단 것이다. 특히 원로급 교인들 입장에서는 슐러 목사와 함께 쌓아온 수정교회의 역사가 이렇게 침몰하는 것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다수의 성도들은 슐러 목사를 비롯한 그 가족과 이사회 내의 분쟁을 풀지 않고서는, 설령 하늘에도 5천만불이 뚝 떨어진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